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온생명 형성을 위한 자유에너지 공급량의 범위? 초기 자촉질서에서의 '낱생명의 살아있음'?
오랜만에 질문을 해봅니다.
Q1. 온생명이 출현하게 될 물리적 조건 가운데 자유에너지의 상한이 규정될 필요는 없을까?
어떤 고립계 안에 온도 차이가 있을 때 에너지의 흐름이 발생하고, 이 때 온도 차이가 상당하면(T/T_A가 1보다 상당히 작다면) 온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부분계에서는 결과적으로 자유에너지를 공급받는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자유에너지의 흐름을 통해서 부분계의 자유에너지가 지속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거나 도리어 더 높아질 때에 이를 바탕으로 온생명이 생겨날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때 온도차가 커서 에너지 흐름이 아주 크다면, 그리고 그에 따라 공급 받는 자유에너지의 양이 매우 크다면 이는 혹시 온생명 형성에 불리한 조건으로 작용하지는 않을까요? 만약 그렇다면 온생명 형성의 조건을 자유에너지 흐름, 또는 공급으로만 논하기보다 일정한 범위 안의 자유에너지 공급으로 보다 좁혀야 할 필요가 있는 건 아닐까요?
<생명을 어떻게 이해할까?> 202쪽에는 이러한 언급이 있습니다.
“처음 6~8억년 동안에는 지구의 상황이 너무 격렬하여 생명 형성 여건에 적합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부분계 내부로부터 표면으로의 에너지 흐름이 아주 클 때에도 생길 수 있겠지만 상대적으로 뜨거운 부분계로부터 상대적으로 차가운 부분계로의 에너지 흐름이 클 때에도 생길 수 있을텐데 후자의 경우와 같이 자유에너지 공급량이 아주 많은 경우 자체촉매적 국소질서나 아예 국소질서 형성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까요? 항성이나 맨틀층과 같이 초고온의 환경에서는 자체촉매적 국소질서는 커녕 국소질서도 생기기 어렵다고 보면 자유에너지 공급량의 상한도 생각해 보아야 하지는 않을까요?
Q2. 온생명 초기의 자체촉매적 국소질서에도 적용할 수 있는 ‘낱생명의 살아있음’은 어떻게 정의될 수 있을까?
온생명론에 입각하면 ‘낱생명의 살아있음’, ‘낱생명의 죽음’은 ‘온생명의 나머지 부분’, 즉 ‘보생명’과의 관계 맺음에 기반해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낱생명의 살아있음'은 보생명과 관계를 맺고 있는 상태이고, 보생명과 관계가 끊어진 상태가 '낱생명의 죽음'으로 정의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온생명의 형성 단계, 즉 최초의 자체촉매적 국소질서가 우연히 만들어질 때를 생각해보면 이 때 각각의 자촉질서 {U x V x W}n 은 현재의 시각에서 보면 RNA 비슷한, 특수 기능을 가진 분자덩어리로 생각되는데 그렇다면 이 자촉질서와 온생명의 나머지 부분의 관계 맺음은 ‘자체촉매기능의 발현, 수행’ 이상이 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오늘날의 생화학적 시각으로 보면 ‘복제’에 해당할텐데 이 정도의 매우 단순한 기능까지도 ‘낱생명의 살아있음’으로 정의할 수 있을까요? 이는 사실 오늘날 우리 주변에서는 바이러스가 보여주는 기능에 비견될만한데 바이러스 역시도 '낱생명'으로 분류하고, 바이러스의 상태 또한 '살아있는 상태'로 분류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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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 시간에는 효율을 위해 대화에 끼어들지 못했지만, 온라인으로 저의 의견을 달아보려 합니다.
Q1. 자유에너지의 상한
두 부분계 사이에 온도 차가 있고 자유에너지의 흐름이 있다면, 우연에 의하여 국소질서가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이 장회익 선생님의 주장이라 하겠습니다. 예를 들어 아래 논문의 첫 구절이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논문은 오픈액세스라서 아래 링크를 연결하면 다운로드 받을 수 있습니다.)
