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독립하우스 살림 – 3. 봄철 실내 공기질은 덤

2013년에 에너지독립하우스를 지었습니다. 집을 지어 살면서 운영하는 이야기, 어려움, 기술적인 기록들을 여섯 회에 걸쳐 공유합니다.

2019년 7월 11일
최우석 (녹색아카데미)

에너지독립하우스 살림
1. 에너지살림
2. 내 똥이 검은 흙 되어 밭에 들어가다
3. 봄철 실내 공기질은 덤
4. 하수독립, 버릴 것 없는 물살림
5-1. 에너지 독립의 여름과 겨울 (1/2)
5-2. 에너지 독립의 여름과 겨울 (2/2)


봄철 실내 공기질은 덤

파시브하우스를 떠받치는 가장 중요한 다섯 개의 기둥은 단열, 기밀, 창호, 열회수환기, 열교없는 건축이다. 오늘은 그 중 파시브하우스의 환기 살림 이야기를 해보겠다.

파시브하우스에 대한 강의를 할 때 종종 ‘자연 환기’와 ‘기계식 환기’ 또는 ‘강제 환기’ 중 뭐가 좋을까 묻곤 한다. 대부분 자연 환기가 좋다고 답이 돌아온다. 하지만 파시브하우스에는 열회수환기장치(Heat Recovery Ventilation Unit)라는 상대적으로 비싼 기계 장치가 필수적으로 달린다. 강제 환기를 위해서다. 창문을 열어 환기하는 방식으로는 도저히 실내 공기질을 ‘좋은’ 수준으로 맞출 수가 없기 때문이다. 

환기는 왜 할까? 쉽게 말하면 똥 치우는 것과 같다. 냄새나고 습하고 오염된 묵은 공기를 내보내고 신선한 공기를 끌어들이는 것이다. 우리가 계절과 낮밤을 가리지 않고 숨을 내뱉으므로 환기도 철과 밤낮을 가려서는 안 된다. 날씨가 좋은 계절이면 창을 계속 열어둘 수가 있으니 자연 환기로도 충분하다.

그러나 겨울에 창을 열려면 꽤 많은 희생이 필요하다. 잠깐 열어서는 효과가 없으니 맞바람이 불게 앞뒤 창을 활짝 열고 일이십 분은 버텨주어야 한다. 한두 번 해서는 효과가 없으니 한두 시간 간격으로 성실하게 창을 열어주어야 한다. 답답한 것을 못참는 우리 어머니 아버지는 그렇게 해오셨다. 그렇더라도 밤에 잘 때까지 창을 열어두기에는 치러야 댓가가 너무 혹독하다. 자연 환기 방식은 환기 그 자체를 위한 에너지는 거의 들지 않지만 공기와 함께 잃는 난방에너지와 냉방에너지, 그리고 쾌적함이 환기의 이로움을 넘어선다. 그마저 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좋은 환기 방식은 실내 공기질을 언제 어느 때나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창문을 열기 힘든 시간이나 여건에서도 환기가 되려면 강제 환기, 기계식 환기가 불가피하다. 또 좋은 환기가 되려면 고통스럽지 않아야 한다. 겨울철에 차가운 공기가 쏟아져 들어오면 창문을 여는 것 못지 않게 고통스럽다. 여름철에도 애써 실내를 서늘하게 만들어둔 상황에서 후끈한 공기가 들어오면 반가울 것이 없다. 따라서 사람이 느끼기에 쾌적한 수준으로 공기 온도를 맞추어 주어야 한다.

여기에는 액티브(active; aktiv)한 방식과 파시브(passive; passiv)한 방식 두 가지가 있다. 겨울엔 공기를 가열하고 여름엔 공기를 냉각하여 들여보내는 액티브한 조치는 낭비가 심하다. 애써 덥힌 공기는 그대로 내보내고, 바깥 찬 공기는 가열해서 들여온다면 이중의 낭비이다. 여름도 마찬가지이다. 파시브한 조치는 열을 회수하는 방법이다. 밖으로 나가는 묵은 공기의 따뜻한 열을 신선한 공기가 빼앗아서 들어오게 하는 것이다. 이것이 열회수환기(heat recovery ventilation)인데 열회수율이 일정 수준 이상인 좋은 환기장치는 가열이나 냉각이 없이도 충분히 쾌적한 온도의 공기를 공급할 수 있다.

파시브하우스에 설치 가능한 열회수환기장치의 성능 수준은 일상적인 표현으로 바꾸어 말하면 다음과 같다. 별도의 액티브한 조치 없이도 환기로 추위나 더위를 느끼지 않는 열회수율을 갖춰야 하고, 일상 생활에서 잘 느끼지 못할 정도로 소음이 크지 않아야 하며, 환기장치 운용에 드는 전기에너지가 회수되는 열에너지보다 적어야 한다. 

