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철학이야기 대담녹취] 8-1.생명이란 무엇인가(1)

이 자료는 녹색아카데미 유튜브 채널을 통해 보실 수 있는 ‘장회익의 자연철학 이야기’ 대담영상에 대한 녹취록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선생님의 책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와 자연철학 세미나 게시판를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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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철학이야기

  • 대담영상 8-1 :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 제7장. 생명이란 무엇인가 (1)
  • 다룬 주제들
    • 생명을 물리학적으로 이해한다는 것
    • 볼츠만: 생명과 엔트로피의 본질
    • 슈뢰딩거: 생명이란 무엇인가?
    • 장회익: 생명을 이해한다는 것
    • 자유에너지와 국소질서
    • 빛 에너지의 가용률
    • 준안정상태
    • 국소질서
    • 자체촉매적 국소질서


▷ 녹취 시작 

  • 명조체, 구분점 부분 : 장회익선생님.

    구분점 없는 부분, < > 괄호 안 : 질문. 


생명을 물리학적으로 이해한다는 것

<질문> 저는 선생님의 생명 이야기를 익히 들어오기는 했는데, 7장 이야기는 색다르게 감동스럽게 읽었다. 뒤쪽의 얘기부터 나눴으면 좋겠다. 선생님께서 쓰신 바에 따르면 박사학위를 마치신 그 무렵부터 생명이라는 것이 어떻게 물리학적으로 이해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그 문제만 고민하시지는 않으셨겠지만 십 수 년간 탐구했다고 하셨다. 잘 납득은 안되는데, 왜 생명 문제를 물리학적으로 이해하고 싶으셨는지 그것부터 여쭤보고 싶다. 

  • 첫째는 생명이라는 것처럼 중요한 것이 없다. 정말 중요한 것인데 그걸 우리가 제대로 아느냐. 나는 ‘생명을 이해한다’는 말을 썼다. 이해한다는 것과 보통 일상적인 의미의 안다는 것은 좀 차이가 있다. 이해한다는 것은 뭐냐. 우리가 더 보편적인 어떤 원리, 원칙과 연관해서 자리매김해주는 것, 이것이 이해다. 안다는 것은 그냥 친근하기만 해도 안다는 말을 쓸 수 있다. 
  • 그러니까 생명에 대해서 친근할 수는 있다. 우리 자신이 생명체이고, 주변에 생명을 가진 존재들이 많으니까 친근하다. 그러나 그게 아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이해하는 거냐 하는 관점에서는 다르다. 가까운 예로 온도를 보자. 온도는 우리한테 굉장히 친근하다. 직접 느낀다. 그러나 그게 온도를 이해하는 행위냐. 지금까지 우리가 얘기했지만, 단위 에너지 증가에 따라 엔트로피가 얼마나 증가하느냐 하는 것의 한 척도(역수지만)라고 했을 때 비로소 온도가 이해된 것이다. 
  • 그러면 생명도 마찬가지다. 생명이라는 것은 우리한테 친근하고, 너무나 중요한 것이다. 온도도 중요하지만, 생명이라고 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본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생명이 뭐냐? ‘뭐냐’하는 것에는 대단한 함축이 들어있다. 그래서 생명에 관한 책을 하나 썼다. 그 책 제목이 『생명을 어떻게 이해할까』인데, 제목에 ‘이해’라는 말을 썼다. 
  • 생명을 ‘이해’할 수 있겠구나하고 느낀 것이, 조금전에 말한 것처럼 내가 물리학 박사학위를 막 마치고 나서다. 그때까지는 거의 모르고 있었지만 요즘은 모든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DNA가 생명체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다하는 것이 밝혀졌고, 분자생물학이라는 것이 태동할 당시에 나도 슈뢰딩거의 책을 읽었고, 그리고나서 생명도 물리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 그전에 내가 생명을 접근하지 못한 이유는 이해가 불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적어도 내가 알고 있는 이해는 물리학 정도였다. 물리학은 이해를 하고 있었고, 자연의 기본 원리를 찾고 그걸 통해서 물리학에서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지금까지 이 책에서 쭉 내가 얘기해온 내용이다. 물리학을 통해서 우주를 이해하는 데까지 온 것이다. 
  • 그런데 이제는 생명도 이해할 수 있지 않겠느냐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중요한 것인데 이걸 한번 시도 안 할 수 있느냐. 이게 큰 동기라고 볼 수 있다. 

<질문> 조금만 더 여쭤보면, 물리학이라고 이름붙은, 세계에 대한 보편적인 앎, 보편적인 것들을 통찰해내는 앎을 가지고 그 앎을 먼저 충분히 이해하고, 그걸 가지고 우주의 역사와 우주로부터 어떻게 물질이 형성되어서 지금같은 세계가 만들어졌는지 이해가 되었다라고 했을 때, 그전까지는 턱 막히던 것이, 생명은 안 되나라고 하는 한계 지점으로 느끼다가, 이제 이것마저도 이해할 수 있겠구나하는 이런 차원인가? 아니면 생명은 정말 중요한데, 너무 중요해서 어떻게든 알고 싶은데, 그걸 이제 알 수 있겠구나하는 이런 것인가? 제가 느끼기에는 두 자기가 방점이 좀 다른 것 같다. 

  • 전자에 좀 더 가깝다. 중요하다고 해서, 정말 중요한 것 한 가지만 따졌으면 생물학자가 됐어야지. 그러나 그때 내가 본 생물학은 생명을 하는 것과는 거리가 좀 있었다. 생명의 외형적인 모습 하나하나 따지고 있는데, 복잡하기만 했지, 뭔가를 이해하는 그런 틀이 아니었다. 그래서 오히려 뭔가 작아도 이해할 수 있는 길로 가는 것, 이것이 물리학이다. 
  • 천둥이 뭐냐, 번개가 뭐냐.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던 것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금방 이해가 된다. 무지개도 이해가 된다. 그런데 개미가 뭐냐, 이건 이해가 잘 안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개미연구자가 아니라 물리학자가 되었다. 그래서 이해되는 것(물리학)에서 출발해서 이해하는 수준까지 왔다. 그런데 이제는 정말 중요하면서 이것(생명)조차도 이해가 될 수 있겠다하는 것은 나한테는 굉장한 놀라움이고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질문> 선생님께 ‘이해’라고 하는 말은 굉장히 의미심장한 말인 것 같다. 

  • 그렇다. 『생명을 어떻게 이해할까』하는 책이 나왔을 때 이게 도대체 뭐냐, 여러분들한테 떠오르는 생각이 별로 없었을 것이다. 심지어 생물학자들 입에서도 생명을 이해한다는 말이 별로 나오는 일이 없을 것이다. 생물학자들은 생명을 이해한다는 말은 감히 안 한다.  

<생명의 비밀을 파헤친다, 이런 말들은 하는 것 같다.> 

  • 우리가 몰랐던 것을 알아낸다하는 그런 것은 되지만, 생명 그 자체가 뭐냐하는 것을 문제삼지를 않는다. 그 안에 들어가서 그 현상만 보기 때문이다. 생명(을 이해한다는 것)을 문제삼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냐. 물리학자들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물리학자들은 생명 아닌 것을 알기 때문이다. 생명 아닌 것은 다 이해가 되는데. 생명은 뭐길래 이해가 안되느냐. 그래서 생명의 경계, 바운더리를 놓고 본다. 
  • 생명 안에 들어가서, 그 안의 것만 보고 친숙한 사람들은, 뭐 이해할 게 없다. 물고기는 물을 이해하지 못한다. 물 밖에 있는 사람이 물을 보는 것이다. 그러니까 생물학자들은 말하자면 물 속에서 물을 아는 물고기들이고, 물리학자들은 밖에서 물을 들여다보고 있는 사람, 뭐 좋은 비유일지는 몰라도 비슷하게 그렇게 말할 수 있다.

