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게를 이용해 더 싸게 전력을 저장할 수 있다

새로운 전력 저장 방식에 대한 연구와 제안을 소개합니다.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가능에너지원을 주된 에너지원으로 삼을 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일정하게 에너지를 얻을 수 없다는 점입니다. 태양광 전력은 낮에만 얻을 수 있고, 풍력 전력은 바람이 불 때에만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밤낮의 괴리, 계절별 편차 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전력을 저장해야 합니다. 현재 널리 이용되고 있는 전력 저장 방법 중 가장 효율이 좋고 비교적 오래 쓸 수 있는 것이 리튬이온 배터리이지만 가격이 비싸고 시간이 감에 따라 성능 저하가 생긴다는 큰 단점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많은 연구자들과 사업가들이 더 값싸고 시간에 따른 성능 저하가 없는 전력 저장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기후 변화 네트워크의 2019년 11월 22일자 뉴스레터는 중량물을 이용하면 값싸고 성능 저하 없는 전력 저장이 가능하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어 흥미롭습니다. 기본적인 원리는 무거운 물체를 재생가능에너지로 발전한 전력이 남아돌 때 높이 올려두었다가 전력이 필요할 때 떨어뜨려서 그 힘으로 터빈을 돌려 발전을 한다는 것입니다. 전기에너지를 위치에너지로 변환하여 저장한다는 개념인데요, 주창자들에 따르면 에너지 변환 효율이 80~90%에 이르러 리튬이온배터리에 뒤지지 않는데다 손실 없이 아주 오랫동안 저장을 할 수도 있고, 저장 시설의 손상도 거의 없이 아주 오랜 기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래 최근 연구 논문 한 건과 사업 제안을 하고 있는 업체 한 곳 이야기를 옮겨 소개합니다.

산악중력에너지저장(Mountain Gravity Energy Storage; MGES)

오스트리아에 기반을 둔 응용시스템분석국제기구(International Institute for Applied System Analysis; IIASA)는 산악중력에너지저장(MGES) 기술 이용에 대한 논문<에너지(Energy)> 저널에 발표했습니다. [1] 산악 지역에서 스키 리프트와 비슷한 설비를 이용해 산 정상으로 모래나 자갈 같은 것들을 올려두는 방식으로 여러 달 전력을 손실 없이 저장할 수 있다는 것이 골자입니다.

논문의 문제의식은 이렇습니다. 배터리는 매일매일의 전력을 저장했다가 며칠 사이에 이용하는 단기 저장에 유용하지만 여름에 저장했다가 겨울에 쓰는 것과 같은 장기 저장에는 경제적이지 않습니다. 물퍼올림 저장(Pumped-hydro storage; PHS; 양수(揚水)발전으로도 알려져 있음) 방식은 50MW 이상 초대용량의 전력을 년간으로 장기 저장하는 데 경제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작은 섬이나 고립된 지역에서 20MW 이하의 작은 용량을 한 달 사이, 또는 계절간에 저장했다가 이용하려 할 때에는 배터리도 물퍼올림 저장 방식도 경제적이지 못합니다. 이 연구는 비교적 작은 용량을 장기 저장할 경제적이면서도 손실 없이 효율 좋은 방식을 찾고자 한 것입니다.

<그림 1> 산악중력에너지저장(MGES) 개념에 대한 그림 (출처 : “Using mountains for long-term energy storage”. 2019년 11월 11일 IIASA 홈페이지 뉴스 기사.)

이 연구에 따르면 MGES 방식은 MWh당 50~100 $의 저장 비용과 MW당 1~2백만 $의 설비 비용이 든다고 합니다. 작은 섬이나 고립된 지역, 또는 전기 비용이 비싸고 수개월 가량의 기간동안 20MW 이하의 에너지 저장이 필요한 곳에 유용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연구 책임자 줄리안 헌트(Julian Hunt)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이 시스템의 잇점 한 가지는 이겁니다. 모래는 싸고, 물과 달리 증발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래서 저장한 위치에너지가 손실되지도 않고, 거의 무한대로 계속 쓸 수 있습니다. 건조한 지역에서 아주 좋죠. 게다가 양수발전소(PHS plant)는 수압 때문에 1,200 m 이상은 높이 차를 둘 수 없지만 MGES는 5,000 m 넘는 높이 차이도 가능합니다. 따라서 히말라야, 알프스, 록키산맥 같은 고산 지대가 중요한 장기 에너지저장의 중심지가 될 수 있습니다. 또 하와이, 카보베르데 제도, 마데이라 제도, 그리고 태평양의 섬들과 같이 가파른 산악 지형이 있는 섬도 MGES를 이용할 수 있는 곳입니다.”

“산을 장기 에너지저장에 이용하기” IIASA 홈페이지 2019년 11월 11일자 뉴스 [2]

산에서 물이 나오는 지역이라면 모래나 자갈을 싣고 온 빈 통에 물을 채워 내려보내면서 효율을 더 높일 수도 있다고 합니다. 보통 수력 발전에 이용할 수 없는 고지대나 중간 지대의 적은 양의 물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다른 잇점입니다.

중력전기(Gravitricity) 기술

스코틀랜드 에딘버러의 회사 중력전기(Gravitricity)는 폐광의 수직갱도를 이용한 에너지저장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500에서 5000톤 가량의 중량물을 이용할 수가 있는데 이 회사는 이 저장 시스템이 손상 없이 최소 50년 지속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줄곧 80에서 90%의 효율로 작동할 수 있으며 리튬 전지보다 낮은 비용으로 저장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스코틀랜드처럼 유럽의 공업화된 지역에는 수백에서 수천m 깊이의 수직 갱도가 많이 있어 이를 에너지 저장 시설로 이용하는 게 가능할 것 같습니다. 이런 공간에 중력전기사의 장비를 이용하면 몇 초동안 최대 1에서 20 MW에 이르는 발전 용량을 갖출 수 있고, 출력 용도에 따라서 15분에서부터 8시간 정도까지 다양하게 발전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림 2> 중력전기사의 시스템과 다른 에너지저장장치들의 연간 kW당 저장비용 비교 (출처 : Engineer News Network 2018년 4월 24일 기사. “중력 에너지 저장이 ‘리튬 배터리보다 싸다'”)

중력전기의 시스템은 아직 투자금 모집 단계에 있습니다. 아마도 직접 설치 후 가동에 들어가게 되면 큰 화제가 될 것 같습니다.

재생가능에너지로 에너지전환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는 유럽에서는 에너지저장에 대한 연구와 제안도 다양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에너지전환에 큰 관심이 없는 한국에서는 일률적으로 기업에 중규모 리튬이온배터리를 밀어넣어 보급율을 기록하는 데에만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닌지 걱정입니다.

<그림 3> 중력전기사의 개념 설명 및 홍보 동영상 (출처 : 중력전기사 홈페이지)

<참고 기사 원문>

기사 내용 정리
최우석 (녹색아카데미)


[1] Hunt J, Zakeri B, Falchetta G, Nascimento A, Wada Y, & Riahi K (2019). Mountain Gravity Energy Storage: A new solution for closing the gap between existing short- and long-term storage technologies. Energy DOI: https://doi.org/10.1016/j.energy.2019.116419

[2] Using mountains for long-term energy storage. IIASA homepage news article. https://www.iiasa.ac.at/web/home/about/news/191111-MGES.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