H. Morowitz & E. Smith (2007). "Energy Flow and the Organization of Life". Complexity. Volume 13, Issue 1, pp. 51-59. https://doi.org/10.1002/cplx.20191
"Life is universally understood to require a source of free energy and mechanisms with which to harness it. Remarkably, the converse may also be true: the continuous generation of sources of free energy by abiotic processes may have forced life into existence as a means to alleviate the buildup of free energy stresses.This assertion—for which there is precedent in nonequilibrium statistical mechanics and growing empirical evidence from chemistry—would imply that life had to emerge on the earth, that at least the early steps would occur in the same way on any similar planet, and that we should be able to predict many of these steps from first principles of chemistry and physics together with an accurate understanding of geochemical conditions on the early earth." (p. 51)
"생명에는 자유 에너지의 원천과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필요하다는 것이 보편적으로 이해되고 있다. 놀랍게도 그 반대도 사실일 수 있다. 비생물학적 과정에 의한 자유 에너지 원천의 지속적인 생성은 자유 에너지 스트레스의 축적을 완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생명체를 존재하게 했을 수 있다. 비평형 통계 역학의 선례와 화학의 경험적 증거가 늘어나고 있는 이 주장에 따르면, 생명은 지구에 출현해야 했고, 적어도 초기 단계는 지구와 유사한 행성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발생했으며, 초기 지구의 지구화학적 조건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함께 화학 및 물리학의 제1원리를 통해 이러한 단계의 많은 부분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DeepL 번역 후 수정)
지난 100여년 간의 연구를 통해 생화학 특히 세포분자생물학에서는 생명체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유에너지의 흐름이 있어야 함을 매우 세밀하게 밝혔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자유에너지의 흐름이 있으면 생명체가 생겨날 수 있다는 주장이나 믿음은 충분한 근거로 뒷받침되지는 않는 듯 합니다.
여하간, 자유에너지의 흐름이 있어야 국소질서가 생겨날 수 있고 그래야 생명이 가능해진다고 말할 때, 일반적으로 자유에너지 흐름의 상한을 고려하지 않는 듯 합니다. 그런데 국소질서의 창발이 단순히 자유에너지만으로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또 온도만이 독립변수가 되는 것을 아닐 것입니다. '우연'이라는 용어가 등장하지만, 여하간 국소질서가 생겨나기 위해서는 온도와 압력과 산성도와 원료들의 조합 등 매우 많은 요인들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져야 할 것입니다. 이것을 흔히 미세조정의 문제라 부릅니다. 국소질서가 생겨나려면 다양한 여러 요인들이 기가 막히 잘 조정되어야 합니다. 조금만 잘못되어도 국소질서는 생겨나지 않습니다.
그런 면에서 자유에너지 흐름의 상한을 도입하기에 앞서 이미 아주 많은 요인들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Q2. 바이러스가 생명일까?
이 문제는 매우 흥미롭고 중요한 논제라서 여러 곳에서 다양하게 이야기되어 왔습니다.
제가 조금 더 익숙한 참고자료는 2016년에 나온 논문들입니다.
"바이러스 이해하기: 철학적 탐구"라는 제목으로 <생명과학 및 생의학의 역사와 철학 연구>라는 제목의 학술지에 실린 11편의 논문에서 바이러스를 철학적으로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를 깊이 다루고 있습니다.
Thomas Pradeu, Gladys Kostyrka, John Dupré (eds.) (2016) Special section on Understanding viruses: Philosophical investigations. Studies in History and Philosophy of Science Part C: Studies in History and Philosophy of Biological and Biomedical Sciences. https://bit.ly/3xjoqOr
바이러스는 잘 알려져 있듯이 물질대사기능을 갖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자체촉매 기능이 없습니다. 촉매는 화학반응에서 활성화에너지를 낮춤으로써 전체 반응이 지속되게 돕는 물질을 가리키고, 생화학반응에서는 이를 '효소(enzyme)'라 부릅니다. 자체촉매성은 매우 특별한 성질입니다만, 여하간 생화학반응과 관련되며, 이는 곧 물질대사(metabolism)에 대한 것입니다. 그러나 바이러스는 원천적으로 물질대사 기능이 없고 단지 일련의 유전정보를 숙주에 주입하여 숙주의 물질대상 기능을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관계맺음'이라 부르면서 '살아 있는 상태'로 규정하는 것은 부적절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관련하여 아래 논문이 도움이 되겠습니다.
Forterre, P. Defining Life: The Virus Viewpoint. Orig Life Evol Biosph 40, 151–160 (2010). https://doi.org/10.1007/s11084-010-9194-1
첨부파일 : Understanding-viruses-Philosophical-investigations-SHPBS-2016.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