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다리의 기울기와 상대속도: 세계선과 탄젠트
(* 지난 번 세미나에서 최윤석님이 "사다리의 상대적 기울기를 통해서 상대속도 공식 자체를 유도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워서라기보다는 거기서 시공간에 대한 이론으로 어떻게 이어지느냐가 잘 납득되지 않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라는 글을 채팅창에 올려 주셨는데, 이 글은 그 점에 주목하여 제 나름대로 연결고리를 쉽게 설명해 보려 애쓴 결과입니다. *)
전통적으로 자연철학은 시간과 공간의 문제를 깊이 탐구했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자연철학과 중세 이슬람의 자연철학뿐 아니라 동아시아의 성리학적 자연철학에서도 언제나 시간과 공간의 문제는 가장 핵심적이면서도 가장 난해한 문제였습니다.
장회익 선생님의 자연철학에서 상대성이론은 단지 물리학 이론 중 하나를 쉽게 설명하려는 것이 아니라 여헌 장현광을 통한 예측적 앎이라는 심학제1도를 고전역학의 가장 핵심적인 개념을 살펴서 심학제2도로 넓히고, 이를 다시 심학제3도로 확장하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시간과 공간에 대한 근원적인 자연철학적 성찰로 심화시키기 위한 중요한 디딤돌이기도 합니다.
상대성이론 입문을 위한 물리학 영역의 책들은 대개 동시의 상대성, 시간 늦춰짐, 길이 수축, 질량-에너지 관계 등을 약간의 스토리텔링을 덧붙여 해설하거나, 아니면 조금 더 나아가서 로렌츠 변환에 대해 설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앞의 주제들을 다룹니다. 이것은 현실과 별로 큰 상관이 없는 다소 신비하고 재미있고 환상적인 이야깃거리인 것처럼 보입니다. 일종의 SF인 셈이고, 실상 시간 문제를 다룬 많은 SF 소설이나 SF 영화가 그렇게 상대성이론을 소비해 버립니다.
그러나 이는 잘못입니다. 왜냐하면 상대성이론은 말 그대로 시간과 공간에 대한 근본적인 개념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고, 이것은 사실상 세계관 전체에 포괄적이고 전면적으로 개입하기 때문입니다.
물리학 입문서들과 달리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는 벽면에 세워 놓은 사다리의 기울기를 어떻게 알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서 출발하여 상대속도의 개념을 살피고 이로부터 시간과 공간이 4차원 시공간 안에서 동등하다는 점을 밝힙니다. 그런 뒤에 이렇게 새롭게 정립한 시공간을 바탕으로 심학제2도에서 다룬 고전역학의 예측적 앎이 어떻게 바뀌게 되는지 해명합니다.
여기에서는 벽면에 세워놓은 사다리의 기울기로부터 상대속도에 대한 성찰을 얻어내는 과정에 도움이 될만한 자료를 정리해 두려고 합니다. 저는 이 과정에서 '세계선'이란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유익하다고 봅니다.
이 '세계선(Weltlinie, worldline)'이라는 용어와 개념은 1908년 9월 21일 독일 쾰른에서 열린 자연과학자 및 의학자 연례 학술회의에서 헤르만 민코프스키가 발표한 논문 "공간과 시간"에서 처음 등장했습니다.
Verhandlungen der Gesellschaft Deutscher Naturforscher und Ärtzte. 80. Versammlung zu Cöln, 20.—26. September 1908.
바로 이 발표의 맨 처음에 민코프스키의 유명한 말이 나옵니다.
"여러분, 제가 여러분 앞에서 발표하는 공간과 시간에 대한 관점은 실험물리학의 토양에서 나온 것입니다. 바로 거기에 강점이 있습니다. 그 성향은 급진적입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 공간 자체와 시간 자체는 그림자 속으로 사라져 버릴 것이며, 오직 그 둘이 하나로 합쳐진 것만이 독자적인 실재성을 유지할 것입니다."