파시브하우스인 우리집에는 당연히 열회수환기장치가 있다. 열회수율이 91%인 제품이다. 2013년 늦은 봄부터 만 4년동안 쉬지 않고 열심히 공기를 교환하고 있다. 우리집은 일년 내내 환기장치를 돌린다. 지난 호 글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퇴비화 변기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변이 모이는 변기 자체가 흡기구 노릇을 하고 있기 때문에 퇴비화 변기가 실내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다. 이를 위해서 여름에 창문을 열고 있을 때에도 환기장치를 끄지 않는다. 물론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은 환기장치의 전력 소모량이 아주 적은 데다가 우리집이 에너지독립을 하고 있어 겨울 이외에는 태양으로부터 얻은 전기가 전혀 부족하지 않기 때문이다.

열회수환기장치

이런 우리집 사정을 보고 환기장치를 연중 가동해야 하는가 묻는 분들이 종종 있었다. 그러면 그럴 필요는 전혀 없다, 우리집의 특수한 사정 때문에 그러한 것이다 라고 설명을 해왔다. 겨울에만 돌리고 다른 계절에는 창문 열어 환기하는 것도 좋다, 다만 그 경우에는 늦가을 다시 가동할 때 필터 상태를 잘 살펴보는 정도의 신경만 써주면 된다는 게 내 설명이다. 물론 가족 중 꽃가루 알러지가 있는 분이 있으면 봄가을에도 창문 닫고 환기장치를 켜는 게 좋다. 환기장치에는 필터가 반드시 부착되는데 꽃가루를 거를 수 있는 등급의 필터(F7)를 설치하면 실내에는 꽃가루가 들어오지 않게 할 수 있으니 그런 분께는 특히 열회수환기장치가 유용하다.

그런데 요근래 몇 년 사이에 훨씬 더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것 같은데 봄가을 미세먼지가 온 하늘을 뒤덮는 날이 점점 더 길어지고 있다. 겨울 지나 봄이 와도 창을 연다는 건 언감생심이다. 마음대로 바깥에 나가 봄날을 즐기는 건 고사하고 실내 공기질도 크게 위협받고 있다. 그나마 우리집의 한 가지 위안은 열회수환기장치를 연중 돌리는 탓에 창을 열지 않아도 전혀 고통스럽지 않다는 점이다.

우리집은 어제까지 올해 한 번도 창을 열지 않았다(2017년 기준). 통상 실내공기질(Indoor Air Quality; IAQ)을 논할 때 이산화탄소농도 1000ppm이 기준이 되곤 하는데 올해 우리집 이산화탄소 농도치는 내내 1000ppm 이하를 유지하고 있으니 창 못 열어서 희생된 것은 없는 셈이다. 1월에 보름 정도 집을 비워서 300ppm대로 떨어졌던 뒤로 겨울엔 1층 800~1000ppm,  2층 600~800ppm, 봄 들어서는 1층 600~800ppm, 2층 600~700ppm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에너지독립하우스 실내 이산화탄소 농도 측정 결과(왼쪽-1층, 오른쪽-2층)


미세먼지의 경우 아주 간단한 측정기기 한 개 뿐이라 지속적으로 측정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이따금 확인해볼 때마다 PM2.5 기준으로 5~15µg/m³ 사이로 값이 나와서 그 정도는 늘 유지하고 있다고 짐작하고 있다. 엊그제는 밤공기가 서늘한데 봄이 다 되어가도록 창문을 한 번도 못 열어보았다는 게 왠지 억울해서 밤에 창을 활짝 열어젖히고 한 시간 정도 개구리 소리를 즐겨보았다. 그래도 미세먼지 걱정이 들어 측정기를 켜보았는데 아니나다를까 괜한 짓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별로 나쁘지 않다는 날이었는데도 창가 앞에 가보니 PM2.5 50µg/m³ 내외가 나오는 게 아닌가. 그러게 왜 창을 열었냐고 야단 맞을까봐 조용히 집안 창들을 하나하나 닫고 1시간 정도 있다가 재보니 10~20µg/m³ 정도로 떨어졌다. 다음날 아침에 다시 보니 5~10µg/m³로 평소 수준대로 찍혔다. 

