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스피라시'(Seaspiracy)는 여느 환경 다큐와 무엇이 다른가?

최근 넷플릭스에서 개봉한 다큐멘터리 <씨스피라시> (Seaspiracy)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쟁점이 무엇이고, 이 영화는 어떤 점이 달라서 관심과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지, 실제 영화에 등장하기도 한 가디언지 칼럼니스트의 기사를 통해 알아봅니다. 논쟁이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더 구체적으로 다루는 기사 링크를 이 글 말미에 따로 소개하였습니다.

기사 원문 보기 : “Seaspiracy shows why we must treat fish not as seafood, but as wildlife.” George Monbiot. 2021. 4. 7. The Guardian.


BBC에서 바다의 위기를 다루는 다큐멘터리를 만들 때면 바다생태계를 파괴하는 가장 큰 주체가 수산업임을 어떻게든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를 씁니다. 2017년 방영된 BBC 다큐멘터리 <푸른 지구 II>(Blue Planet II)에서는 어업과 관련된 편이 단 하나인데, 그 내용은 노르웨이 청어잡이 배가 돌고래에게 얼마나 친절했는지였습니다. 이 다큐는 수산업이 해양 생물에게 가장 큰 위협이 아니라 오히려 구원자임을 보여주었습니다.

마치 화석연료 기업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밝히지 않고 기후 붕괴에 대한 영화를 만드는 격입니다. 2006년에 나온 BBC 다큐도 마찬가지입니다. <기후위기에 관한 진실>(The Truth about Climate Change)에서는 화석연료 기업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부분에서만 등장합니다. 그 기업이 탄소 포집과 저장 기술을 실험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뭔가’가 무엇인지 말해주지도 않고 “뭔가 해야”(do something)한다는 식으로, 전혀 정의되지 않은 문제들을 가지고 상영시간 내내 부르르 떠는 것으로 영화가 채워져 있을 뿐입니다.

[그림 1] 다큐멘터리 <씨스피라시> 중 한 장면. (출처 : The Guardian. 사진 : Artgrid)

이런 영화들에는 미디어 대부분을 괴롭히는 질병의 증상이 드러나 있습니다. 바로 권력과 대면하기를 두려워하는 병입니다. 이후에 나온 BBC는 좀 낫지만 여전합니다. 이들 다큐는 우리의 생명 유지 시스템에 대한 거대한 상업적 공격을 우리로 하여금 못 보게 하고, 플라스틱 빨대나 면봉같은 내가 ‘micro-consumerist bollocks(MCB)’라고 부르는 이슈로 우리의 시선을 향하게 만듭니다.

필자는 MCB같은 것을 일종의 회피 활동(displacement activity)이라 봅니다. 경제 권력과 대결하지 않고 안전하게 하는 일들이죠. 이런 활동은 지구를 구하는 것과는 아무 상관도 없고, 문제를 체계적으로 볼 수 없도록 만들고 효과적인 행동을 약화시킵니다.

신자유주의의 가장 중요한 전제는, 의사 결정을 내리는 곳이 민주적인 정부가 아니라 “시장”을 통해 작동하는 각 개인으로 옮겨질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정치를 이용하기보다는 우리의 구매를 통해 그 일을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만약 신자유주의자들이 이런 넌센스를 절반만 믿어도, 우리가 가능한 한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고 따라서 이들의 위대한 소비자 민주주의 내에서 효과적으로 우리가 의사 결정할 수 있다고 이들이 보장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 대신 미디어는 계속해서, 우리의 소비가 만들어내는 영향에 대해 완전히 무지하도록 만들겠지요.

[영상 1] 다큐멘터리 <씨스피라시>(Seaspiracy) 예고편.

그런데 우리가 몰랐던 그런 사실 하나가 막 터트려졌습니다. 저예산 영화 <씨스피라시>는 알리 타브리지와 루시 타브리지가 처음으로 만든 작품이며, 거대 미디어가 지금까지 못해왔던 일을 해냈습니다. 이들은 권력에 정면으로 맞섰습니다. 이 다큐는 영국을 포함한 몇 개 나라의 넷플릭스에서 대 히트를 치고 있습니다. 마침내 사람들이 엄청난 사실을 알기 시작한 것입니다. 해저에 거대한 그물망을 던져 끌어올림으로써, 혹은 28마일(약 45km) 길이의 갈고리 그물을 설치함으로써, 혹은 잔인하게 생물종들을 없애나감으로써 해양 생물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이 영화의 내용 중 몇 부분에는 잘못이 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수산업이 붕괴하는 시점에 대한 수치는 유효하지 않은 예전 자료를 가져왔고, 부수어획(bycatch. 의도치 않게 포획된 해양생물)에 대한 수치 중 두 가지도 부정확합니다. 바다 생물에 저장된 탄소와 바닷물에 저장된 탄소를 혼동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영화가 타격하고 있는 대상은 정확합니다. 즉 산업화된 수산업입니다. 통탄스럽게도 미디어와 보존 단체들은 이 사실을 무시하고 있으며, 전세계의 수많은 야생생물들과 생태계를 산업적인 수산업이 붕괴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그림 2] 원양 주낙식 갈고리는 참치, 황새치 등을 대상으로 하지만 바다거북이 등 다른 해양생물들이 무작위로 포획되어 죽임을 당하고 버려진다. (출처: NOAA)