볼츠만: 생명과 엔트로피의 본질

<질문> 책 7장의 역사지평에서 해주셨던 말씀을 떠올려보면 볼츠만, 슈뢰딩거, 장회익 이렇게 계통이 이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게 통계역학을 이해하게 되면 아, 여기에 바탕해서 생명을 이해할 수 있겠구나 하는 욕심이 퍼뜩 들게 되는지 궁금하다.

  • 뭐 그렇게까지는 아니겠지만, 우연이 아닐 거라고 보는데, 최초로 생명에 대해서 의미있는 발견을 한 사람이 볼츠만이다. 그런데 볼츠만은 최초로 엔트로피를 제대로 파악한 사람이다. 엔트로피를 최초로 도입한 사람은 아니지만, 최초로 엔트로피의 본질을 파악한 사람은 볼츠만이다. 
  • 그런데 생명은 바로 그 엔트로피와 관련된 어떤 본질과 닿아있다. 볼츠만은 엔트로피에 대한 정의에 대해서 새로운 해석을 내고 10년이 안돼서 생명에 대해서 아주 중요한 언급을 했다. 우리 책에 인용을 해놨다. 그 문장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본다. 한번 읽어보자.(그림 1)
[그림 1] 생명에 대한 볼츠만의 견해. (출처: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 p.343-344)
  • 굉장히 중요한 내용이다. 생명체는 원소, 음식물, 우리 몸을 구성하는 물질, 에너지 같은 것을 얻기 위해서라고 우리는 흔히 생각을 한다. 에너지와 무관한 건 아니지만. 사실 엔트로피는 우리가 지금까지 봤던 원소, 음식물, 물질같은 것들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 중요하다. 질서, 무질서… 생명체는 질서가 있어야 한다. 질서를 구성해내지 못하면 안된다.
  • 질서가 중요하다. 말하자면 엔트로피 자체는 무질서니까, 무질서의 반대 개념은 부-엔트로피다. 네거티브 엔트로피는 그 반대 개념으로 말하면 질서, 정교성을 나타낸다. 그러니까 엔트로피는 정교하지 못한 정도이다. 그런데 정교성이라고 하면 우리는 굉장히 추상적인 어떤 개념으로 알지만, 실제로 물리적인 개념이다.
  • 그런데 정교성을 얻게 되는 근원도 대단히 흥미롭다. “뜨거운 태양에서 차가운 지구로의 에너지 흐름” 속에서 얻을 수 있다.
  • 그림1의 설명이, 내가 보기에 생명에 대한 최초의 가장 중요한 발견이다. 슈뢰딩거의 책에서도 엔트로피와 부-엔트로피, 뜨거운 태양에서 차가운 지구로의 에너지 흐름이라는 내용을 자기 나름대로 다시 표현해서 “생명체라고 하는 것은 부-엔트로피를 먹고 사는 존재다”라고 요약했다.
  • 이것과 연관해서 생명을 이해해야 생명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에 접근할 수 있겠다하는 것이 내 생각이다.

<질문> 볼츠만 시대에 자유에너지 개념이 있었나?

  • 우리가 지금 얘기하는 자유에너지 개념은 헬름홀츠 자유에너지(Helmholtz free energy)이다. 헬름홀츠(Hermann von Helmholtz, 1821-1894)라는 사람이 최초로 얘기했다. 볼츠만(Ludwig Boltzmann, 1844-1906)이 1886년에 생명에 대해 얘기했던 시점(그림1)과는 전후관계가 어떤지 잘 모르겠다. 그런데 20세기에 들어서면서 헬름홀츠 자유에너지가 곧 나왔다.

슈뢰딩거: 생명이란 무엇인가?

  • 그리고 실제로 슈뢰딩거가 이 말(그림1에서 세 번째 단락)을 그대로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책 속에 썼고, 당시에 물리학자들로부터 항의를 받았다. 부-엔트로피라는 말보다 자유에너지라는 개념이 더 적합하다는 지적을 물리학자들이 한 것이다. 1943년 무렵에 이미 자유에너지라는 개념으로 생명을 이해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많지는 않았겠지만.
[그림 2] 슈뢰딩거: 『생명이란 무엇인가』 

<질문> 생명에 대한 이해는 볼츠만과 슈뢰딩거가 거의 동등한 것인가?

  • 그렇다. 볼츠만이 더 기본적인 내용을 직관적으로 포착을 했고, 슈뢰딩거는 이 말을 그냥 소개했을 뿐이다.

<질문> 솔직히 슈뢰딩거의 책에서 사람들이 많이 주목하는 부분은 DNA와 관련된 부호 기록이지 사실 부-엔트로피 부분은 사람들이 귀기울이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 그렇다. 그 책이 실제로 학계에 기여한 내용은 주로 유전 정보가 도대체 뭔가하는 문제였다. 이게 굉장히 어려운 문제였다. 유전 정보가 물질 속에 박혀있다… 슈뢰딩거의 책에는 ‘비주기적인 결정체’라고 되어 있다. 주기적으로 배열이 반복되면 정보가 담길 수가 없다. 예를 들어서 책에 처음부터 끝까지 ‘가’만 쓰여있으면, 그건 아무 정보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글자들이 적어도 물리적으로 불규칙적으로 적혀있기 때문에 정보를 담을 수가 있는 것이다.
  • 그러니까 우리 몸 속에 담겨있는 고체, 단단한 물체 속에 주기를 벗어난 어떤 것이 담겨서 그것이 정보 노릇을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엔트로피는 계속 증가하고 무질서한 쪽으로 가려고 하는데, 그것이 어떻게 생명체 속에서 그 정보가 살아남아서 있을 수가 있느냐, 이것이 관심거리였다. 그러니까 물리학자로서 당연히 슈뢰딩거가 그것을 이해하고 싶어했던 것이다. 그 정보가 어떻게 담겨있고 유지될 수 있느냐? 특히 유지될 수 있느냐, 전달될 수 있느냐하는 부분이 의문이었다.
  • 지금은 DNA라고 하는 상당히 안정된 분자 구조 속에서 유지된다고 하는데, 그 당시로서는 그런 안정된 것이 어떻게 정보를 가지고 있을 수 있겠느냐하는 생각을 했다. 혹시 물리학을 벗어나서 생명체에만 작용하는 어떤 것이 있지 않겠나하는 이런 생각도 했다. 이런 내용이 책 『생명이란 무엇인가』 속에 일부 나와 있다.
  • 슈뢰딩거의 그 책에서 힌트를 받은 여러 사람들 중에 왓슨과 크릭이 있는데, 이 두 사람은 전공이 서로 다르다. 왓슨은 대학생 초반에 이 책을 읽고, 나는 생명을 이해하는 쪽으로 공부하겠다하고 결심을 했고, 크릭은 이 책이 나올 무렵에 이미 상당히 전문적인 물리학자였다. X선을 이용해서 물질의 내부 구조를 살필 수 있는 굉장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 크릭과 왓슨이 만나서 자, 우리 같이 해보자 한 것이다. 크릭은 X선으로 물질 구조를 밝히는 전문가이고, 왓슨은 생명 현상 자체를 크릭보다 더 잘 아니까 그쪽으로 접근해서 한번 규명해보자, 그렇게 해서 히트를 친 것이다. 두 사람 다 노벨생리의학상도 받았다. 두 사람의 발견은 20세기에 이루어진 가장 큰 발견 중의 하나이다.
  • 이러한 발견의 매개가, 물리학자 슈뢰딩거 그리고『생명이란 무엇인가』이라는 책이었다 하는 것은 굉장한 의미가 있다. 특히 내 입장에서 더 그렇다. 이제는 물리학적인 바탕을 통해서 생명을 이해할 수 있는 단계에 왔다는 것이다. 물론 DNA 규명도 역시 물리학적으로 이해를 한 것이지만. 20세기 중반에 일어난 이 일이 역사적으로 굉장히 중요하다. 20세기 후반기에는 생명과학이 꽃을 피우게 된다.