("M. H.! Die Anschauungen über Raum und Zeit, die ich Ihnen entwickeln möchte, sind auf experimentell-physikalischem Boden erwachsen. Darin liegt ihre Stärke. Ihre Tendenz ist eine radikale. Von Stund an sollen Raum für sich und Zeit für sich völlig zu Schatten herabsinken und nur noch eine Art Union der beiden soll Selbständigkeit bewahren.")
이 강연(발표)에 앞서 민코프스키가 남긴 노트에는 다음과 같은 그림이 있는데, 거의 똑같은 그림이 논문에도 실려 있습니다.
(출처: Rowe D.E. (2018) Hermann Minkowski’s Cologne Lecture, “Raum und Zeit”.
In: A Richer Picture of Mathematics. Springer, Cham. https://doi.org/10.1007/978-3-319-67819-1_18 )
민코프스키가 다소 거창하게 '세계선'이라는 새로운 이름까지 붙여서 소개했지만, 시간축과 공간축으로 이루어진 그래프는 이미 19세기부터 조금씩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수학사의 관점에서 보면 20세기 초에도 아직 그래프 자체는 널리 사용된 것은 아니지만, 19세기말부터 함수를 나타내기 위해 그래프를 도입하는 책이 등장합니다.)
여기에서 '함수의 그래프'라는 용어도 쉽지 않은 개념이어서 상세한 설명이 필요하겠습니다만, 일단은 대략 알고 있다고 가정하고 세계선에 집중하겠습니다. 중등 과정의 수학 또는 물리학 교과서에는 다음과 같은 그래프가 흔히 나옵니다.
이 그래프에서 빨간색, 보라색, 노란색으로 된 곡선이 바로 세계선입니다. 곡선이라고 하니까 휘어져 있어야 할 것 같지만, 직선도 일종의 곡선으로 간주합니다. 곡선 중에서도 휘어진 정도(곡률)가 0인 것으로 정의합니다.
먼저 빨간색으로 나타낸 세계선을 보면 0초일 때 거리가 0미터이고, 1초일 때 7.5미터, 2초일 때 15미터입니다. 좌표로 나타내면 (0, 0), (1, 7.5), (2, 15) 등과 같을 텐데 이렇게 일일이 좌표로 표시하려면 매우 많은 숫자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이 점들을 매끄럽게 연결하여 곡선(직선)으로 나타내야 합니다. 이 빨간색 세계선처럼 세계선이 직선으로 표시되면 속도가 일정한 운동을 나타냅니다. 노란색 세계선을 보면 1초일 때 0.5미터이다가 4초 때 5미터, 5초 때 15미터 등과 같이 거리가 점점 늘어납니다. 이런 운동은 가속운동을 나타냅니다.
파란색 세계선을 보면 0초부터 2초까지는 일정한 속력으로 거리가 늘어나다가 3초부터 5초까지는 거리가 늘어나지 않고 그대로입니다. 5초부터 7초까지는 거리가 일정하게 점점 줄어듭니다.
(이전에 쓴 글 "4차원 시공간과 세계선 그리고 블록 우주 (#295)"에서도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적은 적이 있습니다.)
제가 대학 시절 상대성이론을 처음 공부할 때 도움을 많이 받았던 책을 지난 번 온라인 세미나 때 잠시 소개해 드렸습니다. 지금은 2판이 나와 있습니다.
George F. R. Ellis, Ruth M. Williams, Mauro Carfora (2000). Flat and Curved Space-Times. Oxford University Press. 2nd ed.
(a)와 같이 당구대 위에서 공이 굴러가는 것을 스냅사진으로 찍은 것이 (b)입니다. 이 스냅사진들을 시간 순서대로 쌓아 놓은 것이 (c)이고, 이를 연속적으로 나타낸 것이 (d)입니다. 바로 이것이 세계선입니다.
세계선 개념을 쓰면 태양 주변에서 행성이 회전하고 있는 것도 아래와 같은 세계선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위의 두 그림은 모두 위의 책 Flat and Curved Space-Times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앞의 글 "속도의 덧셈 (상대속도) (#382)"에서 다음과 같은 문제를 생각했습니다.