또한 강한 힘을 가진 나라들의 거대한 배들이 작은 지역 사람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해양 보존 구역”에서 말도 안되는 일들이 일어납니다. 말하자면 산업화된 조업이 보존구역 내에서 여전히 허용되는 일 같은 것들입니다.유럽 연합 내의 소위 보존 구역 내에서 이루어지는 저인망 조업의 정도는 비 보존구역에서보다 더 큽니다. “지속가능한 해산물”은 많은 경우에 지속가능하지 않습니다. 상업적 어업은 해양 생물들을 죽이고 감소시키는 가장 큰 원인입니다. 뿐만 아니라 인간에게도 극도로 잔인할 수 있습니다. 노예 노동과 착취가 이러한 상업화, 산업화된 수산업에서 횡행하고 있습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UN Food and Agriculture Organisation; UN FAO)의 가장 최근의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해양 어류 개체군의 6.2%만이 “완전히 어획되지” (fully fished)않았거나 “남획되지”(overfished) 않았으며,  이들 어류도 계속 감소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완전히 어획”된다는 것은 “지속가능한 정도의 최대치”를 잡는 것을 의미하며, 어장을 붕괴시키지 않고 잡을 수 있는 최대 어획량을 말합니다.

이것이 바로 어장 관리의 핵심 목표입니다. 그러나 생태학자의 관점에서 볼 때, 이렇게 하면 극도로 과도하게 개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칼럼 로버츠 교수(Callum Roberts)의 연구에 따르면, 어류와 다른 해양 생물들의 개체수는 산업화된 수산업이 시작되기 전에는 훨씬 더 많았으며, 다수 지역의 해저 환경 상태도 완전히 달랐다고 합니다. 최대 한도 내에서 “잘 관리”되는 어업이라 할지라도 풍부한 생태계를 복구하는 데에는 방해가 된다는 겁니다.

[그림 3] 가장 큰 저인망 그물은 점보제트기 13대가 들어갈 정도로 크다. (출처: 영화 <씨스피라시> 중에서.)

모든 저널리즘, 모든 과학과 마찬가지로 모든 영화도 실수를 함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세부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필자도 동의합니다. 그러나 사실(facts)에 대해서는 까다롭게 따져야 합니다. 한번 봅시다. <씨스피라시>의 실수에 대해 소리치는 수산업 관련 과학자들이, <블루 플래닛 II>나 2019년에 나온 후속편 <블루 플래닛 라이브>가 저지른 훨씬 더 큰 허위 사실과 누락에 대해서는 항의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블루 플래닛 라이브>는 완전히 새로운 수준으로 주의를 흐트리고 왜곡했습니다. 이 다큐는 대체로 플라스틱에 촛점을 맞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플라스틱 기업을 언급하지도 않았습니다. 플라스틱, 기후 붕괴, 수산업이 생태계에 미치는 압박 이런 것들이 마치 허공에서 나온 것처럼 다루었습니다. 강력한 이익 관계자들로부터 관심의 방향을 틀어버렸고, 이 영화에서 제시하는 해결책들 대부분은 아주 사소한 기술적인 반창고같은 것에 불과했습니다. 예를 들어 부모를 잃은 바다표범을 구조한다거나, 산호에 먹이를 주거나, 상어 입에 걸린 갈고리를 제거한다거나 하는 일들이죠. 이런 얘기들은 틀렸을 뿐만 아니라 웃기는 일입니다. 예를 들어서, 해변을 청소함으로써 “대양에서 플라스틱을 없앨” 수 있다고 했습니다.

[영상 2] MSC(Marine Stewadship Council)의 ‘지속가능한 해산물’ 인증이 지속가능하지 않으며 오히려 해양 생물을 파괴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강력한 개혁을 요구하는 단체 “On the Hook”의 홍보 영상.

그런데 왜 다들 가만히 있는 걸까요? 위대한 생물학자 랜섬 마이어스(Ransom Myers)가 지적했듯이, 아마도 수산업 관련 과학자들은 자신들의 생계가 달려있는 기업들과 스스로를 동일시하게 된 것 같습니다. 이들은 산업적인 수산업계를 편드는 엄청난 왜곡은 통과시키고, 기업들이 좋아하지 않을만한 훨씬 더 작은 실수에는 길길이 날뛰는 것 같아 보입니다.

필자가 보기에 이 문제는 두 단어로 상징화될 수 있습니다. 과학적인 문헌과 공식적인 문서에서  늘 마주치는 용어인데, “underfished”와 “underexploited”입니다. 수산업 과학자들이 “완전히 어획”(fully fished)되지 않았다는 의미로 사용하는 용어입니다. 사람들이 사용하는 단어들에 어떻게 생각하는지 드러나는 걸 감안해보면, 이런 용어들은 너무나 강력하고 너무나 분명하고 너무나 끔찍합니다.

이들 수산업 관련 과학자들은 다른 시대, 즉 인간이 지구를 지배하고 착취할 신성한 의무를 지녔다는 지배주의를 믿었던 시대에 속해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이렇게 분개하는 이유는 <씨스피라시>의 실수때문이 아니라 그 영화가 지닌 전체적인 세계관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지금은 바다를 새로운 시각을 보아야할 때입니다. 물고기는 해산물이 아니라 야생생물로 다루어야 하고, 어류 집단은 저장고나 재고가 아니라 개체군으로 보아야 하며, 해양의 먹이망은 어장이 아니라 생태계로 보아야 합니다. 해양 생태계의 존재는 착취의 기회가 아니라 자연의 경이로움으로 보아야 합니다. 푸른 지구와 우리 인류의 관계를 재설정 해야할 때입니다.

번역 : 황승미 (녹색아카데미)


기사 원문 보기

다음 링크에서 <씨스피라시>에 포함된 잘못된 정보, 비판과 반론을 다루는 좀 더 자세한 기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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