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밤-시즌2. 발췌] 우연과 필연. 5장.분자 개체 발생.
모임 정리
책밤
작성자
neomay33
작성일
2022-12-26 17:46
조회
1399
책밤-시즌 2 : 『우연과 필연』 5장. 분자 개체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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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과 필연』. 자크 모노 지음. 조현수 옮김. 궁리. 2022(제2판). 2010(제1판). 제5장. pp.121-144.(쪽수는 1판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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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아카데미에서는 매주 화요일 밤 9-10시에 온라인 책읽기 모임 '책밤'을 합니다. 현재 자크 모노의 <우연과 필연>을 읽고 있습니다. 모임에서 읽은 내용 중 핵심적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을 챕터별로 발췌해서 옮기고 있습니다. 질문이나 토론거리, 함께 보면 좋을 자료들이 있으시면 부담없이 공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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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과 필연』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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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1. 이상한 존재들
2. 생기론과 물활론
3. 맥스웰의 도깨비
4. 미시적 사이버네틱스
5. 분자 개체 발생
6. 불변성과 요란
7. 진화
8. 지식의 최전선
9. 왕국과 어둠의 나락
부록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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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분자 개체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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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21-122. 이 장에서 나는 이러한 자발적이고 자율적인 형태발생의 과정을 끝까지 분석해보면 결국 이 과정은 단백질의 입체특이적 식별력에 근거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 이러한 과정은 ... 먼저 미시적인 차원에서부터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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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22. 거시적 구조의 개체발생을 미시적 상호작용에 의해 분석한다는 것은 아직도 턱없이 요원한 일이다. 하지만 몇몇 분자 구조물의 조립과정은 오늘날 아주 잘 이해되고 있다. 나는 이 과정이 참으로 하나의 '분자 개체발생'에 해당한다는 것을, 즉 이 과정의 본질이 물리적인 것임이 드러난다는 것임을 보여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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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23.
올리고머 단백질에 있어서 하위 단위들의 자발적 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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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23. 하나의 올리고머(oligomer) 분자 속에 들어 있는 프로토머(promomer. 하위 단위체)들은 각자가 서로에게 기하학적으로 동등하도록 배열되어 있다. 그러므로 올리고머 분자는 참으로 미시적인 결정을 이룬다. ... 이 결정은 반드시 새로운 대칭 요소들을 얻어야만 생장 ... 폐쇄 결정(結晶)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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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25. 지금 우리의 관심을 끄는 중요한 핵심은 이 분자적인 후성 과정이 가지고 있는 자발적인 성격이다. 이 과정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의미에서 자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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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올리고머의 형성에 필요한 화학적 포텐셜을 계 내에 주입할 필요가 없다. 이 화학적 포텐셜이 모노머들의 용액 속에 이미 들어있다고 보아야 한다.
2. 이처럼 열역학적으로 자발적인 이러한 과정은, 또한 운동학적으로도 역시 자발적이다. 이 과정을 활성화하기 위해 어떤 촉매도 필요치 않다. 이는 ... 비공유결합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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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26.