보통 물체 옆에 화살표를 하나 그려 넣으면, 움직인다고 상상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기호법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 동안 화살표로 표시된 것은 움직임을 나타낸다고 배우고 말함으로써 익숙해진 것입니다. 만화책 같은 데에서 사람이 움직이는 것을 사람 뒤에 바람이 일어나는 모양을 그림으로써 나타내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요즘에는 아래와 같이 움직이는 gif 그림이 있어서 조금 더 편리해졌습니다. 두 자동차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을 때 한쪽의 차가 다른 쪽 차의 속도를 얼마의 값으로 보는가 하는 문제를 생각합니다.
(그림 출처: 모두를 위한, 특수상대론 101 (김찬주) [네이버 프리미엄] )
제가 그림 그리는 재주가 없어서 다른 글에 있는 것을 그냥 가져왔습니다만, 지금 해결하려는 문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자동차 A가 땅을 기준으로 $v_A$의 속력으로 특정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고, 자동차 B가 땅을 기준으로 $v_B$의 속력으로 그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을 때, 자동차 B를 기준으로 한 자동차 A의 속도는 얼마인가?"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 165-169쪽)
수학자나 물리학자는 이러한 상황을 아래와 같은 그래프로 나타내는 것이 더 익숙해지도록 훈련을 받습니다.
여기에서 주황색 선을 제외하면 모든 직선들이 다 세계선을 나타냅니다. 검은색 직선 OT는 정지해 있는 물체의 세계선입니다. 빨간색 직선 OB는 일정한 속도로 점점 거리가 늘어나는 운동을 나타내는 세계선입니다. 초록색 직선 OA는 그보다 더 빨리 움직이는 물체의 세계선입니다.
이제 상상력을 발휘하면, 검은색 직선 OT는 두 자동차 밖에 있는 땅의 세계선을, 초록색 직선 OA는 자동차 A의 세계선을, 빨간색 직선 OB는 자동차 B의 세계선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위의 움직이는 gif 그림에서는 뒤에서 오던 차가 더 빨라서 추돌을 했지만, 지금 우리 관심사는 상대속도를 구하는 것이므로 두 차는 동시에 같은 곳에서 출발하되, 두 차의 속도가 다르다고 놓는 것이 더 편리합니다.)
수평축 OT가 시간축을 나타낸다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검은색 직선 OT가 정지한 물체의 세계선을 나타낸다는 것에 주목해야 합니다. 시간축은 바로 이 정지한 물체의 세계선입니다. 속도는 이동거리를 소요시간으로 나눈 값입니다. 이것을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탄젠트(tangent)라 부르는 삼각비입니다.
위의 그림에서 $$\tan A = \frac{a}{b}$$로 정의합니다. 왜 이렇게 정의하는가 하는 질문도 가능하지만, 일단 고대 인도로부터 고대 그리스와 이슬람 자연철학에 이르기까지 하늘의 천체변화를 설명하고 피라미드를 건설하기 위해 이 독특한 삼각형의 변의 비를 이용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영어권이나 프랑스어권에서는 tangent를 tan으로 줄여서 표현하지만, 독일어권이나 러시아어권에서는 이를 tg로 표기합니다.
이 값을 왜 하필 '접선(tangent)'과 같은 용어를 써서 부르는가 궁금할 수 있는데, 아래의 그림에서 볼 수 있는 삼각함수의 정의를 보면 반지름이 1인 원에 접하는 접선의 길이와 연결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림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Trigonometric_functions )
원래의 그림으로 돌아가면, 자동차 A의 속도를 삼각비 중 탄젠트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아래와 같이 분홍색 삼각형 OCD를 그린 뒤, 각 COD를 $\alpha$(알파)라 부르면, $$v_A = \frac{\mathrm{CD}}{\mathrm{OC}}=\tan\alpha$$임을 알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자동차 B의 속도는 아래 그림처럼 노란색 삼각형 OCE를 그린 뒤, 각 COE를 $\beta$(베타)라 부르면, $$v_B = \frac{\mathrm{CE}}{\mathrm{OC}}=\tan\beta$$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제 자동차 B를 기준으로 한 자동차 A의 상대속도는 얼마가 될까요? 즉 자동차 B에 타고 있는 사람이 자동차 A를 보면 속도가 얼마가 된다고 계산할까요?
