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생물을 위협하는 항생제 내성균

[그림 1] 쇠푸른펭귄. 세계에서 가장 작은 펭귄 종이다. 오스트레일리아 세인트 킬다. (출처: 가디언)

야생생물 10여 종이 항생제 내성균(antibiotic-resistant bacteria)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가 나왔다. 이들 종에는 박쥐, 펭귄, 바다사자, 왈라비 등이 있으며, 오스트레일리아 과학자들의 연구로 밝혀졌다.

기사 원문 보기: “We can’t blame animals’: how human pathogens are making their way into vulnerable wildlife.” The Guardian. 2020. 7. 18. Graham Readfearn. 


야생생물들의 장내에 사는 항생제 내성균

과학자 미셸 파워(Michelle Power)는 사람이 배출하는 오폐수와, 남극에서 호주에 이르는 지역에 거주하는 동물들의 똥을 지난 13년간 뒤져가며 연구하고 있다.

파워 박사의 질문은,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 인간 체내 박테리아가 야생동물에게까지 넘어가고 있는가하는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확실히 ‘예스’로 보인다.

[그림 2] 항생제 내성균을 연구하는 과학자, 미셸 파워 박사. 오스트레일리아 맥쿼리대학. (출처: 가디언)

인간과 가까이 사는 동물들

파워 박사가 연구하는 동물들은 인간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는 동물들이다. 인간과 가까이 살거나 주머니쥐처럼 도시에 적응한 동물, 혹은 야생보호시설이나 양육보존프로그램을 통해 보호받는 동물들이다.

파워 박사가 밝혀낸 증거에 의하면 항생제 내성균이 발견된 동물은 지금까지 약 12종으로 박쥐, 펭귄, 바다사자, 왈라비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인간의 체내 유기체들은 다른 동물들에게 넘어갔다가 다시 인간에게 돌아올 수 있습니다. 어떤 것들이 옮겨다니는지 현재로서는 추적하기 어렵지만, 인류가 만들어낸 항생제 내성균들이 인간과 동물 사이를 오가고 있습니다.”

– 파워 박사

파워 박사의 연구는 2007년도에 붓꼬리바위왈라비의 똥을 조사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왈라비들은 멸종위기종이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사우스웨일즈에서는 이들을 보존하기 위해 시설에서 양육하고 있다.

왈라비의 똥을 조사한 결과, 이들 중 절반에서 항생제 내성균이 발견되었다. 이들은 후에 야생으로 방사되었다.

[그림 3] 붓꼬리바위왈라비. H. C. Richter, 1863. The Mamas of Australia. (출처: wikipedia)

남극의 펭귄과 바다사자

2009년 말, 파워 박사는 20년 동안 그려 오던 남극 탐사 연구를 하게 되었다. 하지만 실제 연구는 꿈꾸던 것만큼 낭만적인 것이 아니었다. 연구 기지에서 사용하고 배출되는 하수 샘플을 채취하고, 펭귄과 바다사자 뒤를 몰래 따라다니다가 이들의 똥을 채취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파워 박사의 남극 연구로 인간 체내 박테리아가 남극 야생생물들에게까지 전파되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여기에는 항생제 내성균도 포함되어 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파워 박사 연구팀은 오스트레일리아 필립 섬과 세인트 킬다에 서식하는 쇠푸른펭귄(Eudyptula; Little penguins)과 동물원 펭귄들의 똥 샘플 448개를 수집했다. 야생생물을 돌보는 사람들이 이 수집 작업을 함께 했다.

가두어 기르는 펭귄의 똥 중 거의 절반에서 행생제 내성균이 발견된 반면, 야생 개체군에서는 3%에서만 발견되었다.

시민과학 프로젝트 ‘스쿱 어 풉’

[그림 4] 시민참여 과학 프로젝트 ‘스쿱 어 풉’ 프로젝트 로고. (출처: Macquarie University)

파워박사는 시민이 참여하는 과학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동물들의 똥을 채집하는 일인데, 이번에는 주머니쥐의 똥을 모으는 일이었다. 시민 참여로 이루어지는 ‘스쿱 어 풉’ 프로젝트를 통해 1,800개 샘플을 수집했다. 분석 결과 오스트레일리아에 서식하는 주머니여우 중 29%에서 항생제 내성균이 발견되었다. 

[그림 5] 주머니 여우 (Brush tailed possum. 출처: 가디언)

2019년 파워 박사가 참여한 연구에서는 회색머리날여우박쥐에서 항생제 내성이 발견되었다. 회색머리날여우박쥐는 야생에서 절멸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은 ‘취약종'(IUCN 적색목록)이다. 

아직 게재되지 않은 연구에서는, 야생 태즈메이니아 주머니너구리(Tasmania devil) 개체군들에서 항생제 내성균이 발견되었다. 