장회익: 생명을 이해한다는 것

  • 그런데 내 진짜 관심사는 그것이 아니라, 슈뢰딩거의 책 제목 ‘생명이란 무엇인가’이다. 이걸 가지고 생명이 무엇인지 알았다고 할 수 있나하는 문제이다. 유전 정보, DNA는 생명의 구조, 구조 안에서 일어나는 작용 방식에 대해서는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주지만, 이것과 생명을 이해하는 것은 좀 다르다.
  • 나는 슈뢰딩거의 책을 상당히 늦게 발견했다. 기대를 가지고 뚜껑을 열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내가 이해하고 싶었던 것이 바로 물리학을 바탕으로 생명이 뭔지를 알고 싶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물리학자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슈뢰딩거가 이 책을 썼으니, 여기에 대단한 것이 담겨있지 않겠나하고 읽었다.
  • 물론 이 책이 나온 후에 DNA가 규명되기도 했고, 슈뢰딩거의 책을 읽기 전에 왓슨과 크릭의 업적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었다. 왓슨과 크릭은 슈뢰딩거의 책을 읽고 나서 DNA 연구를 했지만, 나는 왓슨과 크릭의 성과를 다룬 간단한 책을 먼저 읽었고 그래서 흥미를 느껴서 슈뢰딩거의 책으로 거슬러 올라간 것이다. 그렇지만 슈뢰딩거의 책에 어떤 비밀이 담겨있을 것 같다고 생각을 했다.
  • 그런데 내가 볼 때에는 두 가지 내용 밖에 없었다(그림 2). 유전자의 성격을 ‘비주기적 결정체’로 본 것이 하나이다. 물론 DNA가 비주기적인 결정체이고, 슈뢰딩거의 책이 DNA 발견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또 하나는 부-엔트로피, 자유에너지 이야기이다. 우리가 앞에서 얘기한 것과 마찬가지로 자유에너지가 부-엔트로피와 굉장히 관련이 깊다. 실제로는 자유에너지 개념을 가지고 엔트로피 얘기를 해야 더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부-엔트로피, 자유에너지 이야기는 언급만 살짝 했다. 심지어 볼츠만이 얘기한 것보다 더 짧고 볼츠만의 이론도 인용만 했다. 물론 중요성은 강조했지만.
  • 그러면 이 정도 이야기로 생명이 이해가 되느냐. 이게 내가 안게 된 과제이다. 나는 이것을 일종의 지침으로 삼아서, 생명을 이해하는 길로 가보자하는 생각을 했다.

<질문> 그러면 이 책이 선생님께 어떤 힌트를 주거나 한 것은 별로 없었을 것 같다.

  • 그러니까 실망을 줬지. 나는 상당한 답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위에 말한 두 가지 말고는 뭐…

<질문> 제목에 속으신…

  • 그런 말을 한 사람이 있다.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같은 제목으로 너댓 권의 책이 있는데, 그 중에서 네 번째인가 최근에 나온 책을 보면, 슈뢰딩거의 이 책이 속였다고 좀 장난조로 비난을 하고 있다. 심오한 얘기가 있는 것처럼 해놓고, 들여다보면 생명에 대한 얘기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기여는 했다. 유전자가 비주기적 결정체이고 부-엔트로피, 자유에너지 얘기를 지적했다는 것만으로도 중요하다.

자유에너지와 국소질서

[그림 3] 자유에너지는 활동의 원천이다.

<질문> 그러면 이제 슈뢰딩거의 제목 장사를 넘어서, 선생님께서 이해를 하신 생명은 무엇인지 이제 본격적으로 들어가면 좋겠다.

  • 그걸 이해하기 위해서는 ‘국소질서’ 개념을 먼저 얘기해야 한다. 우선 생명은 자유에너지를 먹고 산다고 해도 된다. 슈뢰딩거와 연결지으면 그렇게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왜 그러냐. 우리가 이미 앞에서 했지만, 자유에너지는 활동의 원천이다, 이것이 없으면 어떤 변화도 일어날 수 없다. 그리고 생명체가 지속적인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항상 자유에너지를 소모해야 한다.
  • 내가 지금 팔을 움직이는 것도 자유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유한하기 때문에 계속 소모할 수 없다. 따라서 공급을 받아야 한다. 그래서 내가 자유에너지까지 만들어서 생명을 유지할 방법이 없다. 어디선가 다른 데서 에너지가 와야 한다. 어디서 오느냐?
[그림 4] 별의 역할 2: 주변에 에너지 공급
  • 이미 볼츠만이 얘기를 했다. 볼츠만은 뜨거운 태양과 차가운 지구 사이의 흐름 속에서 에너지가 온다고 아주 직관적으로 이해를 했는데, 거기서 정말 자유에너지가 오는 것이냐하는 질문이 있다. 그래서 온도 차이가 있어서 에너지가 이동을 하면 거기서 소위 일을 할 수 있는(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자유에너지를 써야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용한 에너지가 나올 수 있는데. 실제로 우리가 생명체들이 받아쓰는 자유에너지는 별, 우리의 경우에는 태양에서 오는 것은 틀림이 없다. 그런데 A와 B가(그림4) 서로 조금 다르다.
  • A는, 햇빛이 일정한 비율의 자유에너지를 가지고 지구에 도달한다는 얘기다. 그러니까 자유에너지를 가지고 지구에 오는 것이다. B는, 햇빛은 일정한 에너지만 가지고 지구에 오지만, 광합성 생물들이 이 에너지의 일정 비율을 자유에너지로 전환시킨다는 얘기다. 이런 생각도 할 수가 있다. 그런데 내가 생명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이 둘 중에 어떤 게 맞는지 확신이 서지를 않았다. 처음에는 A로 생각을 했는데, B가 맞을 수도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삶과 온생명』이라는 내 책에 생명에 대해서 쓴 초기 글들이 있는데, 다행히 내가 용감하게 A로 얘기를 했다. 햇빛이 자유에너지를 가지고 지구에 온다.
  • 그런데 그러고 나서 조금 자신이 없는 것이다. 그걸 어떻게 알 수 있나, 혹시 B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래서 지금부터 한 5-6년 전인가 실제로 이 방면의 전문가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문헌들을 뒤져봤다. 거의 B로 얘기를 하고 있다. 그럼 어째서 B라고 하는지 들여다봤더니, 논리가 좀 부족하고 앞뒤가 맞지를 않았다.