실내 미세먼지 측정


미세먼지가 온 산하를 뒤덮을 때 실내를 잘 지켜주다보니 환기장치 필터의 수명은 그리 길지 않다. 보통 열회수환기장치의 필터는 도심에서는 3~4개월에 한 번, 교외에서는 6개월에 한 번은 교체하기를 권장한다. 우리집은 그동안 대략 반년에 한 번 갈아주었는데 아무래도 올 봄을 거치면서는 더 자주 갈아주어야 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

필터는 날짜를 세어가며 주기적으로 갈아주는 게 가장 좋다. 필터에 먼지가 많이 쌓여 공기 흐름이 원활치 않을 때에는 환기장치의 부담이 커진다. 일정한 공기량을 공급해주게 되어 있는 장치라 필터가 공기흐름을 막을수록 팬이 훨씬 더 세게 돌아야 공급량을 겨우 맞출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필터 교체 시기를 놓치면 은근히 환기장치의 소음이 더 커진다. 평소에는 환기장치 돌아가는 것을 의식 않고 살다가 어느날 문득 급기구에서 공기 들어오는 소리가 쏴하고 새삼스럽게 들린다면 나 모르게 누가 공급량을 한 단계 높였거나 필터 교체 시기가 넘은 게다. 올해는 나도 교체 시기를 놓쳐서 소음을 느끼고서야 필터를 갈아주었다. 

교체시기를
넘긴 필터


올 봄에는 지난 5월 9일에 갈아주었는데 필터에 쌓인 먼지들이 엄청났다. 필터 앞 외기덕트에도 먼지가 잔뜩이다. 송화가루가 한참 날리고 난 뒤라 가장 최근 쌓인 먼지는 노랗게 앉았다. 우리집 환기장치의 필터 교체 과정은 아래 그림과 같다.

환기장치 맨 바깥 뚜껑을 열어주고⑴, 열교환소자 덮개도 열어준다⑵. 열교환소자를 잡아당겨 꺼내고⑶, 오른쪽의 외기필터와 왼쪽의 배기필터를 빼어내 먼지가 날리지 않도록 봉투 등에 곱게 담아 버린다⑷. 필터 주변에 쌓인 먼지를  닦아내고⑸, 결로수 배출구에도 이물질이 끼어 막히지 않았는지 확인하고 청소한다⑹. 필요한 경우에는 열교환소자도 욕실 등에서 물로 청소해주고는⑺, 열교환소자와 필터 등을 모두 장착한 뒤에 조절기에서 필터를 교환했다고 입력하여 필터 교환 시기를 리셋한다⑻. 

열회수환기
장치의 필터 교체 과정


며칠 사이에 얼마나 필터가 더러워지는지 보려고 필터 교환 18일만인 어제 다시 꺼내어 아직 사용하지 않은 필터와 나란히 놓고 비교를 해보았다. 아직 오염 수준이 높지 않은데도 겉보기에 색깔이 많이 짙어졌다. 보통 환기장치의 배기 쪽 필터는 G4 등급을 쓰고, 바깥 공기를 거르는 외기 필터는 F7 등급을 권한다. F7은 PM2.5 입자의 약 90%를 거를 수 있는 필터로서 미세먼지와 꽃가루 대부분을 걸러줄 수 있다. 빨리 오염되는 필터일수록 등급이 높은 것이라고 본다면 필터 교체 시기에 필터가 더러우면 더러울수록 기분이 좋아야 할 것인데 막상 꼭 그렇지는 않으니 우스운 일이다.

사용 후 필터와
새 필터 비교


봄철 미세먼지 때문에 공기청정기 판매가 수직 상승하고 있다 한다. 미세먼지와 몇몇 오염물질 제거에는 공기청정기가 꽤 유용하다. 하지만 이산화탄소 농도는 낮출 수 없다. 우리가 숨쉬는 목적이 대사의 결과로 쌓이는 이산화탄소를 다른 노폐물과 함께 내뱉고 신선한 산소를 들이쉬는 것이므로 환기 없는 공기 필터링은 부족하기 그지 없다.

궁극적으로는 미세먼지 걱정없는 세상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해야하겠지만 문제 해결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구제 조치도 중요하다. 그렇다면 가정과 사람들이 시간을 많이 보내는 여러 공간의 실내 공기질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어린 아이들과 학생들이 긴 시간을 보내는 유아원, 유치원, 학교 등에서는 더욱 절실하다.

미세먼지는 여러 가지 방식의 필터링으로 상당히 낮추는 게 가능하다. 그러나 이산화탄소 농도는 오로지 환기를 통해서만 적정 수준 이하를 맞출 수 있다. 그렇다면 환기와 미세먼지 필터링을 모두 할 수 있고, 난방 및 냉방에너지 손실이 거의 없이 봄여름가을겨울 쾌적한 실내공기질을 유지할 수 있는 열회수환기장치가 거의 모든 실내 환경에 필수가 아닐지 하는 생각이다.

2019년 7월 11일
최우석 (녹색아카데미)
[작은 것이 아름답다](2017)에 실었던 글을 조금 고쳐 소개합니다.
다음 회 예고 : “에너지독립하우스 살림 – 4. 하수독립, 정직한 물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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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핑백: 녹색아카데미 뉴스레터 9월-1 – 녹색아카데미 Green Academ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