만일 시간이 공간과 전혀 별개의 것이라면, 같은 시간 OC 동안 두 자동차가 움직인 거리의 차가 $\mathrm{CD}-\mathrm{CE}=\mathrm{DE}$이므로 $$v_{AB}= \frac{\mathrm{CD}-\mathrm{CE}}{\mathrm{OC}} = \frac{\mathrm{DE}}{\mathrm{OC}}=v_A - v_B$$일 거라는 계산이 심학제2도 즉 고전역학의 결과입니다.
그런데 자동차 B 안에 타고 있는 사람의 시간축은 무엇일까요? 앞에서 말한 것처럼 시간축은 그 좌표계 안에서 정지해 있는 물체의 세계선입니다. 자동차 B 안에 타고 있는 사람의 정지 세계선은 무엇일까요? 맞습니다. 바로 자동차 B의 세계선 즉 빨간색 직선 OB입니다. 다시 말해서 자동차 B 안에 타고 있는 사람의 시간축은 빨간색 직선 OB입니다. (자동차 A에 타고 있는 사람의 시간축은 초록색 세계선 OA입니다.)
상대성이론의 핵심 가정은 두 자동차 밖에 있는 사람이 보는 정지 세계선 OT는 그 사람만의 시간축일 뿐이며, 움직이는 사람도 그 시간축을 공유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에 있습니다. 모두에게는 각자의 시간축이 있는 것이고, 그 중 어떤 것도 더 우월하지 않습니다. 움직이는 사람들 모두에게 각자의 시간축이 있으며 동등합니다.
이런 생각은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 164쪽 그림 3-1에서 벽에 기대 놓은 사다리의 상대적 기울기를 구하는 문제와 근본적으로 동등합니다. 바닥을 기준으로 한 것만이 제대로 된 기울기라고 주장하는 것이 '절대적' 관점이라면, 삐뚜루 서 있는 사다리를 새로운 바닥으로 보는 관점도 얼마든지 온전한 '나'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 상대적 관점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상대성 원리는 곧잘 민주적인 태도나 다원주의와 통하는 것으로 이야기됩니다.
사다리의 상대적 기울기를 구하려면 수평방향과 수직방향의 기준을 각 $\beta$만큼 회전시켜도 된다는 믿음을 가져야 합니다. 이 상황을 수학적으로는 회전이동에 대한 불변성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위의 세계선 그림을 생각하면 이제 공간의 일부인 '바닥' 대신 수평축이 시간을 가리키므로, 이 상황은 곧 절대시간과 상대시간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됩니다.
위의 노란색 형광펜으로 강조한 내용, 즉 상대성원리를 받아들이기로 한다면, 위에서 얻는 $$v_{AB}=v_A -v_B$$가 옳지 않음이 분명합니다.
이제 자동차 B 안에 타고 있는 사람이 다른 물체(가령 자동차 A)를 볼 때의 속도는 어떻게 계산할 수 있을까요? 앞에서 말한 것처럼 속도는 그 좌표계에서 이동 거리를 소요시간으로 나눈 값입니다. 그림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이 하늘색 삼각형을 그린 뒤, 각 DOF를 구하여 이 각에 대한 탄젠트 값을 찾으면 됩니다.
위의 세 그림을 비교하면 $$\angle{DOE}=\alpha-\beta$$이므로 $$v_{AB}=\tan(\alpha-\beta)=\frac{\tan\alpha - \tan\beta}{1+\tan\alpha \tan\beta}=\frac{v_A - v_B}{1+ v_A v_B}$$가 된다는 결론을 얻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결론은 옳지 않습니다. 이제까지의 논리적 흐름에서 별로 문제될 게 없어 보이는 데 뭐가 문제였을까요?