빛 에너지의 가용률

  • 볼츠만이 얘기한지 벌써 150년 넘었고, 실제로 20세기 들어오면서 광합성에 대한 연구가 굉장히 많이 됐다.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한 이론이 엉성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내가 이론을 다시 만들어보니, A가 맞았다. 결과를 책에는 부록에 써놨다.
[그림 5] 빛 에너지의 가용률
  • 에타 𝜂라고 하는 희랍문자는 빛 에너지 가용률을 의미한다. 태양이 가지고 온 에너지 총량 중에서 몇 퍼센트가 자유에너지인가를 나타내는 비율이다. 그러니까 자유에너지를, 지구에 도달하는 에너지 총량으로 나눈 값이다. 그것이 약간 복잡하지만 그림5에 표시된 식이다. 2018년에  이 내용을 논문으로 냈고 우리 책 부록에 나와있으니까 따로 설명은 안하겠다. 나 혼자만 이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고, 학계에서도 인정을 받은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 다시 정리를 하면: 생명은 자유에너지를 먹고 산다, 그러면 자유에너지는 어디서 오느냐, 태양에서 온다, 얼마만큼 오느냐. 태양에서 에너지가 얼마만큼 오는지는 금방 알 수 있다. 광입자 하나하나가 얼마만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지 알고 있고 그걸 환산하면 된다. 그런데 그 중에서 대략 계산을 해본 결과,  76.4% 정도가 자유에너지라는 것을 확인했다.
  • 그 자유에너지를 가지고 우선 활동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이 에너지를 받아서 활동할 수 있는 정교한 시스템이 되는가하는 문제는 이것과는 또 다른 별개의 문제이다. 태양에서 지구에 준 자유에너지는 전체 중의 76.4%이고, 이 범위 내에서 활동을 할 수 있는 보장을 받은 것일 뿐이다.
  • 지구에서는 이 자유에너지를 최대한으로 받아들여서 무엇을 할 것이냐. 그 최일선에 나선 것이 바로 녹색식물이다. 녹색식물이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유기물 형태로 자유에너지를 바꾸지만, 76.4%의 범위 이상은 못 벗어난다. 거기서 일부 손실이 있으면 있었지, 이 최대한도는 넘어서지 못한다. 녹색식물에서 자유에너지를 이용해서 만든 결과물을 가지고 전체 생태계가 나누어 쓰고 있는 것이다.
  • 하지만 그러한 것이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는가하는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걸 설명해내지 못하면 아직 생명을 이해했다고 할 수 없다. 원천적으로 이것은 적어도 볼츠만이 얘기했던 형태의 생명은 되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이 어떻게 해서 생명 현상이 나타나는가하는 문제가 남는다.

<질문> 우주 상에 온도 차이가 아주 큰 두 지점이 있다고 할 경우, 그 온도 차에 의하면 자연스럽게 에너지가 흐르게 되는데, 그때 항상 일정 부분 자유에너지가 포함되어서 온다고 할 수 있을까?

  • 그 얘기와 지금 얘기는 조금 다르다. 그런데 이 경우 우리가 어떤 장치를 쓰든지간에 일정한 방식을 활용할 때 거기서 최대로 얻을 수 있는 자유에너지는 η = 1 -T/Tc – kT/hν 이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다. Tc는 차가운 온도이고 T는 뜨거운 것의 온도이다. 에너지 가용률 η는 1 -T/Tc 이 비율만큼인데, 현실적으로는 kT/hν 이만큼을 빼야 한다. 실제로 우리가 태양에서 받는 에너지의 양 1 -T/Tc 은 원칙적으로 가능한 양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현실은 kT/hν 이만큼을 제외해야 한다.
  • T는 지구상의 온도이다. 빛이 가지고 있는 진동수와 관계가 있어서 hν항이 들어간다. 그 광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가 hν이고, 열운동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가 kT이다. kT와 hν의 비를 1 -T/Tc 에서 빼준 것이 이용할 수 있는 에너지 가용률 최대값이다. 즉 η = 1 -T/Tc – kT/hν 이것보다 더 큰 에너지는 쓸 수 없다. 태양에서 지구로 에너지가 빛의 형태로 올 때 그렇다는 것이다.

<질문> 그럼 조건마다 항상 다른데 우주 내의 에너지 흐름에는 자유에너지가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인가?

  • 그런 셈이다. 별들이 다른 차가운 행성으로 빛을 보낼 때, 거기에는 이런 정도의 자유에너지를 가지고 가는 것이다.

<질문> 우주 내에서는 어떤 경우에도 자유에너지가 항성으로부터 차가운 데로 흐르는 경우에만 발생하는 것인가?

  • 뜨거운 데서 차가운 데로 갈 때 그렇다. 그런데 특히 광자, 빛이라는 형태로 갈 때 그렇다는 것이다. 그런데 예를 들어서, 지구 내부도 뜨겁다. 지구 내부처럼 뜨거운 곳과 바다같이 차가운 곳은 서로 온도 차이가 있다. 이 경우는 태양과 지구 사이의 경우와는 다르다. 그렇지만 여기서도 원천적으로 일부 자유에너지가 있다.
  • 초기에 지구상에 자유에너지를 얻은 생명체는 이런 지구 내부의 열을 이용하는 것에서 출발하지 않았나하는 생각들도 한다. 왜냐하면 태양에서 오는 자유에너지를 이용하는 것은 녹색식물이라고 하는 굉장히 정교한 생명체가 만들어지고 나서 가능했기 때문에 오히려 처음에는 다른 형태의 생명체였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볼 때는 지구 내부로부터 자유에너지를 얻는 경우는 아주 극히 적고 특별한 경우에 그렇다.
  • 태양에너지는 엄청나게 많은 에너지가 그냥 쏟아져 들어오는 것이다. 우리가 다 활용할 수도 없는 양이 공짜로 쏟아져 들어오는 것이다. 녹색식물만 턱하고 대놓고 있으면 공짜로 에너지를 얻는다. 그러니까 우리는 모든 것을 다 돈 주고 사야된다고 생각하는데, 태양은 우리한테 무료로 자유에너지를 보내주고 있다.

<질문> 그러면 지구에 오는 자유에너지 말고 나머지는 어디로 갔나? 중간에 흡수되거나 반사되거나 이런 것들이 있을텐데, 지구의 에너지 가용률 계산에 나오는 값은 반사되는 것도 다 뺀 것인가?

  • 그런 게 없다고 가정하고, 지구에 들어오는 것만 계산한 것이다. 지구의 녹색식물이 가용하는 것은 상당히 적은 양이고, 태양광 전지에서 발전하는 데도 쓰일 것이고, 대기의 움직임에도 들어갈 것이고, 지구 상에 상당히 많은 활동 가능하는 것들의 에너지로 쓰인다. 반사되는 것을 고려하려면 그만큼 빼줘야한다.

<질문> 평소에 궁금했던 질문이 하나 있다. 예를 들어서 태양도 그렇고 다른 멀리 있는 초신성에서 나오는 빛이 퍼질 때, 점점 거리가 멀어질수록 온도가 떨어지는 것 같은데 열이 어디로 가는 것인가?

