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내공생과 자유에너지로 본 생명 – (2)생명을 정의하는 문제와 철학적 문제

과학칼럼 새 연재 “세포내공생과 자유에너지로 본 생명”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이번 연재는 <생명을 어떻게 이해할까?>(장회익, 2014)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생명의 정의, 자유에너지, 내부공생, 온생명론 등을 다룹니다. 특히 물리학으로 생명을 이해할 수 있을까 하고 문제를 제기하신 장회익 선생님의 접근에 대한 상보적인 관점으로, 생물학자(린 마굴리스의 세포내공생)와 생화학자(닉 레인의 세포막과 자유에너지 접근)의 이론을 함께 소개합니다.

(1)편 “생명을 어떻게 이해할까” 보러가기
(2)편 “생명을 정의하는 문제와 철학적 문제” 
(3)편 “자체촉매적 국소 질서의 출현” 보러가기
(4)편 “생화학의 눈으로 본 생명: 자유에너지” 보러가기
(5)편 “생화학의 눈으로 본 생명: 염기성 열수 분출구” 보러가기
(6)편 “생화학의 눈으로 본 생명: 내부공생” – 1 보러가기
(7)편 “생화학의 눈으로 본 생명: 내부공생” – 2 보러가기
(8)편 “바탕체계와 온생명” 보러가기

김재영 (녹색아카데미). 2019년 11월 26일.


생명을 정의하는 문제와 철학적 문제


생명을 정의하는 문제는 지금도 여전히 매우 중요하다. 생명의 기원, 우주생물학, 복잡계 등과 같은 직접적으로 생명의 정의를 필요로 하는 분야 외에도 생명정보학이나 생물물리학 등에서도 생명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가 재조명되고 있다.

가령 생명의 기원과 생명계의 진화에 대한 논의를 기본 주제로 하는 학술지 Origins of Life and Evolution of Biospheres가 2010년 4월에 발행된 제40권 제2호의 특집주제를 “생명을 정의하기”로 한 것이나, Synthese가 2012년 4월에 발행된 제185권 제1호의 주제를 “생명에 관한 철학적 문제들”로 정한 것은 이 문제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베다우(Bedau 2012)에 따르면 생명에 관한 철학적 문제는 존재론, 인식론, 가치론 모두에 걸쳐 있다. 존재론적 문제들은 생명의 본성은 무엇인가? 생명은 어떻게 정의되어야 하는가? 생명에 대한 가장 그럴듯한 이론이나 설명은 무엇인가? 등의 질문을 다룬다. 생명을 정의하는 문제는 생명의 특수한 몇 가지 속성을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에 대한 가장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본성을 밝히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생명에 관한 철학적 논의는 목적론과 기계론의 문제에 직접 부딪힐 수밖에 없다. 생명에서 기능, 목표, 목적 등과 같은 목적론적 요소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가? 둘째, 여러 가지 형태의 생명은 어떤 복잡한 화학적 기계의 일종일 뿐인가? 셋째, 생명과 마음의 관계는 무엇인가? 넷째, 생명과 비생명의 구별은 이분법적인가, 아니면 그 구별은 어떤 식으로든 모호한 면이 있는가, 또는 생명은 정도의 차이로 나타나는가?

생명의 철학에서 제기되는 인식론적인 논제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생명이 무엇인가를 정의하는 문제가 의견일치에 도달하기가 그렇게 어려운 까닭은 무엇인가? 생명의 본성에 관한 그럴듯한 정의나 이론이나 설명을 정식화하는 것이 왜 그렇게 어려운가? 둘째, 생명에 대한 과학적 논의에 대한 증거를 가장 일반적인 형태로 제시하는 올바른 방식은 무엇인가? 

또한 생명과 윤리, 가치, 규준 사이의 연결에 관련된 쟁점들이 있다. 첫째, 생명이 목적론과 연관되어 있다면 생명의 규범적 측면은 무엇인가? 둘째, 모든 형태의 생명이 모종의 내재적 가치를 가지는가? 아니면 인간이라든가 느낌이 있는 동물이나 자연적이고 비인공적인 형태의 생명만이 가치를 지니는가? 

루이스-미라소, 페레토, 모레노(Ruiz-Mirazo, Peretó, Moreno 2004; 2010)는 생명에 대한 보편적 정의를 논의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생명은 자체생성적인 자율적 주체들의 복잡한 네트워크로서, 그 기본 조직은 집합적 네트워크가 진화하는 개방적이고 역사적인 과정을 통해 생성되는 물질적 기록을 통해 지시된다.”