복합 입자들의 자발적 구조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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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27. 복잡한 분자 구조물의 자발적 구축에 대해서 오늘날 알고 있는 가장 괄목한 사례는 아마도 몇몇 박테리오파지(bacteriophage)의 사례일 것이다. 박테리오파지 T4의 복잡하고 매우 정밀한 구조는 이 입자의 기능에 잘 대응하고 있다. 그 기능이란 ... 자신의 게놈(즉 DNA)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숙주의 세포벽에 들러붙어서 주사기처럼 자기가 갖고 있는 DNA를 그 속에 주입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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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28. 전체의 구축을 위한 '정보'의 원천이 되는 것은 서로 결합하여 전체를 이루는 개별적 분자들 각각의 구조 자체다. 그러므로 이런 복잡한 구조가 후성적으로 발생하는 과정의 본질은 다음과 같다. 즉, 다(多)분자로 구성된 복잡한 구조물의 전체적인 조직은, 이 전체를 구성하는 개별 구성용소들 각각의 구조 속에 잠재적으로 포함되어 있는 것이지만, 이들 개별 구성요소들이 서로 결합해야지만 비로소 그 모습을 드러내고 현실화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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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29. 어떤 구조가 후성적으로 형성된다는 것은 창조가 아니라 드러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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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적 형태 발생과 거시적 형태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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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29-130. 미시적 구조물의 형성에 대한 연구에 근거를 둔 이러한 생각이 마찬가지로 거시적 구조(조직, 기관, 사지 등)의 후성적 발생에 대해서도 설명할 수 있고, 또 설명해야 한다는 사실을 현대 생물학자들은 의심하지 않는다. ... 이와 같은 문제는 그 크기에서 뿐만 아니라 복잡성에 있어서도 전혀 다른 또 하나의 차원으로 제기된다. 이 차원에서 가장 중요한 구조-구축적 상호작용은 ... 세포들 사이에서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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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32. 거리가 떨어진 상태에서 어떻게 상호작용-원격작용-이 일어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아마도 발생학에서 가장 어렵고도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발생학자들은, 특히 재생과 관련된 현상들을 설명하기 위해, '형태발생의 장' 혹은 '그라디엔트'라는 개념을 도입하였다.... '근접 상호작용'의 개념만이 물리학적으로 정확한 의미를 줄 수 있는 유일한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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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32-133. 순전히 정적이기만 한 것인 '입체특이적 상호작용'이라는 개념으로는 '형태발생의 장'이나 '그라디엔트'를 해석하는 데에는 부족함이 있을 수 있다. ... 그렇지만 나로 말하자면, 최종적으로 분석해보면 결국 단백질의 입체특이적 결합력이야말로, 이들 현상들을 해명하는 열쇠를 줄 수 있으리라 확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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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백질의 1차 구조와 구상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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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33. 생명체가 행하는 모든 합목적적 작용과 생맹체가 가진 모든 합목적적 구조는, 적어도 원칙상, 이러한 입체특이적 상호작용들에 이뤄지는 것 ... (이러한) 합목적성의 역설을 해결하기 위해서 이제 남은 것은 이와 같은 입체특이적 결합을 기능하게 하는 단백질의 구조가 어떻게 형성되었으며 어떻게 진화되어왔는지를 밝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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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34. 합목적성의 궁극적인 '비밀'을 숨기고 있는 이 분자적 구조를 자세히 분석해보면 심오한 의미를 담은 결론에 이르게 된다 ... 우선 구상 단백질의 입체 구조는 두 가지 유형의 화학적 결합에 의해서(부록 1 참조) 결정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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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위 '일차' 구조는 아미노산 잔기들이 선형으로 배열되어 이루어진다.
2. 그렇지만 단백질이 자연스럽게 취하고 있는 구조는 ... 둥그스름한 구상 구조 ... 단백질 분자 내부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비공유적 상호작용들의 총합이야말로, 아니 이들 상호작용들의 상호협력이야말로 단백질의 기능적 구조를 안정화하는 요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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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35. 지금 우리의 ... 물음은 단백질의 인지적 기능을 가능하게 하는 이런 특수하고 독특한 형태가 어떻게 개체발생하느냐, 즉 이런 형태가 어떤 방식으로 형성되는가 하는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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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단백질 분자를 구성하는 수천의 원자들 중 대다수의 위치가 단지 몇 분의 1앙스트롬의 오차로 결정되고 있...다. 이처럼 한 가지 형태만을 취한다는 것과 ... 구조가 이처럼 정확하다는 것이야말로 구상단백질이 가진 생물학적으로 핵심적인 속성, 즉 입체특이적 결합성을 가능하게 해주는 조건이 된다는 점에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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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구조의 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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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36. 이런 구조가 형성되는 메커니즘.
1. 단백질 구조를 유전적으로 결정하는 유전자는 단지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 잔기들의 배열순서(서열)만을 규정할 뿐.
2. 이렇게 합성된 폴리펩티드 섬유는 자발적으로 또한 자율적인 방식으로 접혀져 둥그스름한 형태를 취하게 되고, 이 형태가 어떤 기능을 발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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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하나의 폴리펩티드 섬유는 원칙상으로는 수천 가지의 접혀진 형태를 취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그중 단 하나만을 선택해서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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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36-137. 단백질 분자의 후성적 발생...을 설명하는 것은 그 원칙상 비교적 간단한 일이다.