  • 빛의 진동수는 거의 변함이 없다. 단일 광자가 가지고 있는 hν값은 거의 같다. 이것도 도플러 효과때문에 멀어지느냐 가까워지느냐에 따라서 다르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그런데 빛이 많이 퍼지니까, 단위 면적에 닿는 빛의 양, 광자의 수가 줄어든다. 에너지 가용률도 광자의 수와 관계가 있다. 광자가 얼마나 세냐에 따라서 이 비율 자체가 달라진다.

<질문> 우주가 거의 다 비어있다는데, 그 많은 열이 다 어디로 가나 궁금했다. 갈 데가 없을 것 같은데.

  • 우주 안에서 빙빙 돈다고 보면 된다. 흡수되는 건 되고 안되는 건 돌아다닌다. 빅뱅 이후 38만 년부터는 흡수 안된 상당한 양의 빛이 뻗어갈 수가 있었다. 그 빛이 지금까지도 돌아다니는 것이다.

<질문> 그러니까 한정된 양의 빛을 받는 면적이 넓어지니까 열이…

  • 물론 그것도 있지만, 그건 한 군데에서 나온 빛이 퍼질 때의 이야기이다. 전체 사방에서 나올 때는 좀 다르다. 우주배경복사는 우주 전체에서 나오는 것이고, 별에서 나올 때는 한 점에서 나오는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멀어질수록 광자의 수가 적어지고, 그 강도가 약해지면 에너지 가용률 자체도 떨어진다.
  • 광자 하나에 대해서 에너지 가용률만큼의 자유에너지가 가는 것은 아니다. 그 밀도가 작아지면 에너지 가용률도 확 떨어진다. 그래서 어느 정도 되면 에너지는 오는데 에너지 가용률은 거의 0이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자유에너지는 없다, 빛은 오지만.
  • 그러니까 다시 말하면, 지금 우리 태양에서는 자유에너지가 많이 오지만, 더 멀리 있는 별에서는 에너지는 오지만 자유에너지는 없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되면 그 빛을 볼 수도 없다. 자유에너지가 있어서 어떤 작용을 해야 우리가 보는 것이 가능한데, 자유에너지가 없으면 볼 방법이 없다. 

<질문> 그런 경우에는 어떻게 탐지할 수 있나?

  • 천체망원경으로 빛을 모으면 밀도가 커진다. 그래서 볼 수가 있는 것이다. 망원경을 안쓰고 그냥은 볼 수가 없다. 그래서 이 에너지 가용률 식이 천체 관측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우리가 볼 수 있느냐 없느냐. 그래서 내가 몇 사람들한테 이 식을 이용해서 천문학에 이용해보라고 했는데, 아직 안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림 6] 지구에 도달하는 황색광의 경우
  • 그래서 지구에 오는 햇빛 중에서 황색광이 제일 중요하다.(그림 6) 녹색이 아니다. 광합성을 하는 색깔은 황색이다. 그런데 왜 녹색으로 보이나, 백색에서 황색을 빼면 녹색만 남는다. 녹색은 쓰고 남은 색깔인 것이다. 황색빛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 가용율 에타 η값 0.764를 ΔU에 곱해주면 자유에너지 ΔF가 된다(그림6).

준안정 상태

  • 여기서 중요한 것이 ‘준안정 상태’이다. 다시 말하면 모든 것이 다 자유에너지 최저 상태에 있는 게 아니다. 그렇게 되면 구분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엔트로피가 최대인 상태이다.
[그림 7] 준안정 상태에 놓인 대상
  • 그림 7에서, 왼쪽 파란 공의 상태가 자유에너지가 가장 낮은 상태이다. 오른쪽 준안정 상태에 있는 것이 왼쪽으로 떨어질 확률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가는 확률보다 크다. 그래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올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른쪽 준안정 상태에 있는 것들이 있다. 아까도 얘기했지만, 안정 상태와 준안정 상태 사이에 있는 장벽을 넘어야 왼쪽으로 넘어올 수가 있다.
  • 그런데 장벽이 크면 준안정 상태 붐위 내에서 자유에너지가 가장 낮은 상태에 있지, 더 낮은 안정 상태로는 못 넘어갈 수가 있다. 그렇게 되면 상당한 시간동안 준안정 상태에 있다가,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어떤 자극이 온다든가 하면 안정 상태로 넘어갈 수 있다. 그래서 오른쪽의 상태를 ‘준안정 상태’라고 얘기한다.
[그림 8] 스스로 짜인 계의 형성
  • 그런데 이런 것이 여러 개가 쌓일 수가 있다. 그림 7은 상징적으로 그린 것이고. 그림  8을 보면, 준안정 상태에 있는 것들이 여러 개 쌓여서 이것이 어떤 하나의 형태를 가질 수가 있다. 자유에너지가 가장 낮은 것(왼쪽 파란색 공의 상태)보다는 준안정 상태의 자유에너지가 높기는 하지만, 상당히 안정되어 있는 상태여서 일정한 기간동안 유지될 수 있다. 이런 것을 ‘국소질서’라고 부른다.
  • 상당한 낮은 엔트로피를 가진 어떤 물질의 덩어리를 ‘국소질서’라고 한다. 컵처럼 어떤 구분가능한 물체가 국소질서이다. 그래서 이런 것들이 생기면… 컵 같은 것들도 다 부스러져서 흩어져야 자유에너지가 가장 낮은 상태가 되는데 그렇지 않고 컵이라는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니까 흩어지지 못하게 막아주고 있는 이런 에너지 장벽으로 둘러싸여 있다고 보면 되겠다.

<질문> 물리학계와 선생님의 이론에서 말하는 ‘질서’라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이해하고 싶다. 가령, 다이아몬드 구조, 탄소의 흑연 구조라고 하는 것들도 질서인가?

  • 어떤 면에서는 그것도 질서이다. 그것보다는 더 확대된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일정한 공간상에 어떤 규칙을 가지고 있는 경우이다. 예를 들어 다이아몬드이 경우, 이것은 굉장히 안정된 질서이다. 왜냐하면 다이아몬드는 잘 안깨진다, 즉 자유에너지가 최소인 안정 상태로 넘어가기 위한 장벽이 높다. 그래서 다이아몬드가 한번 형성되면 굉장히 안정된 상태로 유지된다. 다이아몬드를 구성하는 탄소들이 정확한 위치에 자리를 잡고 있고, 그것들이 다이아몬드의 중요한 성질들을 나타낸다. 그것은 틀림없이 질서라고 할 수 있다.

<질문> 그런데 다이아몬드같은 경우에 그런 구조가 저절로 생겼다고 가정하면, 특정 온도대에서 가장 낮은 자유에너지인 상태가 바로 다이아몬드 구조라서 다이아몬드로 있는 것 아닌가?

  • 물론 그렇다. 그런데 일단 다이아몬드가 되고 나면 다른 것으로 잘 안바뀐다.

<질문> 다이아몬드는 가장 안정된 상태에 있는 가장 확률이 높은 형태이지 않나?

  • 준안정 상태 내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준안정 상태’에서 ‘안정 상태’로 넘어가는 장벽이 아주 큰 것이다. 준안정 상태는 안정 상태에 비해서는 굉장히 높은 질서를 이루고 있는 상태이다. 자유에너지의 크기가 질서를 나타내는 하나의 척도이다.