루이스-미라소, 페레토, 모레노. 2004; 2010.
[그림 1] “What caused life’s major evolutionary transitions?” (진화에 대해 잘 설명하고 있는 애니메이션입니다. 설정에서 자막을 영어로 바꿔서 보세요. 출처 : 옥스포드대학 동물학과)

에메케의 생명기호학적(biosemiotic) 정의에 따르면 “생명은 스스로의 ‘둘레세계’를 만드는 스스로 짜인 물질적 코드계에서 일어나는 기호들의 기능적인 해석”이다(Emmeche 1998). 움베르토 마투라나와 프란시스코 바렐라는 자체생성성(autopoiesis)이란 개념을 통해 생명을 이해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바렐라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의미 만들기’(sense-making)란 개념을 논의했다. 첫째, 생명체는 근본적으로 자체생성성에 기초를 둔 자기긍정적이며 정체성을 만드는 과정이다. 둘째, 이 자기긍정적 정체성은 논리적으로 조작적으로 의미 만들기와 상호작용 영역의 준거점 또는 관점을 수립한다.

바렐라가 말하는 의미 만들기는 물리화학적 세계를 의미와 가치를 갖는 환경으로 바꾸며 그 계에 대한 둘레세계를 창조하는 것이다. 의미 만들기는 규범적이지만, 자체생성성이 자기연속성의 전체 아니면 없음이라는 이분법적 규준일 뿐, 순차적인 규준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바렐라의 관점은 자체생성성을 조직화의 보존에 국한시키는 마투라나와 다르다. 

바렐라는 자체생성과정을 보충하기 위해 의미만들기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바렐라의 의미만들기 과정은 다음과 같은 다섯 단계로 이루어진다. 첫째, 생명은 자체생성성과 인지로 규정된다. 둘째, 자체생성성에 따라 신체적 자기가 창발하게 된다. 셋째, 자기의 창발에 따라 세계가 창발한다. 넷째, 자기와 세계의 창발하여 둘이 만나면서 의미 만들기가 이루어진다. 다섯째, 의미 만들기는 곧 행위하기(enaction)이며 자기와 세계의 만남이다. 바렐라의 논의는 에메케의 생명기호학적 정의를 가장 일반적인 수준으로 확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장회익은 오래 전부터 생명 개념에 대한 메타적 고찰을 통해 온생명의 개념을 확립했다. 온생명은 “우주 내에 형성되는 지속적 자유에너지의 흐름을 바탕으로, 기존질서의 일부 국소질서가 이와 흡사한 새로운 국소질서 형성의 계기를 이루어, 그 복제생성률이 1을 넘어서면서 일련의 연계적 국소질서가 형성 지속되어 나가게 되는 하나의 유기적 체계”로 정의된다.

온생명은 “기본적인 자유에너지의 근원과 이를 활용할 여건을 확보한 가운데 이의 흐름을 활용하여 최소한의 복제가 이루어지는 하나의 유기적 체계”이다. 장회익 (2014)은 루이스-미라소와 모레노가 제안한 보편적 정의를 수정하여 기존의 온생명 개념을 재정립하고자 했다. 그에 따르면, 생명은 

“자체촉매적 국소 질서의 복잡한 네트워크를 그 안에 구현하는 자체유지적 체계이다. 여기서 각 국소질서의 기본 조직은 지속성을 지닌 ‘규제물’들에 의해 특정되고, 이 규제물들은 열린 진화적 과정을 통해 형성된다.”

– 장회익. 2014: 105.

이러한 논의의 핵심 개념인 자체촉매적 국소질서에 대해 더 상세하게 살펴보자.

… (3)편 “자체촉매적 국소 질서”에서 계속됩니다.


<생명을 어떻게 이해할까?> 장회익, 2014. (출처 : 100miin)

참고문헌

  • 장회익 (2014). <생명을 어떻게 이해할까?>, 한울아카데미.
  • Bedau, M.A. (2012). “Introduction to philosophical problems about life” Synthese 185:1–3.
  • Emmeche C. (1992). “Modeling Life: A note on the semiotics of emergence and computation in artificial and natural systems”, pp. 77-99 in: Thomas A. Sebeok & Jean Umiker-Sebeok, eds., Biosemiotics. The Semiotic Web 1991, Mouton de Gruyter Publishers.
  • Ruiz-Mirazo, K., Peretó, J., & Moreno, A. (2004). “A universal definition of life: Autonomy and open-ended evolution”. Origins of Life and Evolution of the Biosphere, 34, 323–346.
  • Ruiz-Mirazo, K., Peretó, J., & Moreno, A. (2010). “Defining life or bringing biology to life”. Origins of Life and Evolution of the Biosphere 40, 203–213.

* 이번 과학칼럼 새 연재는 ‘온생명론 작은 토론회'(2016년 아산)에서 소개된 글(김재영, 녹색아카데미)입니다. 장회익선생님의 온생명론과 공생이론, 자유에너지를 비롯한 생화학적 생명이해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