1. 생리학적으로 정상적인 환경, 즉 수상(水相)에서는 단백질의 접혀진 상태가 ... 펼쳐진 형태보다 열역학적으로 보다 안정적이다. 왜 접혀진 상태에서 더 큰 안정성을 얻게 되는가 ... 아미노산 잔기들 중 대략 절반은 '물을 피하려 하는 성질'(소수성)을 지닌다. ... 이런 특질 때문에 단백질은 잔기들이 상호 접촉하여 서로를 고정시키는 조밀한 구조를 취하게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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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37.
2. 어떤 하나의 폴리펩티드 배열이 취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다양한 접혀진 구조들 중에서 오직 하나만이, 혹은 오직 아주 소수만이, 가능한 가장 조밀한 구조를 실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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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38. 어떤 ... 단밸질로 하여금 어떤 기능적 활성을 가지게끔 하는, 특정한 구상적 형태는 섬유 속에 들어 있는 잔기들의 배열순서에 의해 사실상 강제로 부여되는 것이다. ...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어떤 단백질의 차원 구조를 완전히 정하는 데 필요한 정보의 양은 단지 선형적 배열순서가 담고 있는 정보의 양보다 훨씬 더 크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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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성적으로 '풍부해진다'는 거짓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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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38-139. 그러므로 유전자(게놈)가 단백질의 기능을 완전히 결정한다고 말하기에는 어떤 모순이 있...다. 단백질의 기능이란 보다시피 그 3차원적 구조로 인해 얻어지는 것인데, 유전자가 결정하는 것은 단지 폴리펩티드를 이루는 아미노산의 배열순서 뿐이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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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39. 초기 조건이 단백질의 구상 구조에 최종적으로 들어 있는 정보를 형성하는 데 기여한다고 말할 수 있...지만 초기 조건은 이 정보의 내용을 ... 규정함으로써가 아니라, 단지 다른 가능한 구조들이 실제로 실현되는 것을 막음으로써 그렇게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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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40. 구상 단백질이 그 구조를 형성해가는 과정 속에서 ... 유기체의 자율적인 후성적 발생의 미시적 축도와 그 원천을 동시에 볼 수 있다. ... 매 단계에서 보다 고차적인 질서를 가진 구조들과 새로운 기능들이 생겨나는데, 이들은 전 단계의 산물들 사이에서 자발적으로 일어나는 상호작용들의 결과로서 생기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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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40-141. 그러므로 생명체의 모든 합목적적인 구조와 작용이 이뤄지도록 하는 궁극적인 근거는 폴리펩티드 섬유의 아미노산 잔기들의 배열 속에 들어 있는 것이다. 아미노산 잔기들의 배열이야말로 맥스웰의 생물학적 도깨비를 낳는 '맹아' ... 이 배열순서를 기술하는 것을 넘어서 그 결합의 법칙을 밝혀낼 수 있다면, 그것은 생명의 비밀을 관통하는 일이자 궁극적인 근거를 발견하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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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목적적 구조의 궁극적인 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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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41. 분석과 통계의 현대적 기법을 이용하여 이들을(단백질의 배열순서) 체계적으로 비교해본 결과, 일반적인 법칙을 도출 ... 그것은 우연의 법칙이었다.
p.141-142. 다음과 같은 의미에서 '우연적'이다. 즉 200개의 아미노산 잔기를 가지고 있는 단백질에서 그중 199개의 순서를 정확히 알고 있더라도, 아직 밝혀지지 않은 나머지 하나의 잔기가 어떤 것인지를 예측하게 해줄 어떤 이론적이거나 경험적인 규칙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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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42. 우연에 의해 정해진 아미노산들의 배열순서는 각각의 유기체에서 혹은 각각의 세포에서, 아주 오랫동안 매 세대를 거쳐 실제로 수천 번씩 혹은 수백만 번씩, 구조의 불변성을 아주 정확하게 보장해주는 메커니즘에 의해 반복되어온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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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의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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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43-144. 메커니즘의 세부적인 곳까지 구태여 알지 않고서도, 폴리펩티드 섬유 속에 들어 있는 아미노산 잔기들의 배열이 전하는 신비로운 메시지의 깊은 의미가 무엇인지는 이해할 수 있다. 이 메시지는 어떤 기준에서 보게 되더라도 우연에 의해 쓰여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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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기능을 가진 단백질 하나의 개체발생 속에는 모든 생명체 전체의 기원과 혈통이 다 반영되어 있다. 그리고 생명체가 나타내고 추구하고 실현시키는 의도의 궁극적인 원천은 단백질의 1차 구조가 전하는 이 메시지 속에서 드러나고 있..다. ... 본질적으로는 해독 불가능한 메시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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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해독 불가능한가? 왜냐하면 이 메시지는 그것이 자발적으로 수행하게 될, 생리학적으로 필수적인 기능이 드러나기 전까지는 자신의 구조가 순전히 우연에 기원을 두고 있음을 드러낼 뿐이기 때문 ... 그러나 바로 이런 사실이야말로 태고로부터 전해져 내려운 이 메시지가 우리에게 전하고 있는 가장 심원한 의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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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끝.)
