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내공생과 자유에너지로 본 생명 – (4) 생화학의 눈으로 본 생명: 자유에너지

과학칼럼 “세포내공생과 자유에너지로 본 생명” 시리즈의 네 번째 이야기입니다. 이번 연재는 『생명을 어떻게 이해할까?』(장회익, 2014)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생명의 정의, 자유에너지, 내부공생, 온생명론 등을 다룹니다. 특히 물리학으로 생명을 이해할 수 있을까 하고 문제를 제기하신 장회익 선생님의 접근에 대한 상보적인 관점으로, 생물학자(린 마굴리스의 세포내공생)와 생화학자(닉 레인의 세포막과 자유에너지 접근)의 이론을 함께 소개합니다.

(1)편 “생명을 어떻게 이해할까” 보러가기
(2)편 “생명을 정의하는 문제와 철학적 문제” 보러가기
(3)편 “자체촉매적 국소 질서의 출현” 보러가기
(4)편 “생화학의 눈으로 본 생명: 자유에너지”
(5)편 “생화학의 눈으로 본 생명: 염기성 열수 분출구” 보러가기
(6)편 “생화학의 눈으로 본 생명: 내부공생” – 1 보러가기
(7)편 “생화학의 눈으로 본 생명: 내부공생” – 2 보러가기
(8)편 “바탕체계와 온생명” 보러가기

김재영 (녹색아카데미) 2019년 12월 10일


생화학의 눈으로 본 생명 : 자유에너지


(앞서 살펴본 자체촉매적 국소 질서 개념은 물리학의 눈으로 생명을 바라보면서 구축한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틀이다. 이 틀을 이제 생물학 또는 생명과학의 연구성과들과 연결시킴으로써 더 구체화할 수 있는 작업을 진행한다. – 편집자)



에르빈 슈뢰딩거가 생명의 핵심적 본질로서 제기한 것은 (1) 유전과 관련된 정보와 (2) 음의 엔트로피 두 가지였으나, 그 뒤의 역사적 전개에서는 일종의 왜곡이 생겨났다. 슈뢰딩거가 말한 음의 엔트로피는 명백하게 자유에너지를 가리키는 것이었다. 이는 슈뢰딩거 자신의 각주에서도 분명하며, 장회익 (2014)에서도 이 점이 강조되고 있다.

슈뢰딩거는 물리학 안에서도 특히 루트비히 볼츠만과 조사이어 기브즈가 19세기 말에 정립한 열통계역학의 전문가였으며, 특히 헬름홀츠의 자유에너지보다도 기브즈의 자유에너지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헬름홀츠의 자유에너지가 F = E – TS 또는 ⊿F = ⊿E – T⊿S 로서 온도와 부피의 함수인 반면, 기브즈의 자유에너지는 G = E + pV – TS = H – TS 또는 ⊿G = ⊿H – T⊿S = V⊿p – S⊿T로서 온도와 압력의 함수이다. 따라서 물리학적으로는 헬름홀츠의 자유에너지가 더 편리한 반면, 생화학적으로는 기브즈 자유에너지가 더 편리하다.

그런데 슈뢰딩거의 책이 출판된 지 3년이 채 지나지 않아 클로드 섀넌의 책 『정보의 수학적 이론』이 출판되면서, 섀넌의 정의에 따라 정보를 곧 음의 엔트로피라고 이해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덧붙여 1953년에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이 데옥시리보핵산(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밝히고, 이것이 바로 유전과 관련된 정보의 핵심임을 주장했다. 그 주장이 신빙성을 얻어감에 따라 슈뢰딩거가 제안한 두 가지 생명의 본질 중에서 음의 엔트로피 또는 자유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줄어들고, 생명의 본질을 밝히려는 분자생물학의 주된 관심은 핵산에서 나타나는 유전정보에 집중되었다. 

[그림 1] 피터 미첼(Peter Mitchell, 1920-1992). ATP합성에서 일어나는 화학삼투 메카니즘을 밝혀 1978년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출처 : wikipedia)

이 무렵 생화학에서는 이와 다른 방향의 접근이 싹트고 있었다. 이는 이른바 ‘생물에너지론’(bioenergetics)이라 부르며, 그 선구자는 피터 미첼 이다.

세포 호흡에서 산화환원반응의 결과로 방출되는 에너지는 ATP 즉 아데닌 3인산으로 ‘저장’된다. 이 과정이 어떻게 일어나는가 하는 것이 산화 인산화(oxidative phosphorylation, ox phos)의 문제다. 쉽게 말해서 세포내 호흡의 연쇄과정과 ATP의 합성이 어떤 관계인가를 밝히는 것이 쟁점이었다.

