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소의 『사회계약론』은 너무 비현실적인가?(추가)
루소의 책을 읽으며 그의 주장이 너무 비현실적인게 아닌가 하는 물음들과 관련해 제 생각을 나눠 봅니다.
저 역시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을 읽으며 비슷한 고민을 해 본 적이 있습니다.(사실 이 책의 원제는 『 The Tyranny of Merit 』으로서 아마도 ‘능력주의의 폭정’ 정도가 더 원래의 뉘앙스에 가까운 번역이 아닐까 싶긴 합니다.)
능력주의가 마치 불사신과도 같이, 그토록 수많은 다른 노선을 택하더라도 기어코 다시 되돌아오는 지점이라면, 혹 진화의 방향과 함께 어쩔 수 없이 인정해야 하는, 일종의 '적자생존' 법칙이 사회적으로 표현되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어서…세상이 원래 이렇게 생겨먹었다면 고치려는 노력이 허사가 아니겠냐고 남편에게 물었더니…
남편에게서 ‘진화라는 아주 거대한 시간의 스케일과, 지금 여기를 사는 우리의 훨씬 짧은 시간 스케일 속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혼동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돌아오더군요. 맞는 얘기구나 싶어 결국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고… 나아가 설령 이것이 적자생존의 법칙이라는 자연의 질서 자체에서 나온 것이라 한들,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자연이 어떠하든, 우주가 어떠하든, 인간은 인간의 시간을 살면서 인간의 도리를 하며 살아갈 뿐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우리는 답이 없어도 답을 찾아나갈 수 밖에 없고, 불가능해도 계속 가능을 꿈꿀 수 밖에 없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루소의 책처럼 도발적인 책이 지니는 진정한 가치는…
그 생각에 찬성하는 사람도, 반대하는 사람도 모두 책을 읽기 전과 읽은 후의 생각이 불가피하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설령 반대를 하더라도 끊임없이 그 책의 내용을 의식하며 반대를 하게 될테니까요.
이 책에서 수없이 되묻는, ‘그거 원래 당연한거야? 그게 정말 맞는 거야?’ 하는 루소의 물음이 굉장히 강렬하게 그 시대 사람들에게 가 닿았을 것 같고, 지금 책을 읽고 있는 제게도 역시 그렇네요. 그런 의미에서, 가능과 불가능을 묻기 이전에 무엇이 옳은지, 원래 그것이 당연한 지에 대한 물음 자체도 소중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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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소의 『사회계약론』은 너무 비현실적인가?(추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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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불을 지르러 온 루소의 <사회계약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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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새벽-화-시즌1. 발췌] 『조국의 법고전 산책』 1장 (pp.4~5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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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책새벽-화-시즌1. 발췌] 『조국의 법고전 산책』 1장 (『최후의 전환』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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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책새벽 - 화 : 법고전 읽기. 시즌1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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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새벽-화. 발췌] 저주받은 원자 : 8장. 불신의 시대 & 결론. pp.349-4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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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새벽-화. 발췌] 저주받은 원자 : 7장. 원자력 모스크와 기념비 pp.304-34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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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새벽-화. 발췌] 저주받은 원자 : 6장. 물, 피 그리고 핵무기 보유국 집단. pp.265-30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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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새벽-화. 발췌] 저주받은 원자 : 5장. 영역 다툼과 녹색혁명 (pp.209-24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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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새벽-화. 발췌] 저주받은 원자 : 4장. 유색 원자와 백색 원자 (진도에 맞춰 발췌 업데이트 중)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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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새벽-화. 발췌] 저주받은 원자 : 3장. 과거의 나쁜 꿈 잊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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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에게서 ‘진화라는 아주 거대한 시간의 스케일과, 지금 여기를 사는 우리의 훨씬 짧은 시간 스케일 속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혼동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돌아오더군요. 맞는 얘기구나 싶어 결국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고… 나아가 설령 이것이 적자생존의 법칙이라는 자연의 질서 자체에서 나온 것이라 한들,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자연이 어떠하든, 우주가 어떠하든, 인간은 인간의 시간을 살면서 인간의 도리를 하며 살아갈 뿐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우리는 답이 없어도 답을 찾아나갈 수 밖에 없고, 불가능해도 계속 가능을 꿈꿀 수 밖에 없겠구나 싶었습니다. "
이 부분을 읽다보니 문득 어떤 기억이 연결되던데요. (저는 알릴레오북스 애청자), 거기서 유시민작가의 말 중에, '옳음'과는 먼 사회 현실의 모습에 절망하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차원인지 작가 자신이 과학공부하면서 찾은 답인지 하여튼, 종의 진화적 차원에서 그 현상을 고찰해보면, 환경 효율성이나 적합성보다는 다양성의 추구가 나타나는데(그렇치않으면 이례적 환경이 나타나면 그 종이 종말을 맞을 수 있는 확률 때문에) 인간사회의 부조리한 문제들을 해결하려 해도, 혹여 모두를 만족시키는 정답이 있다해도, 현실적으로 완벽히 효과가 나질 않는다는 겁니다. 말이 길어서 뭔말을 하는지 저도;; 늘 부조리함이 있는게 '정상상태'라는 거죠. 물론 부조리한 그 부분들을 개선시켜 나가려 노력을 해야하지만. 공산사회가 유토피아 같은데 공산사회가 더 계급적이었고 결국 파산되고 만 역사적 예를 보아도 어떤 문제에 대해 내놓는 해법이 너무 아이디얼한 꿈, 이상만 쫒는건 아닌지 저도 제 자신을 돌아보며 정신없는 답문을 썼습니다.;; 글쓰기 참 어렵습니다;;
역시 지연쌤 ? 생각이 질서있게 논리적으로 언어로 표현되는 경지가 부럽구 멋지네요. 낭독시간에 제가 공상적이라고 말한 것 같은데, 어떤 정합적 생각단계을 거쳐 나온 말이 아니라 그냥 쑥 뱉어진 말이었어요. 반성합니다. 사실 저도 루소의 주장에 대해 부정적 감정이 아니라 긍정하는 입장이거든요. 세상의 정치담론들이 현실성있는 주장, 방안들만 열거한다면 그래서 잘 적용된다해도 그 사회는 정체될 운명을 피할 수 없게 될 것같군요. 그타고 현실적 토대없이 공상적 주장만 남발대도 무의미할테구요.
그러고보니 이런 궁금증 생깁니다. 루소 자신은 이 글을 쓰면서 어느정도나 실현될 수 있을거라기대했을까.
반성이라니요. 함께 읽으며 덕분에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볼 수 있어 좋습니다. 저도 사실 반성문입니다. 에밀 서문 읽으며 루소를 좀 미워했었거든요. ^^ 그냥 저도 떠오르는 생각을 한 번쯤 정리해 보았습니다. 사실 저야말로 위의 글과는 반대로 효율과 타산을 잘 따지는 사람이라서 반성적 차원에서 정리해 본 거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