요즘 주목받고 있는 ChatGPT에서 "Summarize the book, Chance and Necessity."라고 질문했더니, 다음과 같은 대답을 내놓았습니다.
"Chance and Necessity is a book written by French scientist Jacques Monod in 1970. The book explores the concept of evolution and the role that random chance and natural selection play in shaping the development of living organisms. Monod argues that the diversity of life on earth is the result of a series of accidental mutations that occurred over time, and that the survival and reproduction of these mutations was determined by the needs of the environment.
Monod also discusses the concept of the "selfish gene," which suggests that genes are the primary driving force behind evolution and that individual organisms are simply carriers of their genes. This theory challenges traditional views of evolution, which often focus on the role of the individual or the species as a whole.
In addition to discussing the scientific basis of evolution, Monod also explores the philosophical and ethical implications of this understanding of life. He suggests that the realization that human beings are the product of random chance rather than divine design has significant consequences for how we view ourselves and our place in the world."
1970년에 출간된 <우연과 필연>에서 1976년에 출간된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에 나오는 개념을 논의했다니 당혹스러운 대답입니다. 그뿐 아니라 모노는 유전자를 중심에 두는 관념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으니까 이 대답은 잘못된 것이겠죠. <우연과 필연>을 직접 읽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 거짓말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아 좀 걱정이 됩니다.
새로운 대답을 요청했더니 다음과 같은 대답이 나오네요.
"Chance and Necessity is a book written by French philosopher and scientist Jean-Baptiste Lamarck in which he explores the concept of evolution through natural selection. In the book, Lamarck argues that living organisms evolve over time through a process of adaptation to their environment, in which traits that are beneficial for survival are passed down to future generations.
Lamarck also discusses the role of chance in evolution, arguing that the random mutations that occur in an organism's DNA can sometimes lead to new traits that may be advantageous or disadvantageous for survival. He also suggests that the environment plays a significant role in the evolution of species, as organisms must adapt to their surroundings in order to survive and reproduce.
Overall, Chance and Necessity is an important early work in the field of evolutionary biology, and its ideas continue to influence modern theories of evolution and the origin of life."
<우연과 필연>의 저자를 장 바티스트 라마르크라고 하는 것도 그렇지만, 실제적인 내용이 대체로 잘못되어 있습니다. 잘못된 정보(misinformation)가 점점 더 쉽게 널리 퍼져나가기 쉬운 세상이 되고 있는 듯 합니다.
chatGPT 가 아직은 어설프네요. 지금은 GPT 3 기반이라던데, 곧 4 가 나온다지요? 그럼 좀 나아질까요? 저걸로 리포트도 많이들 썼다던데, 역시 날로 먹는 게 잘 되는 게 없네요.
책이 너무 흥미로워 책을 샀는데... 안 읽고 던져놓는 이상한 현상이 자주 일어나는 데... 오늘 발췌부분 읽고보니 당장 펼치고싶은 욕구가 왕성해지네요. 소중한 발췌 감사합니다. 김재영선생님~ 댓글덕분에 chat GPT 라는 새로운세상도 알게 됐네요. 늘 새롭고 넓은 지식 알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접근이 쉬워질 수록 엉터리 정보도 많아지지만, 그럴싸한 거짓정보는 심각한 문제죠... 진짜가 가짜되는 세상될까 걱정도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