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 마이클 만과 빌 게이츠의 새 책

기후과학자인 마이클 E. 만과 빌 게이츠의 새 책이 최근 거의 동시에 나와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서평, 비평, 광고, 후기들을 많이 접하고 계실텐데요. 비교적 차분하게 두 책을 함께 다루고 있는 기사가 있어서 소개드립니다.

기사 원문 보기 : “How to Avoid a Climate Disaster by Bill Gates; The New Climate War by Michael E Mann – review.” Bob Ward. 2021. 2. 14. The Observer.


<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

비과학적인 부정(climate denial)과 거짓 정보로 점철되었던 도날드 트럼프 정부 4년이지나고 조 바이든 정부가 들어섰습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구 기후 행동에서 미국이 리더십을 보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 시점에 중요한 책 두 권이 나왔는데 이 책들은 미국 대선 결과가 밝혀지기 전에 쓰여졌습니다. 한 권은  마이클 E. 만의 <The New Climate War: The Fight to Take Back Our Planet>이고, 또 한 권은 빌 게이츠의 책 <How to Avoid a Climate Change: The Solutions We Have and the Breakthroughs We Need>입니다.

빌 게이츠의 책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효과적으로 0으로 만들어서 지구온난화를 중지시킬 수 있는 방법을 거부할 수 없는 방식으로 설명합니다. 빌 게이츠와 멜린다 게이츠는 자신들의 이름으로 된 재단을 만들었고 세계 보건과 질병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특히 가난한 나라들에 대해서 엄청난 일들을 해온 것으로 유명합니다. 

빈곤과 질병 문제 해결을 위한 싸움의 토대를 허물 수도 있는 기후 정책, 에너지 정책에 대해 게이츠는 종종 스스로 모호한 태도를 취해오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 기후변화가 개발국들의 삶과 생활환경에 더 큰 위협이 될 것이라는 것을 게이츠 자신이 잘 이해하고 있음을 드러냅니다. 어느 나라에서든 가뭄, 홍수, 폭염 등에 가난한 사람들이 가장 취약하기 때문에 생활 수준을 높이는 데에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기후위기는 피할 수 없으니, 부국이든 빈국이든 현재와 미래의 기후변화에 대해 회복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게이츠는 강조합니다. 그러나 기후변화의 영향에 적응(adapting)하는 것이 해결책은 아니며, 온실가스를 대기로 배출하는 것 자체를 줄여야한다고 분명히 얘기합니다.

온실가스 순배출제로를 달성하기 위해 게이츠는 아주 간단한 길을 펼쳐 보여줍니다. 우리가 해결해야할 과제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독자들이 파악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숫자를 이용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 전세계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이 500억 톤(CO2)이었고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향후 몇 십 년 동안 0으로 만드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 책에서는 온실가스 배출원을 크게 몇 개로 나눕니다. 제조, 전기 사용, 이동입니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말로 문제의 틀을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 게이츠는 잘 아는 거죠.

가장 큰 목표에서부터 게이츠의 전략은 단순합니다. 화석연료를 재생가능에너지와 핵발전(원자력발전)으로 대체하고 (우리 삶 속의) 활동을 가능한 전기화함으로써 전기 생산 부문에서 탄소 발생량을 0로 만드는 것입니다. 이론적으로는 될 것 같지만, 중요한 어려움이 있습니다. 태양광 패널이나 풍력 터빈으로부터 얻는 전기는 항상 공급되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게이츠가 쓰는 핵심적인 묘책은 화석연료에 비해 깨끗한 대안에너지의 비용이 얼마나 되는지, 어느 곳에서 더 비싼지 계산하고 그 차이, 즉 “green premium”을 정량화하는 것입니다. 그런 다음 이 프리미엄을 혁신이나 정부 정책을 통해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설명합니다.

이 전략의 신뢰성은 기술을 통해 보여줍니다. 대기로부터 이산화탄소를 포집해서 저장하는 새로운 기술들로, 게이츠가 자신의 돈을 투자하고 있는 기술들입니다. 부와 개인제트기 같은 것 때문에 자신의 진심이 의심받을 것임을 게이츠 스스로도 인정합니다. 책을 읽어보면 기후변화에 대한 진심과 의지를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유일하게 우려되는 주요한 지점은, 부유한 나라들의 2050년 순배출제로 목표를 강조하면서 향후 10년 동안의 배출 감축은 게이츠가 덜 중요하게 다룬다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온난화의 정도는 축적된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미국이나 영국같은 나라들이 지금 당장 급격하게, 그리고 향후 30년 동안 계속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 합니다.

마이클 만 <새로운 기후 전쟁>

게이츠는 마이클 만의 새 책 <The New Climate War: The Fight to Take Back Our Planet>에서 표적이 됩니다. 멜린다 & 빌 게이츠는 2016년 신년인사 글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 하며 “우리에게는 에너지 기적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는데 마이클 만은 이 부분을 비판합니다.

마이클 만은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기후과학자입니다. 그는 현재 많은 (재생가능하고 깨끗한) 에너지 대안들이 화석연료를 대신할 수 있으며 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화석연료에 대해서 가격경쟁력도 있다고 지적합니다. 기적은 필요 없으며, 우리는 이미 현재 재생가능에너지 기술만으로 100% 깨끗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고 마이클 만은 말합니다.

그의 책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기후)행동하지 않는 사람들”(inactivists)에 대해 새로운 전쟁을 준비하자는 것입니다. “행동하지 않는 사람들”이라 함은 화석연료 퇴출을 방해하기 위해 “기만, 분열, 미루기”같은 새로운 전략을 쓰는 사람들을 일컫습니다.