<질문> 그렇다면 탄소 원자들로 흩어지는 것이 더 안정된 상태인 것인가?

  • 그렇다. 탄소 원자들을 가지고 우리가 다이아몬드를 만들기는 실제로 거의 불가능하다. 물론 인공적으로 만들기도 하지만 굉장히 어렵다. 우연히 지각의 활동에 의해서 한군데 모여서 만들어진 것이 천연 다이아몬드이고, 인공적으로 만들려면 에너지 장벽을 넘어갈 수 있도록 잘 조정해줘야 한다. 일단, 준안정 상태에 있는 다이아몬드는 그 자체로는 안정되어 있지만, 안정 상태보다는 덜 안정한 상태이다. 언젠가는 탄소 원자들로 깨질 가능성은 있다. 

<질문> 지금 온도의 우주에서 원자핵과 양성자, 중성자, 전자들이 따로따로 다니는 것보다 이것들이 원자 구조를 이루는 게 가장 자유에너지가 낮은 안정 상태라고 본다면, 분자를 이루는 것부터 질서라고 불러야 하나?

  • 조금 구분해야 한다. 여기서 ‘질서’라고 하는 것은 상당히 포괄적인 개념이다. 공간적인 배열이 특별하게 이루어져 있으면 그런 의미에서 질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자유에너지가 최저이냐 아니냐는, 우리가 보통 이야기하는 질서 개념과 좀 차이가 있다. 그래서 이것들은 공간적인 배열에 초점을 맞춘 질서 개념은 좁은 의미의 질서이다. 물론 작은 활동이 있는 동적인 질서도 있을 수 있다. 질서라는 개념에 공간적인 함축이 강하게 들어있다. 자유에너지의 낮고 높음은 외부 온도와 관계가 되기 때문에, 좁은 의미의 질서 개념과는 좀 다르다.

<질문> 또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다. 온도처럼 동역학 안에서는 논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온도와 엔트로피는 통계역학적으로 여러 입자들이 모여있는 상황에서 비로소 나타나는 현상이고 통계역학적으로 정의될 수 있는 것이지 동역학적으로는 적용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면 질서도 통계역학적인 상황에만 적용될 수 있는 개념인가?

  • 꼭 그렇게 나누는 것이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질서가 형성되고 안되고 하는 것은 통계역학적이기는 하지만, 거기에 동역학적인 기능이 굉장히 많이 작용된다. 그래서 동역학적인 구조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면 어떤 형태의 모양이 이루어진다, 이런 것들은 동역학의 영향을 깊이 받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것은 동역학적인 것, 저것은 통계역학적인 것 하고 나누는 것 보다는 함께 보는 것이 좋다.
  • 실제로는 다이아몬드가 다이아몬드 구조를 이루고 있는 것은 오히려 양자역학적인 상호작용이 어떻게 되느냐 따져야 한다. 어떤 물질이 어떤 구조가 될 수 있는가 안되는가 하는 원론적인 문제를 따질 때는 동역학에 기본을 두고 있다. 실제로 그렇게 되느냐 안되느냐 하는 것은 주변의 여건, 온도 등을 이용하는 통계역학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동역학과 통계역학으로 잘라서 말하기는 좀 그렇고, 합쳐서 이해를 해야 더 적합하다.

<질문> 엔트로피, 자유에너지같은 개념 없이도 질서를 얘기할 수 있는가?

  • 질서라고 하는 것은 조금 다른 차원의 개념이다. 물질의 모임이 규칙성을 가졌느냐 안가졌느냐. 그걸 이해하는 데에는 동역학도 기여하고 통계역학도 기여한다. 

<질문> 선생님께서 ‘정교성’이라고 쓰신 개념이 그 공간적 규칙성을 의미하는가?

  • 공간적 규칙성도 있지만, 부-엔트로피의 성격이 훨씬 더 강한 개념이다. 사실은 뉘앙스 차이다. 흔히 질서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정교성은 내가 즐겨 쓰는 개념이다. 그래서 나는 부-엔트로피에 해당하는 개념을 정교성으로 쓸 때 의미가 더 잘 와닿는다고 본다. 단지 ‘국소질서’도 비슷한 개념이기는 하지만 공간적인 어떤 짜임이라는 의미에서 ‘국소질서’를 쓰고 있다.

국소질서

[그림 9] 두 형태의 국소질서
  • 가장 대표적인 ‘국소질서’를 들자면 돌 조각같은 것이다. 돌 모양으로 모여서 상당한 기간동안 변하지 않는다. 그런데 좀 유연성이 있지만 토끼도 토끼라는 덩어리로 있으니까 이것도 국소질서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일상 생활에서는 돌 조각도 토끼도 흔하게 보는 것들이다. 우리가 보통 돌 조각이나 토끼를 보고 별로 안 놀란다. 그러나 자연원리를 이해하고 우주의 모든 것이 어떻게 형성되어 왔는지 우주 전체를 다 관람하고 마지막으로 지구에 와서 보면 놀랄 수 밖에 없다.
  • 사실 우리는 지금 지구에 살지만, 지금까지 우주 여행을 했다. 참이치를 찾아서 우주를 여행하고, 거기서 참이치를 발견하고, 전체를 관람하고 이제 고향집 지구에 왔다. 와서 보니까 토끼가 있다. 지구에 있는 사람들은 놀라질 않는다, 의례히 있는 것이니까. 그런데 우주를 여행하고 온 사람한테는 깜짝 놀랄 일인 것이다. 우주에 어떻게 토끼같은 것이 있냐? 왜 그러냐?
  • 정교성을 따져보면, 돌 조각은 지금까지 우리가 지금까지 얘기해온 방식으로 비교적 어렵지 않게 국소질서가 만들어지고 거기서 굳어져서 형성될 수 있는 것이다. 우주에 흔하게 있다. 그런데 토끼는 우주를 여행한 사람이 본 일이 없는 것이다. 다른 데에는 없고 지구에 오니까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구에 있는 사람들은 낮잠만 자. 그 얘기가 바로, 집에 도착한 그림, 곽암의 시 얘기다. 사람들은 너무도 관심이 없는 것이다.
  • 우주를 여행하고 온 사람은 ‘토끼’를 가볍게 볼 수가 없다. 토끼가 정교한 정도를 돌 조각의 정교한 정도에 비하면 천문학적인 숫자 가지고도 안된다. 돌 조각의 정교한 정도를 1이라고 한다면 토끼의 정교한 정도는 10에 1000억 제곱 정도의 정교성을 가지고 있다. 이런 엄청난 정교성을 가진 것이 지구상에 자유자재로 돌아다니고 있다는 것이다. 이게 생명의 문제이다. 말하자면 물리학자의 눈에 비친 생명의 문제이다. 이게 이해가 안 되면 생명이 이해가 안 되는 것이다. 어떻게 이해할 거냐?

<질문> 생명이 그렇게 정교한 것인가?

