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사상에서 형이상학과 그 문제점들
동아시아의 사유에서 신유학이라 불리기도 하는 성리학은 매우 중요하고 근본적인 역할을 해 왔습니다. 장회익 선생님의 저서 <삶과 온생명> 1부에 특히 성리학과 관련된 논의가 상세하게 나오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일 것입니다.
신유학은 전통적인 고대 중국 사상과 달리 11세기 무렵에 송나라 시절부터 정립된 것으로서, 유가만이 아니라 도가와 불가의 사유가 결합하여 형이상학적으로 그리고 존재론적으로 체계적인 자연철학으로 발전된 학문전통을 가리킵니다. 이는 단지 학문전통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것이 원리를 제시하고 살아가는 방식까지 말해 주는 근원적인 사상이자 철학이자 종교이자 믿음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세미나에서 나온 질문 중에는 제가 이해하기에 "리(li 理)와 기(qi 氣)에 중심을 둔 동아시아 사상에서는 결정론적 세계관이 자리를 잡지 못하고 우발성이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에 뉴턴 물리학과 같은 정교한 체계가 자리를 잡지 못한 것인가?"라든가 "같은 것이라도 기하학적인 관점과 대수학적 관점이 다르듯, 리/기의 관점이 새로운 이야기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언급이라든가, "리(li 理)와 기(qi 氣)에 중심을 두고 선언적으로 두루뭉술한 사유가 주를 이루어서 구체성이 부족했다"는 언급이 나온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신유학에 대해 배운 것은 이러한 질문이나 언급과 많이 달라서 조금 덧붙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배우기로는, 신유학의 사유는 자연에 대한 관념과 구체적인 기상학적 접근이나 장현광 선생이 조개화석에 대해 논의하는 것처럼 지질학과 천문학과 화학 등에 철저하게 스며 있습니다. 문묘제례악을 비롯하여 건축의 원리에서도 리(li 理)와 기(qi 氣)의 관념과 통찰이 녹아들어 있습니다.
유럽의 사유에서도 뉴턴 물리학 또는 뉴턴주의 자연철학이 나름 중요한 흐름을 이루고 있긴 하지만, 결정론적 세계관과 자유의지에 기반을 둔 세계관이 면면히 함께 논의되었고, 자연과학이 세계를 이해하는 유일한 기준이라고 주장된 것은 19세기 중엽 이후의 일이었습니다.
신유학은 낡은 과거의 사유로 오해하기 쉽지만, 중국과 중국학(sinology)에서는 이에 대해 매우 방대하게 그리고 체계적으로 연구를 하고 토론하는 접근이 꽤 오래 전부터 정립되어 있습니다. 특히 유럽에서는 볼테르, 라이프니츠, 비코 등이 17세기에 중국학에 상당한 관심을 가졌고, 특히 프랑스에서는 루이 14세 덕분에 18세기 초부터 중국학 연구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지금도 중국학에서는 프랑스 학계가 주도적인 면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20년에 나온 아래 논문집은 주희(Zhu Xi, Tsu Hsi)의 철학사상에 대해 1000쪽에 가까운 분량으로 다양한 접근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Kai-chiu Ng, Yong Huang (eds.). Dao Companion to ZHU Xi’s Philosophy. Springer (2020).
https://doi.org/10.1007/978-3-030-29175-4
- Li and Qi as Supra-Metaphysics (Galia Patt-Shamir)
- Zhu Xi’s Metaphysical Theory of Human Nature (Junghwan Lee)
- Theory of Knowledge 1: Gewu and Zhizhi (Yiu-ming Fung)
- Theory of Knowledge 2: “Genuine Knowledge” and the Problem of Knowledge and Action in Zhu Xi (Kai-chiu Ng)
- Zhu Xi’s Cosmological and Metaphysical Interpretations of the Confucian Cardinal Virtues (Shuhong Zheng)
- The Problem of Evil in Zhu Xi’s Thought (Simon Man Ho Wong)
- Moral Psychology: Heartmind (Xin), Nature (Xing), and Emotions (Qing) (Stephen C. Angle, Justin Tiwald)
- Zhu Xi and the Idea of One Body (Kwong-loi Shun)
- Moral Cultivation: Gongfu – Cultivation of the Person (Peimin Ni)
- Zhu Xi’s Ideal of Moral Politics: Theory and Practice (Diana Arghirescu)
- Zhu Xi’s Political Philosophy in Context: With Special Focus on His Commentaries of the Four Books (Youngmin Kim)
- Zhu Xi’s Philosophy of Religion (Deborah Sommer)
- Science and Natural Philosophy: Zhu Xi on the Scientific Subjects and the Natural World (Yung Sik Kim)
- The Worldview of Zhu Xi (Chan-liang Wu)
- Zhu Xi and Confucian Environmental Ethics (Shui Chuen Lee)
- Zhu Xi’s Critical Naturalism: Methodology of His Natural Knowledge and Philosophy (Vincent Shen)
- Zhu Xi and Buddhism (Kam-por Yu)
- Zhu Xi and Daoism: Investigation of Inner-Meditative Alchemy in Zhu Xi’s Theory and Method for the Attainment of Sagehood (James D. Sellmann)
- Zhu Xi and Christianity (Lauren F. Pfister)
- Zhu Xi and Korean Philosophy (Don Baker)
- Zhu Xi and Japanese Philosophy (Eiho Baba)
- Zhu Xi and Western Philosophy (Don Baker)
목차를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 1 Yinyang narrative of reality: Chinese metaphysical thinking (Robin R. Wang)
- 2 In defense of Chinese qi-naturalism (Jeeloo Liu)
- 3 What is a thing (wu 物)? The problem of individuation in early Chinese metaphysics (Franklin Perkins)
- 4 The Mohist conception of reality (Chris Fraser)
- 5 Reading the Zhongyong “metaphysically” (Roger T. Ames)
- 6 Logos and dao: conceptions of reality in Heraclitus and Laozi (Jiyuan Yu)
- 7 Constructions of reality: metaphysics in the ritual traditions of classical China (Michael Puett)
- 8 Concepts of reality in Chinese Mahāyāna Buddhism (Hans-Rudolf Kantor)
- 9 Being and events: Huayan Buddhism’s concept of event and Whitehead’s ontological principle (Vincent Shen)
- 10 Harmony as substance: Zhang Zai’s metaphysics of polar relations (Brook Ziporyn)
- 11 A lexicography of Zhu Xi’s metaphysics (John Berthrong)
- 12 Xiong Shili’s understanding of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ontological and the phenomenal (John Makeham)
나중에 틈이 나는 대로 이 논문집에서 다루어지는 주요 내용을 간단하게라도 소개할 수 있게 애를 써보겠습니다.
중국의 사상에서 형이상학의 문제에 대한 전반적인 개관을 위해서는 스탠퍼드 철학백과사전의 항목이 도움이 될 수 있겠습니다.
Perkins, Franklin, "Metaphysics in Chinese Philosophy", The Stan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 (Winter 2023 Edition), Edward N. Zalta & Uri Nodelman (eds.), forthcoming URL = <https://plato.stanford.edu/archives/win2023/entries/chinese-metaphys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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