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역학에서 입자와 파동 (수정/추가) [영상 있음]
작성자
자연사랑
작성일
2020-02-25 21:02
조회
4283
양자역학에서 입자와 파동 개념만큼 오용된 것이 없습니다.
물리학자들은 자유롭게 파동함수니 뭐니 말하지만, 훈련 덕분에 그리 많이 오류를 범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양자역학을 비전문가에게 이야기할 때에는 십중팔구는 입자-파동 이중성 이야기를 늘어놓습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양자역학의 기초를 연구하는 학자들도 굳이 '입자-파동 이중성'이란 용어를 버리지 않습니다. 여전히 주류라는 뜻입니다. 그러면서도 전문적인 연구자들은 상당히 조심스럽게 이 개념을 다룹니다.
일반 청중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아래 영상은 입자-파동 이중성 문제를 알기 쉽게 잘 보여줍니다.
" rel="noopener" target="_blank">Dr. Quantum - What The Bleep Do We Know
다큐멘터리 영화의 일부로 들어간 애니메이션 클립입니다. 입자-파동 이중성을 가장 쉽게 설명합니다. 그리고 틀렸습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틀렸다기보다는 부적절하거나 왜곡되어 있습니다.
아주 단순하면서 핵심적인 것은 다음과 같은 오해에 있습니다.
요약: 파동이면 간섭무늬가 나온다.
요약: 간섭무늬가 나오면 파동이다.
(a)와 (b)는 미묘하지만 분명히 다릅니다. 흔히 농담으로 "미인이면 잠꾸러기"라 해도 "잠꾸러기이면 미인"인 것은 아니라고들 합니다.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을 혼동할 때 논리적 오류가 곧잘 생깁니다. "$p\rightarrow q$가 참이라고 해서 $q$가 참일 때 과연 $p$도 참이라 말할 수 있을까요? 이를 논리학에서는 후건긍정의 오류라 부릅니다.
1. 어떤 포유동물이 개라면, 다리가 네 개 있을 것이다.
2. 내가 키우는 고양이는 다리가 네 개다.
3. 따라서 내 고양이는 개다.
이런 추론은 논리적 오류입니다.
앞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1. 두 틈새 실험에서 파동을 보내면, 간섭무늬가 나올 것이다.
2. 전자를 두 틈새에 보내는 실험에서 간섭무늬를 얻을 수 있다.
3. 따라서 전자는 파동이다.
그러면 양자역학에서 왜 이렇게 자주 파동 이야기가 나오는 걸까요? 수학적으로 전자의 진행은 푸리에 변환을 통해 보이는 특별한 함수로 서술된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대부분 금방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그 함수의 특징을 가장 잘 드러내는 직관적인 사례로 물결 내지 파동을 가져오는 것입니다.
그러나 양자역학에서 엄밀하게 말해 파동은 전혀 나타나지 않습니다. 단지 확률를 계산할 수 있게 해 주는 상태함수만이 등장합니다.
아래와 같은 영상은 입자-파동 이중성이란 개념을 강하게 비판합니다.
" rel="noopener" target="_blank">Wave-Particle Duality and other Quantum Myths
이 영상에 나오는 이야기도 사실 틀린 데가 많습니다만, 여하튼 (1) 입자-파동 이중성이란 것은 없다 (2) 관측하면 대상이 달라진다는 말은 틀렸다 (3) 의식이 있어야 세계가 존재한다는 말은 틀렸다...라고 주장합니다. 그것도 설득력 있게 말이죠.
하지만 이 영상에서는 "입자-파동 이중성은 잘못된 개념"이라면서 양자역학에는 "입자가 없고 파동만 있다."라고 잘못 말합니다.
다시 반복하자면, 엄밀하게 말해 양자역학에서 나오는 파동 비슷한 함수는 상태함수일 뿐입니다. 그런데 잘 보면 쌀알이나 당구공 같은 입자도 양자역학에는 없습니다.
단지 "형 없는 형"으로서 대상을 가장 잘 드러내주는 특성이 입자의 특성과 같기 때문에, 양자역학은 입자모형으로 서술되는 이론입니다.
(파동모형으로 서술하는 양자이론은 따로 있습니다. 파동처럼 모든 위치에서 정의되는 함수를 마당(장 場, field)이라 부릅니다. 이 마당의 양자이론이 양자마당이론 또는 양자장이론입니다. 영어로는 Quantum Field Theory (QFT)라 부릅니다. 이 양자마당이론에는 대상이 맨 처음부터 파동모형입니다. 그렇다고 이것이 곧이곧대로 물결과 같은 것은 아닙니다. 이를 잘 설명해 주는 '물고기의 우화'가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 332-225쪽에 나옵니다.)