  • 그렇다. 보통 사람들한테는 이게 너무나 당연해서 전혀 놀랍지 않다. 하지만 물리학을 이해하고, 다른 건 몰라도 이 책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을 다 이해하고 나서 이 토끼를 보면, 놀랄 수 밖에 없다. 어떻게 이런 게 나오나?
[그림 10] 정교성을 한 단계 올리는데 요하는 시간
  • 그림 10에서 퍼즐 모양 하나가 국소질서이다. 녹색 구름 모양은 그냥 떠돌아다니는 물질, 원자나 분자들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바탕에는 이런 물질들이 많이 있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다. 지금까지 우주가 식어오면서 많은 물질들이 생겼다 없어졌다 하면서 이런 것들이 충분히 있다.
  • 그런데 우연히 국소질서가 만들어질 수 있다. 아까 얘기했지만, 준안정 상태로 올라갔다가 안정 상태로 떨어지는 일들이 반복되던 중에, 어쩌다보니 거기에 신통하게 녹색 퍼즐 모양같은 국소질서 하나가 만들어질 수 있다. 그런데 주변 여건에 따라서 다르지만, 지구라는 여건에서 이런 국소질서 하나가 만들어질 확률을 시간으로 나타낼 수가 있다. 확률이 높으면 짧은 시간 안에 나타나고 확률이 낮으면 오랜 시간이 지나야 우연히 하나 나올 것이다.
  • 100만 년(T1)에 국소질서 하나가 나온다고 가정해보자. 이 국소질서가 얼마나 정교하냐? 녹색 구름 모양같은 바탕 물질이 100만 년 동안 떠돌아다니다가 우연히 국소질서 하나가 나왔다는 얘기다. 상당히 정교한 것은 그럴 것이다. 꽤 정교한 것도 시간을 오래 끌면 하나 생길 수 있다.
  • 그 다음에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그보다 2배 더 정교한 것이다(그림 10에서 녹색 퍼즐과 노란색 퍼즐이 연결된 것). 2배 더 정교한 것이 생길 수 있을텐데, 그렇다면 얼마나 시간(T)이 지나야 그것이 생길 것인가하는 문제가 있다. 그런데 여기서 힌트는, 처음에 국소질서 하나가 생기면 계속 늘 이 자리에 있다. 없어지지 않고 계속 있다.
  • 그런데 이것은 가설이다. 왜냐하면 100만 년 만에 하나 생겼지만 한 2-3일 만에 없어지고 깨질 수 있는데, 이게 계속 있다고 가정을 해보자. 그후에 다시 비슷한 국소질서가 또 하나 생기는 데 걸리는 시간도 또 100만 년이라고 가정을 해보자. 그러니까 처음 국소질서가 생기고 또 국소질서가 생기는 데 200만 년이 걸린다.
  • 그런데 문제는 처음 생긴 국소질서가 계속 그 자리에 있느냐? 아니라는 것이다. 만들어지기는 어렵지만 깨지기는 쉽기 때문이다. 왠만한 장벽을 가져도 만들어지기는 어렵고 깨지기는 쉽다. 그래서 가정을 하기를 100만 년에 이거 하나 생겼지만 2-3 혹은 3-4일이면 깨진다고 가정을 해보자. 그러면 왜 3-4일이냐. 1년의 100분의 1이 3.65일이니까 그렇게 잡았다. 계산하기 쉽게, 100분의 1년이면 깨진다고 가정한 것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번째 국소질서가 생기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 것이냐? 이게 문제다. 그림 10에서 지속 시간 τ가 100만 년이면, 첫 번째 국소질서가 유지될 확률 n=1이 되고 T2는 100만 년이 된다.
  • 그런데 지속 시간 τ가 100분의 1년, 즉 3-4일이면 첫 번째 국소질서가 유지될 확률은 n=(1/100)/106=1/108이 되고, 따라서 두 번째 국소질서가 생길 때까지 걸리는 시간 T는 106×108=1014 즉 100조 년이 된다.
  • 우연히 100만 년에 하나 생기는 게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다. 희귀하다고 볼 수는 있지만. 그런데 그것보다 한 단계 높은 데로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100조 년이 나온다. 100조 년이라는 시간은 얼마냐? 빅뱅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시간이 7천 번 반복돼야 두 번째 국소질서 하나 생긴다는 것이다.
  • 그러니까 정교한 게 생기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토끼같이 정교한 것은 이런 단순한 국소질서가 100억 개 쌓여야 생기는 것이다. 그러면 토끼가 138억 년 밖에 안된 우주에서 걸어다니고 있다. 이걸 설명을 해야 한다. 힌트, 키, 열쇠가 어디있는지 보자.