마이클 만은 확고한 사람입니다. 지난 20여 년 동안 미국 정치와 미디어는 기후변화를 부정하면서 그 자신과 그의 연구에 대해 온갖 불명예스러운 맹공격을 해왔고 그는 맞서 싸워왔습니다. 화석연료 퇴출 노력에 반대하는 자본투자자들과 이상적 극단주의자들도 더 이상은 현실의 기후변화를 부정하지 못할 것이라 마이클 만은 경고합니다. 이제 모두가 자신의 주변에서 그 증거를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신 기후 행동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제 더 교묘한 논쟁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들이 어떻게 기후과학자들과 활동가들로부터 서투르게 논리를 끌어와 쓰고 있는지 마이클 만은 드러내고 있습니다.

또한 특히 시민 개개인과 소비자들의 행동에 책임을 전가하려는 시도에 대해서도 주의가 필요하다고 마이클 만은 지적합니다. 개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여기에 집중하면 시스템 차원의 변화를 만들어가는 데에 정부와 기업의 핵심적인 역할이 있음을 놓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마이클 만은 기후 연구자들이 비행기 이용을 수치스러워 하는 사례도 비판합니다. 전문가들이 기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치인들을 얼마나 잘 설득했는가와 무관하게, 개인적으로 희생하고 궁핍하게 살아야 자신이 기후 문제를 심각하게 여긴다고 받아들여진다는 잘못된 인상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소위 플라이트 쉐임(flight shame), 즉 항공 이용을 부끄러워하는 문화가 생겼지만, 실상은 주목 받는 정도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 기여는 3%로 낮은 편입니다.

마이클 만은 멸종저항(Extinction Rebellion)을 포함한 “종말론자”(doomsayers)도 공격합니다. 이들은 우리가 이미 되돌아갈 수 있는 지점을 지나버렸다고 주장하며, 목전의 기후 파괴에 대해 우리 모두가 책임이 있다고 비난합니다. 이런 주장은 과학에 기반하지 않고 있으며, 화석연료를 우리 세계에서 제거하려고 애쓰는 사람들을 포기하도록 만든다는 것입니다. 

공격을 충분히 하지는 않고 있지만 마이클 만의 주장은 강력하고 진실됩니다. 마이클 만의 책이 기후 활동가들에게도 기후 부정론자들에게도 모두 논쟁적인 존재가 될 것이라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그러나 기후 행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읽었으면 합니다.

마이클 만과 빌 게이츠 두 사람 모두 세계가 기후변화를 멈출 수 있다고 생각하는 낙관주의자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직면한 과제의 규모를 낮추어 보거나 앞에 놓인 수많은 장애물들에 대해 착각하지는 않습니다. 이들은 우리가 (기후문제 해결에) 성공할 수 있고 성공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어디서 어떻게 잘못 행각하고 있는지 보여주려고 하고 있습니다.


– 밥 워드(Bob Ward)는 런던정치경제대학교 그랜텀 기후변화 및 환경 연구소 정책 및 커뮤니케이션스 디렉터입니다.

번역, 요약 : 황승미 (녹색아카데미)


더 참고할 자료와 웹진 편집자의 주석

빌 게이츠의 책에 대한 좀 더 자세한 논평으로 빌 매키번의 뉴욕타임즈 기사가 있습니다.
“How does Bill Gates plan to solve the climate crisis?” Bill McKibben. 2021. 2. 15. The New York Times.

빌 매키번은 게이츠 정도면 세계에서 제일 가는 기후 과학자들과 정책가들의 자문을 받을 수 있을텐데 내놓는 대책들을 보면 실망스럽다고 말합니다. 가디언 옵저버의 기사에도 나오지만 게이츠가 에너지 대안에 핵발전을 포함시키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실망스럽고 우려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최근 앨런 머스크가 탄소포집 기술에 대해 대단한 공모를 내건 소식을 접했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자본이 있다고 반드시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건 아닐텐데, 자본은 대단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연구자들이 탄소 포집 기술을 개발하는 데 매달리게 될지 두렵습니다.

마이클 만처럼 낙관주의적인 투쟁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실제로 마이클 만은 너무 어렵고 심각하지 않게 기후위기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 쉬운 말을 쓰고 일러스트레이터, 카투니스트와 작업을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구 대기의 평균기온이 급격하게 상승하는 그래프에 ‘하키스틱’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기후변화 문제를 알리는 데 큰 기여를 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백만장자들이 환경 문제, 기후위기에 대해 내놓는 대책들이 어떠한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지 지적하는 기사도 있습니다.
“Billionaires’ Favorite Climate Solution Is a Dangerous Distraction.” Brian Kahn. 2021. 2. 18. Gizmodo.

마이클 만의 책은 아직 번역되지 않았는데요. 기후변화행동연구소에서 챕터별로 간략하게 핵심만 정리해서 소개한 기사가 도움이 되겠습니다.
“마이클 맨의 2021년 책, <새로운 기후 전쟁>” 2021. 1. 18. 기후변화행동연구소.

마이클 만에 대한 진지한 논평은 많이 찾아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두 개를 소개합니다.

“Fossil fuel advocates may have added strategic inaction to their arsenal, but there is reason for climate optimism.”Adrienne Hollis. 2021. 1. 12. Science Magazine.

“Scientist Mike Mann’s must-read book, ‘The New Climate War'” Jeff Masters. 2021. 1. 25. Yale Climate Connec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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