아래 영상은 1989년 무렵에 토노무라 등이 실제로 전자를 가지고 두 틈새 (이중슬릿) 실험을 한 결과를 영상으로 만든 것입니다.
" rel="noopener" target="_blank">One electron double slit experiment by Akira Tonomura
결과만 모으면 아래 그림처럼 됩니다.
이 실험결과 사진은 2002년에 Physics World에서 "가장 멋진 실험 사진"으로 뽑히기도 했습니다.
여기에서 입자-파동 이중성이 어떻게 나오는지 곰곰히 생각해 보는 것이 아주 유익합니다. 아주 교묘하게 실험장치를 배치해서 한번에 전자 하나씩을 발사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전자의 궤적은 모릅니다.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스크린에 점 모양으로 찍히는 것이 전부입니다.
꽤 긴 시간이 지나면 전자의 흔적이 더 많이 찍히는 부분과 전자의 흔적이 더 적은 부분이 교대로 나오는 '간섭무늬'가 나옵니다. 조심할 점은 여기에서 '간섭'이란 게 확인된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단지 알록달록한 무늬가 나올 따름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양자역학으로 계산한 결과와 정확히 일치합니다. 왜냐하면 양자역학은 확률분포만을 말해 주지만, 그 확률분포를 명확하고 분명하게 확실하게 말해 주기 때문입니다.
왜 확률분포만을 말해 주는지, 그리고 어떻게 그 확률분포가 실험결과와 놀랍게도 잘 맞아 떨어지는지 납득이 가게 설명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만, 적어도 그것을 "전자가 파동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성급합니다.
무엇보다 양자역학이라는 이론을 면밀하게 살피면 이 이론은 철저하게 입자모형의 이론이기 때문입니다.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 239-244쪽에 나오는 두 틈새 (이중 슬릿) 실험의 분석을 조심스럽게 읽어보고 고민하는 것이 유익합니다.
물리학자들은 자유롭게 파동함수니 뭐니 말하지만, 훈련 덕분에 그리 많이 오류를 범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양자역학을 비전문가에게 이야기할 때에는 십중팔구는 입자-파동 이중성 이야기를 늘어놓습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양자역학의 기초를 연구하는 학자들도 굳이 '입자-파동 이중성'이란 용어를 버리지 않습니다. 여전히 주류라는 뜻입니다. 그러면서도 전문적인 연구자들은 상당히 조심스럽게 이 개념을 다룹니다.
일반 청중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아래 영상은 입자-파동 이중성 문제를 알기 쉽게 잘 보여줍니다.
" rel="noopener" target="_blank">Dr. Quantum - What The Bleep Do We Know
다큐멘터리 영화의 일부로 들어간 애니메이션 클립입니다. 입자-파동 이중성을 가장 쉽게 설명합니다. 그리고 틀렸습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틀렸다기보다는 부적절하거나 왜곡되어 있습니다.
아주 단순하면서 핵심적인 것은 다음과 같은 오해에 있습니다.
(a) 파동이 두 틈새(이중 슬릿)를 지나가면 두 개의 파동이 각 위치마다 겹쳐져서(중첩 重疊) 스크린에 밝고 어두운 무늬가 교대로 나타나는 간섭무늬를 보이게 된다.
요약: 파동이면 간섭무늬가 나온다.
(b) 전자를 하나씩 쏘더라도 두 틈새를 지나 스크린에 나오는 것은 밝은 곳과 어두운 곳이 교대로 나타나는 간섭무늬이므로, 전자는 파동이다.
요약: 간섭무늬가 나오면 파동이다.
(a)와 (b)는 미묘하지만 분명히 다릅니다. 흔히 농담으로 "미인이면 잠꾸러기"라 해도 "잠꾸러기이면 미인"인 것은 아니라고들 합니다.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을 혼동할 때 논리적 오류가 곧잘 생깁니다. "$p\rightarrow q$가 참이라고 해서 $q$가 참일 때 과연 $p$도 참이라 말할 수 있을까요? 이를 논리학에서는 후건긍정의 오류라 부릅니다.
1. 어떤 포유동물이 개라면, 다리가 네 개 있을 것이다.
2. 내가 키우는 고양이는 다리가 네 개다.
3. 따라서 내 고양이는 개다.
이런 추론은 논리적 오류입니다.
앞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1. 두 틈새 실험에서 파동을 보내면, 간섭무늬가 나올 것이다.
2. 전자를 두 틈새에 보내는 실험에서 간섭무늬를 얻을 수 있다.
3. 따라서 전자는 파동이다.
그러면 양자역학에서 왜 이렇게 자주 파동 이야기가 나오는 걸까요? 수학적으로 전자의 진행은 푸리에 변환을 통해 보이는 특별한 함수로 서술된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대부분 금방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그 함수의 특징을 가장 잘 드러내는 직관적인 사례로 물결 내지 파동을 가져오는 것입니다.