어떻게 인간 체내에 있던 항생제 내성균들이 동물들에게 넘어가는 것일까?

파워 박사에 따르면 인간이 먹는 항생제 양 중 4분의 3은 체외로 배출되고, 이것은 하수처리 시스템까지 간다. 항생제 제조 공장에서도 상당량 자연으로 배출될 수 있다.

동물들을 인간이 보호하거나 가두어 기르거나, 인간 사회에 노출되었다가 야생으로 돌아갈 때에도 사람에게 있던 항생제 내성균이 동물들에게 넘어갈 수 있다.

항생제 내성균이 여러 야생생물 종들 중에서도 몇몇 종들에게서만 나타나는 이유는 아직 명확하게 알지 못한다고 파워 박사는 말한다.

주머니쥐와 날여우박쥐

주머니쥐는 도시에 아주 잘 적응한 종으로, 인간 가까이에서 살면서 먹이를 구한다. 오스트레일리아의 보통 집들 지붕 아래에 집을 마련할만큼 가까이 살기도 하지만, 각 개체들은 서로 거리를 두고 산다.

[그림 6] 회색머리날여우박쥐 (Grey-headed flying fox. 출처: 가디언)

날여우박쥐는 나무 위에 매달려 빽빽하게 모여사는데 그 수가 수천 마리에 달하기도 한다. 야생 회색머리날여우박쥐의 똥에서는 약 5%만이 항생제 내성균이 발견된 반면, 보호시설에서는 40%가 발견되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항생제 내성균이 생겨난 것은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어려운 건강, 의료 문제 중 하나이다. 이 균때문에 위협적인 질병을 치료하기가 훨씬 더 힘들어졌다.

그러나 야생생물에게 이 박테리아가 어떤 영향을 줄지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파워박사).” 어떤 해로운 영향을 준다는 직접적인 증거도 아직 발견된 바가 없다.

[그림 7] 바다사자  (출처: 가디언)

야생으로 넘어간 항생제 내성균은 변형되어 다시 인간에게 돌아올 수 있다?

파워 박사와 함께 연구하는 웨인 보드만(Wayne Boardman) 박사는 애들레이드대학에서 야생생물 수의학을 연구하고 있으며, 이전에 런던동물원에서도 연구했다. 

보드만 박사의 걱정은 항생제 내성균때문에 병이 있는 동물들을 치료하기가 더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게다가, 인간으로부터 동물에게 전해진 항생제 내성균이나 유전자가 변형되어 다시 인간 개체군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고 보드만 박사는 우려하고 있다.

“박테리아는 스스로를 보호하려고 애씁니다. 위험성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수 년에 걸쳐 균들이 서로 섞일 수 있어요. 인간들이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유전자들(antimicrobial resistant genes)을 계속해서 만들어내고 배출하고 있기 때문이죠.

항생제 내성균 문제는 인간이 만들어낸 일입니다. (인간에게 되돌아오더라도) 동물들을 탓할 수는 없습니다. 인간들이 항생제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에요.”

 – 보드만 박사
[그림 8] 남극의 펭귄. (출처: 가디언)

항생제 내성균이 야생에 미칠 수 있는 영향?

클레어 맥아더 교수(Clare McArthur, 시드니 대학 행동생태학자)는 첫 번째 중요한 질문(인간 체내 박테리아가 어떻게 야생으로 건너갔는가)에 대해 파워 박사가 답을 내놓았다고 말한다.

“다음 질문은, 이것이 문제가 되는가하는 것입니다. 나는 이 문제를 장의 관점(a gut prospective)에서 보려고 합니다. 장내 생물군계(biome)는 중요합니다. 인간을 보면 알 수 있는데, 장을 잘못 건드리면 건강에 문제가 생깁니다.

내가 염두에 두고 있는 질문은, 항생제 내성균이 다른 생물들에게 침투했을 때 이들의 장내 생물군계가 달라질까 하는 것입니다. 아직 아는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 맥아더 교수

파워 박사의 걱정은, 야생생물들에게 인간의 병원체가 들어갈 경우 이미 취약한 생물종들에게는 이것이 또 다른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항생제 내성균 자체가 병원체이고, 인간에게 병을 일으킵니다. 야생생물들의 건강이 걱정됩니다. 이들 항생제 내성균들 중 몇몇은 야생생물 종들에게 문제가 되고 있으며, 이들 종들 다수가 이미 취약종들입니다.”

– 파워 박사

기사 원문 보기: “We can’t blame animals’: how human pathogens are making their way into vulnerable wildlife.” The Guardian. 2020. 7. 18. Graham Readfearn. 

번역, 요약 : 황승미 (녹색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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