미첼이 1961년 제안한 ‘화학삼투 가설’(chemiosmosis hypothesis)은 반투막의 경계로 한 양성자의 농도 차로부터 ATP가 만들어진다는 주장이다. 산화 인산화 (ox phos)에 대한 설명에서 화학삼투 가설은 이제 정설이지만, 미첼이 1961년 이 가설을 제안했을 때만 해도 상황은 안 좋았다.

이미 1946년에 프리츠 리프만 (Fritz Lippmann)이 이것을 해결해야 할 과제로 제시했고, ATP에 매달리는 인산은 호흡 연쇄의 성분 중 하나에 붙어 있는 인산 그룹일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냈다.

1953년 빌 슬레이터 (Bill Slater)가 해당 반응에 기초를 둔 메커니즘을 제안했다. 글리세르알데하이드 3인산 탈수소화효소 반응(glyceraldehyde 3-phosphate dehydrogenase)과 연관된 인산화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이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연쇄반응의 중간단계를 찾는 것이 가장 큰 관심사가 되었다.

미토콘드리아의 막 내부와 외부 사이의 수소이온과 수산화이온의 농도차를 가지고 이를 설명한다는 미첼의 제안은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게다가 1964년에는 폴 보이어(Paul Boyer)가 분자 내 원자들의 위치 배열에 주목하는 이론 (conformational theory)을 제시했고, 미첼의 화학삼투 가설보다는 이쪽에 더 무게가 실렸다.

연쇄반응의 중간단계를 찾는 일이 계속 실패하면서 조금씩 화학삼투 가설이 힘을 얻기 시작했고, 우여곡절 끝에 1978년 미첼이 “화학삼투 이론의 구성을 통해 생물학적 에너지 전달을 이해하는 데 기여한 공로”로 노벨화학상을 받았고, 그 뒤 화학삼투 이론과 경쟁하던 이론들은 서서히 사라졌다(Mitchell, 1978/2011).

[그림 2] 이온 농도차이는 포텐셜에너지(위치에너지)를 만들어내며, 이온이 통로(붉은상자)를 통과할 때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동력으로 작동할 수 있다. (출처 : wikipedia)


왜 미첼은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얇은 막을 경계로 내부와 외부 사이의 수소이온과 수산화이온의 농도차에 주목했던 것일까? 1957년에 있었던 한 회의의 강연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저는 환경을 빼놓고는 유기체를 생각할 수 없습니다. 형식적 관점에서 보면 유기체와 환경은 두 개의 동등한 상(phase)이며, 그 둘을 분리시키는 동시에 연결하는 막들에 의해 두 상들의 동적인 접촉이 유지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Lane 2015: 134[102])

화학삼투 이론에 따르면, 생명체의 세포 안에서 에너지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모두 ATP의 생산으로 매개된다. ATP는 얇은 막을 사이에 둔 양성자 기울기를 통해 만들어진다.

생명체의 물질 대사에서 가장 근본적인 것이 바로 자유에너지, 특히 기브즈 자유에너지라고 본다면, 양성자 기울기가 있는 얇은 막이야말로 생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얇은 막은 유기체와 환경 사이의 유동적인 경계일 뿐 절대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언제나 유기체와 환경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만일 그 얇은 막이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는지 알 수 있다면 최초의 ‘자체촉매적 국소 질서’(자촉질서)가 어떻게 형성될 수 있을지도 개연성 있는 시나리오를 구성해 볼 수 있을 것이다.

… (5)편에서는 “생화학의 눈으로 본 생명: 염기성 열수 분출구”를 통해 자촉질서 형성 모형을 살펴봅니다.


참고문헌

  • 장회익 (2014). 『생명을 어떻게 이해할까?』, 한울아카데미.
  • Lane, N. (2015). The Vital Question: Why Is Life the Way It Is?. Profile Books; 김정은 옮김 (2016). 바이털 퀘스천: 생명은 어떻게 탄생했는가. 까치.
  • Mitchell, P. (1978/2011). “Chemiosmotic coupling in oxidative and photosynthetic phosphorylation”(산화인산화와 광합성 인산화에서 화학삼투 결합). Biochimica et Biophysica Acta (BBA), Bioenergetics 1807 (12): 1507–1538. http://bit.ly/2dtCaIU

* 이번 과학칼럼 새 연재는 ‘온생명론 작은 토론회'(2016년 아산)에서 소개된 글(김재영, 녹색아카데미)입니다. 장회익선생님의 온생명론과 공생이론, 자유에너지를 비롯한 생화학적 생명이해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