그러나 양자역학에서 엄밀하게 말해 파동은 전혀 나타나지 않습니다. 단지 확률를 계산할 수 있게 해 주는 상태함수만이 등장합니다.
아래와 같은 영상은 입자-파동 이중성이란 개념을 강하게 비판합니다.
" rel="noopener" target="_blank">Wave-Particle Duality and other Quantum Myths
이 영상에 나오는 이야기도 사실 틀린 데가 많습니다만, 여하튼 (1) 입자-파동 이중성이란 것은 없다 (2) 관측하면 대상이 달라진다는 말은 틀렸다 (3) 의식이 있어야 세계가 존재한다는 말은 틀렸다...라고 주장합니다. 그것도 설득력 있게 말이죠.
하지만 이 영상에서는 "입자-파동 이중성은 잘못된 개념"이라면서 양자역학에는 "입자가 없고 파동만 있다."라고 잘못 말합니다.
다시 반복하자면, 엄밀하게 말해 양자역학에서 나오는 파동 비슷한 함수는 상태함수일 뿐입니다. 그런데 잘 보면 쌀알이나 당구공 같은 입자도 양자역학에는 없습니다.
단지 "형 없는 형"으로서 대상을 가장 잘 드러내주는 특성이 입자의 특성과 같기 때문에, 양자역학은 입자모형으로 서술되는 이론입니다.
(파동모형으로 서술하는 양자이론은 따로 있습니다. 파동처럼 모든 위치에서 정의되는 함수를 마당(장 場, field)이라 부릅니다. 이 마당의 양자이론이 양자마당이론 또는 양자장이론입니다. 영어로는 Quantum Field Theory (QFT)라 부릅니다. 이 양자마당이론에는 대상이 맨 처음부터 파동모형입니다. 그렇다고 이것이 곧이곧대로 물결과 같은 것은 아닙니다. 이를 잘 설명해 주는 '물고기의 우화'가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 332-225쪽에 나옵니다.)
아래 영상은 1989년 무렵에 토노무라 등이 실제로 전자를 가지고 두 틈새 (이중슬릿) 실험을 한 결과를 영상으로 만든 것입니다.
" rel="noopener" target="_blank">One electron double slit experiment by Akira Tonomura
결과만 모으면 아래 그림처럼 됩니다.
이 실험결과 사진은 2002년에 Physics World에서 "가장 멋진 실험 사진"으로 뽑히기도 했습니다.
여기에서 입자-파동 이중성이 어떻게 나오는지 곰곰히 생각해 보는 것이 아주 유익합니다. 아주 교묘하게 실험장치를 배치해서 한번에 전자 하나씩을 발사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전자의 궤적은 모릅니다.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스크린에 점 모양으로 찍히는 것이 전부입니다.
꽤 긴 시간이 지나면 전자의 흔적이 더 많이 찍히는 부분과 전자의 흔적이 더 적은 부분이 교대로 나오는 '간섭무늬'가 나옵니다. 조심할 점은 여기에서 '간섭'이란 게 확인된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단지 알록달록한 무늬가 나올 따름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양자역학으로 계산한 결과와 정확히 일치합니다. 왜냐하면 양자역학은 확률분포만을 말해 주지만, 그 확률분포를 명확하고 분명하게 확실하게 말해 주기 때문입니다.
왜 확률분포만을 말해 주는지, 그리고 어떻게 그 확률분포가 실험결과와 놀랍게도 잘 맞아 떨어지는지 납득이 가게 설명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만, 적어도 그것을 "전자가 파동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성급합니다.
무엇보다 양자역학이라는 이론을 면밀하게 살피면 이 이론은 철저하게 입자모형의 이론이기 때문입니다.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 239-244쪽에 나오는 두 틈새 (이중 슬릿) 실험의 분석을 조심스럽게 읽어보고 고민하는 것이 유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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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면에서 여기에 쓴 글의 내용이 이해되면 양자역학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을 이해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수식도 없고 직관적인 내용이니까 읽으시면서 질문 거리가 생기면 망설이지 마시고 질문해 주시면 성실하게 대답하도록 하겠습니다.
토노무라 등의 실험에서는 진짜 이중 틈새를 쓴 것이 아니라 diprism이라는 대치물을 쓴 것이었는데, 2012년에 진짜 이중 틈새를 가지고 간섭무늬가 나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The Young-Feynman two-slits experiment with single electrons: Build-up of the interference pattern and arrival-time distribution using a fast-readout pixel detector
논문을 첨부해 둡니다.
첨부파일 : Young-Feynman-two-slit-experiment_j.ultramic.2012.03.017.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