자체촉매적 국소질서

  • ‘자체촉매적 국소질서’가 핵심 개념이다. 지금까지는 ‘국소질서’를 얘기했다. 여기 컵같은 어떤 물건이 놓여있으면 그게 국소질서다. 그런데 여기다가 ‘자체촉매적’(Auto-catalytic)이라는 말을 붙여놨다.
[그림 11] 이차질서의 출현
  • ‘자체촉매적이다’하는 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촉매가 뭔지 먼저 알아야 한다. 화학에서 많이 쓰는 개념이다. 화학변화가 일어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릴 수가 있다. 아까 그림 7에서 봤듯이 안정 상태 쪽의 자유에너지가 분명히 낮은데 에너지 장벽이 있어서 넘을 확률이 낮으면 변화하는 데 오래 걸린다. 장벽이 낮으면 비교적 변화가 빨리 일어난다.
  • 그때에 이 장벽을 낮춰주는 물질이 있으면 쉽게 넘어갈 수 있다. 그 물질이 바로 촉매이다. 그러니까 자유에너지가 낮은 쪽으로 가기는 가는데, 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해주는 어떤 매체가 있으면 변화의 방향은 여전히 같지만 더 빨리 가게 해준다. 그래서 촉진시킨다고 해서 촉매라고 한다.
  • 그런데 ‘자체촉매’라고 하는 것은 뭐냐. 예를 들어서 컵이 하나 만들어졌다고 하자. 지금 이 프로세스는 어떤 소재에서 컵이 만들어지는 프로세스에 있다. 100만 년 만에 우연히 컵이 하나 만들어졌고, 이 컵이 자체촉매적 기능을 가졌다고 한다면 그 뜻은, 그 프로세스 속에 컵이 들어갔을 때 이 전체 프로세스에서 컵이 마구 쏟아지게 된다는 의미이다. 컵이 촉매 노릇을 한다는 것이다. 그럴 때 이 국소질서를 자체촉매적 국소질서라고 부를 수 있다.
  • 이런 자체촉매적 국소질서가 있느냐, 그리고 그런 것이 있다면 어떤 결과가 나오느냐 하는 두 가지로 나누어서 생각해보자.
[그림 12] 자체촉매적 국소질서를 이룰 바탕질서
  • 어떤 경우에 자체촉매적 국소질서가 되는지를 먼저 설명을 하고, 그 다음에 그게 있으면 어떻게 되는지 보도록 하자. 예를 들어서 컵같은 것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이 바탕질서 속에서 떠돌아다니고 있다.(그림 12) 몇 가지 다른 그림으로 그려놓았다. 그런데 그 중에서 빨간 것과 노란 것이 서로 친화력이 있고, 파란 것끼리도 서로 친화력이 있고, E는 그냥 있는 물질이다.
[그림 13] 바탕질서 구성성분들 사이의 공액관계
  • 아까 복잡하게 보였지만, 구성성분들은 이 다섯 종류 A, B, C, D, E이다. A와 B는 상당한 기간 동안 붙어 있을 수 있고, 특별한 외부의 영향이 없으면 잘 안떨어진다고 가정해보자. C와 D도 그렇고. 그렇지만 A와 C, D 혹은 B와 C, D는 그런 관계가 없다고 하자. 그러면 어떻게 될 수 있는지 한번 보자.
[그림 14] 자체촉매적 국소질서의 단위 구성체
  • 100만 년이 지났더니 구성성분들이 그림 14에서처럼 α와 β같은 구조로 연결될 수 있다. 서로 친화력이 있는 것들끼리 연결이 되는 것이다. 지금 여기서는 간단히 해봤지만, 이렇게 우연하게 짜이는 것은 굉장히 높은 정교성을 가지고 있는 구성이다. 그리고 서로 친화성이 있는 것들끼리 연결이 돼있다는 것은 이 안에 상당히 많은 정보가 기록이 돼있다는 뜻이다. 이 정보때문에 이 구성이 바탕물질(녹색 구름)을 부려서 어떤 기능을 할 수가 있다.
[그림 15] 바탕물질 성분물질의 흐름 속에 놓인 자체촉매적 국소질서
  • 그리고 여기서 감마γ는 여러가지 기능이 있을 수 있겠지만, α와 β의 간격을 조절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을 해보자. 이런 상황에서 이 주변에 바탕질서가 마구 흘러들어온다고 해보자. 그러면 어떻게 되느냐. 
  • 그림 15에서 처럼 자체촉매적 국소질서 주변에 바탕질서를 이루는 성분물질들이 지나간다. 이런 것들이 한참 흘러가다보면 친화력이 있는 것들끼리 붙게 된다. 그렇지 않은 것들은 그냥 지나갈 것이고.
[그림 16] 자체촉매 작업의 완료
  • 순식간에 친화력 가지는 것들끼리 연결돼서 자체촉매적 국소질서들이 더 만들어진다.(그림 16) 그리고 녹색 구름 모양의 바탕물질은 이들 자체촉매적 국소질서들이 이루고 있는 구성(간격)을 넓혔다 좁혔다 하는 역할을 할 수가 있다.
[그림 17] 다음 세대 자체촉매 작업 개시
  • 이렇게 똑같은 자체촉매적 국소질서가 하나에서 두 개가 됐다.(그림 17) 하나가 따로 만들어지려면 100만 년의 시간이 필요할만큼 확률이 적고 어려운데, 자체촉매적 국소질서 하나만 있으면 바로 이런 메카니즘때문에 순식간에 많이 만들어질 수 있다. 그래서 자체촉매적 기능을 한 것이다. 처음에 자체촉매적 국소질서가 있었기 때문에 그 다음에 두 번째 국소질서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이것이 자체촉매적 국소질서의 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림 18] 자체촉매적 국소질서 계열 형성
  • 그림 18에서, 맨 처음 자체촉매적 국소질서(소용돌이모양)가 만들어지는 데 100만 년이 걸렸는데, 하루 이틀 지나니까 2개가 되고, 그 다음에 만들어지는 것들도 자체촉매적 국소질서이다. 그 다음에 또 순식간에 만들어진다.
  • 예를 들어서  두 달을 지나면 10만 개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수학자가 아니라 물리학자라서 수 억 정도로 그렇게 큰 수까지 가지는 않는다. 지구가 유한하고 공간이 유한하고 지구상의 물질이 유한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10만 정도가 되면 더 이상 만들어질 소재도 좀 부족해서, 더 불어나지 않는다고 가정을 한 것이다. 그러면 줄어드느냐? 줄어드는 것을 보상해주는 만큼 새로 생겨난다고 볼 수 있다. 그때부터는 10만 전후로 해서 거의 비슷하게 유지되는 것이다.
  • 이렇게 해서, 이제 다시 아까 그 문제로 돌아가보자. 그림 10을 다시 보자. 처음 생긴 국소질서 녹색 퍼즐이 자체촉매적 국소질서라고 가정을 해보자. 자체촉매적 국소질서가 아닐 경우에는 100억 분의 1의 확률로 있다가 없어지는데, 이번에 자체촉매적 국소질서라고 가정을 해보면 10만 개의 자체촉매적 국소질서가 계속 있게 된다. 10만 개의 자체촉매적 국소질서가 있으면, 하나가 있을 때에 비해서 시간이 10만 분의 1로 줄어든다. 100만을 10만으로 나누면 10이 된다.
  • 아까는 두 번째 국소질서가 생기는 데 100조 년이 걸렸는데, 이 국소질서가 ‘자체촉매적 국소질서’가 되면 매 10년 마다 하나씩 생기게 된다. 우주 역사 7천 번에 한번 일어날 기적이 10년이 되는 것이다. 그리도 새로 생긴 국소질서도 또한 자체촉매적 국소질서이다. 그렇게 되면 자체촉매적 국소질서가 다시 10년 마다 한 단계 높아져서 계속 쌓인다. 왜냐하면 한번 10만 개가 되면 계속 10만 개로 유지가 되는데, 또 다시 다른 것이 10만 개가 그 위에 쌓이니까, 거의 누적이 된다. 누적이 되니까 하나의 기적 위에 또 더 높은 기적, 더 높은 기적이 쌓이는 것이다.
  • 그래서 40억 년 동안 쌓였고, 10년 마다 엄청난 기적이 일어났다고 한다면 그 기적의 횟수가 얼마나 되나? 40억 년 동안 매 10년 마다 기적이 일어났으면 총 기적이 일어난 횟수는 4억 번이 일어난 셈이다. 4억 번의 기적이 일어나서 쌓이면 그것이 토끼가 된다. 토끼는 4억 번의 기적이 쌓인 결과인 것이다. 그것을 모르고 토끼를 보면 놀랄 수 밖에 없다. 실제로는 4억 번의 기적이 그 안에 있는 것이다.
  • 이게 핵심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보고 있는 생명체 하나하나가 엄청나게 정교한 것이다. 그런데 그 하나만 따로 보면 확률적으로 있을 수가 없지만, 이것이 만들어지는 전 과정, 그리고 현재 그것 자체까지도 그것이 자체촉매적 기능을 가지고 있는 존재인 경우에 그런 놀라운 일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어떻게 토끼가 지구상에 걸어다닐 수 있는가하는 것을 설명한 것이다
  • 다시 정리해보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그런 과정을 거쳐서 생명이 있을 수 있게 됐고, 계속해서 무상으로 자유에너지가 지구로 쏟아져 들어온다. 그 자유에너지를 가지고 얼마든지 필요한 활동을 한다. 그 활동이라는 것은 그 생명체를 유지시키는 데 쓰일 수 있는, 그리고 그 생명을 확장하는 데 쓰일 수 있는 활동이다.
  • 자유에너지는 무상으로 엄청나게 들어오고, 자체촉매적 국소질서에 의해서 그런 정교한 것이 생기면, 그 정교한 것이 바로 자신을 유지하기에 유리한 구조와 활동으로 바꾸게 되면 그게 바로 우리가 보고 있는 생명 현상이다. 그걸 이해하지 못하면 생명을 이해못한 것이라고 본다.
  • 물리학자인 내 입장에서 보면, 생명 속에 들어가서 파헤치고 있지만 그 사람들은 생명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 왜 그런 생명이라는 것이 나왔나하는 것을 자연의 기본 원리에서 출발해서 이해를 할 때에 생명이 이해가 된다고 할 수 있다.

끝.

녹취: 황승미 (녹색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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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의 그림은 모두 장회익선생님의 강의자료에서 가져왔습니다.(이 글의 첨부파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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