[책꼽문] 책새벽-월.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 19장
모임 정리
책새벽
작성자
neomay33
작성일
2023-11-26 13:37
조회
1005
녹색아카데미 온라인 책읽기 모임 '책새벽-월' 시즌3에서는 현재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을 읽고 있습니다.
매주 읽는 내용 중 참여하시는 분들이 꼽아주신 책꼽문과 질문을 모아 이곳에 정리해두고 있습니다. 책 읽으시는 데 참고해주세요.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 로버트 메이너드 피어시그 지음. 장경렬 옮김. 2010. 문학과지성사.
제19장
p.407-408.
자신들이 반듯하게 각이 져 있는 사람들이라는 말을 듣고 영문과 교수들이 그에게 다음과 같은 합리적인 질문을 던졌다. "정의되지 않은 당신의 '질'이라는 바로 그것이 우리가 관찰하는 사물에 존재하는 것인가? 아니면 단지 관찰자의 마음 안에 존재하는 주관적인 것인가? 이는 간단하고 평범한 질문이었다. ...
이는 치명적인 일격, 필살의 타격, 결정적인 강타, 지나가는 사람에게 들이대는 권총과도 같은 것이었다. 도저히 정신을 되차릴 수 없게 하는 그런 종류의 질문이었던 것이다.
만일 질이 대상에 존재한다면, 과학 장비로 이를 추적할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설명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것을 추적할 수 있는 도구가 무엇인지도 제시해야만 한다. ...
한편, 질이 관찰자의 마음에 존재할 뿐인 주관적인 것이라면 당신이 이처럼 대단한 것인 양 여기는 질이란 것은 당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든 거기에 당신이 편리하게 붙여놓은 그럴듯한 명칭에 불과한 것일 뿐이다.
p.413-414.
그러니까 무엇이 되었든 당신이 좋아하는 것이 바로 질이라고? 그런 논리가 그를 화나게 했다. 역사상 위대한 예술가들이 모두 그냥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만들어내는 일을 했을 뿐이라고? ...
이윽고 그는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는 칼을 꺼내 들고, 그 진술문에서 모든 화를 돋우는 원인이 되었던 단어 하나를 도려냈다. "그냥"이라는 단어가 바로 그것이었다. 왜 질이 그냥 당신이 좋아하는 그 무엇이어야 하는가. 왜 "당신이 좋아하는 그 무엇"이 "그냥"이라는 단어의 수식을 받아야 하는가. 이 경우 "그냥"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
이 진술문이 실제로 말하는 바는 "당신이 좋아하는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나쁜 것이고, 최소한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라는 점을 깨우치는 데 왜 그리도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일까? ... 이 독선적인 가정 뒤에 숨겨진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그가 싸우고 있는 것, 그러니까 반듯하게 각이 져 있는 것의 정수에 해당하는 것 같아 보이기도 했다.
어린아이들은 "그냥 자기네들이 좋아하는 것"을 하지 못하도록 훈련을 받는다. 하지만 ... 하지만 무엇을 하도록 훈련을 받는가. ... 그렇다. 남들이 좋아하는 것을 하도록 훈련을 받는다. 남들이라니? 부모, 선생, 지도 교사, 경찰, 범관, 관리, 왕, 독재자가 바로 그들이다. 말하자면 온갖 권위의 주체들이 바로 남들이다.
"그냥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경멸하도록 훈련을 받게 되면, 당신은 바로 그 남들의 하인, 한결 더 순종적인 하인이 된다. 요컨데 성실한 노예가 되는 것이다. "그냥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하지 않도록 교육을 받게 되면, 체제가 당신을 사랑하게 될 것이다.
p.415.
그냥 당신이 좋아하는 것만을 하지 마시오. 누군가가 이렇게 말할 때 권위에 복종하라는 뜻만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는 또한 무언가 다른 뜻을 담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무언가 다른 뜻"이라는 이 말이 계기가 되어 파이드로스는 고전적인 과학적 신념이라는 거대한 영역의 문을 열고 들어서게 되었다. 즉, "당신이 좋아하는 것"은 모두가 당신 내부의 비합리적인 감정들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중요하지 않다는 투의 신념과 마주하게 된 것이다.
p.425
"마침내 그는 질이 주체든 객체든 이들과 독자적으로 관계를 맺을 수 없음을, 오로지 주체와 객체가 서로 관계를 맺고 있을 때에만 질이 확인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는 주체와 객체가 만나는 바로 그 지점이다.
온기가 느껴지는 말이었다.
질은 사물이 아니다. 이는 사건이다.
한결 더 온기가 느껴지는 말이었다.
질은 주체가 객체를 인식하는 순간에 일어나는 사건이다..
그리고 객체가 없다면 주체도 있을 수 없기 때문-다시 말해, 객체는 주체의 자기 인식을 유발하기 때문-에, 질이란 주체와 객체 양자 모두에 대한 인식을 가능케 하는 사건이다.
이는 열기가 느껴지는 말이었다.
이제 그는 자신에게 깨달음이 오고 있음을 알았다.
이는 질이란 단순히 주체와 객체 사이의 충돌의 결과가 아님을 뜻한다. 주체와 객체 그 자체의 존재는 바로 질이라는 사건에서 연역된 것이다. 질이라는 사건은 주체와 객체의 동인이다. 그런데 주체와 객체가 질의 동인으로 잘못 추정되어 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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