(1) 먼저 시간과 거리의 단위가 다르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맨 처음부터 시간과 거리의 단위를 같은 것으로 선택해 버리면, 별 문제가 생기지 않지만, 이런 경우를 고려하여 $$v=\tan\alpha$$ 대신 $$v={k}\tan\alpha$$와 같이 속도 단위의 보편상수 $k$를 도입합니다. 그러면 $$ v_{AB}= k \tan(\alpha-\beta)=k \frac{\tan\alpha - \tan\beta}{1+\tan\alpha \tan\beta}=\frac{v_A - v_B}{1+ \frac{ v_A v_B}{{k}^2}}$$이라는 새로운 상대속도 공식을 얻을 수 있습니다.
(2) 상대성이론이 등장하기 전에 시간과 공간의 문제를 깊이 고려하게 만든 것이 바로 마이클슨 실험이었고, 전자기학에서 움직이는 좌표계가 문제를 일으켰다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광속은 어느 좌표계에서 보더라도 항상 일정한 값이 된다고 가정하는 것입니다. 즉 $v_A = c$ ($c$는 광속)일 때, $v_B$와 무관하게 언제나 $v_{AB}=c$가 되어야 합니다.
이 조건을 적용하면, $$ \frac{c -v_B}{1+\frac{c v_B}{{k}^2}}=c$$이므로 $$ c-v_B = c+ \frac{c^2}{{k}^2} v_B$$이 됩니다. 식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 \cancel{c}-v_B = \cancel{c}+ \frac{c^2}{{k}^2} v_B$$로부터 $$- \cancel{v_B} {k}^2 = c^2 \cancel{v_B}$$이므로 결국 $${k}^2 = - c^2$$을 얻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최종적으로 $$v_{AB}= \frac{v_A - v_B}{1- \frac{ v_A v_B}{{c}^2}}$$를 얻습니다. 속도는 방향에 따라 속력에 $\pm 1$을 곱한 것이므로, $v_B$ 대신 $-v_B$를 넣으면, $$v_{AB}’= \frac{v_A + v_B}{1 + \frac{ v_A v_B}{{c}^2}}$$과 같이 합으로 나타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결국 최종적인 답을 얻고 보면, $c$가 반드시 광속이어야 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단지 시공간의 구조를 결정하는 어떤 보편적 상수가 있어서, 어느 좌표계에서나 같은 값이 된다고 가정하면 충분합니다. 그런 점에서 ‘빛’이라는 것이 무슨 특별한 의미를 갖거나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양자마당이론(양자장론)을 쓰는 입자물리학은 특수상대성이론과 양자이론을 성공적으로 결합시켜 기본입자들의 성질과 변화를 아주 정밀하게 계산하고 예측하는 데 성공했는데, 그 이론에 따르면, 질량이 없는 입자는 모두 광속으로 움직인다고 놓아야 합니다. 꼭 빛이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장회익 선생님은 빛의 일종의 트로이 목마 역할을 했다고 평가하시는 것입니다.
(3) 위의 식으로부터 $k = \pm i c$이므로 $$v = \pm i c \tan \alpha$$이 되는데, $$i\tan \alpha = \tanh (i\alpha)$$임을 이용하면 $$ v = c \tanh (i\alpha)$$로 쓸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쌍곡 탄젠트 함수를 이용하면 아주 간결하게 속도의 덧셈 공식을 유도할 수 있고 속도의 최댓값이 $c$라는 것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반면 이제까지 배운 적이 없는 낯선 함수 하나를 새로 배워야 한다는 부담이 생깁니다. 물리학을 제대로 배우려하는 학생이라면 이런 함수에 앞으로도 익숙해져야 하므로, 물리학 교과서에서는 대개 처음부터 쌍곡 탄젠트 함수를 도입합니다.
예측적 앎의 구도 중 상대성이론의 함축을 이해하려는 자연철학의 관점에서는 굳이 이렇게까지 새로운 함수를 도입하는 것이 번거로울 수 있습니다.
(4) 복소수가 도입되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 처음부터 시간 축을 허수축으로 놓고 이야기를 전개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장회익 선생님의 선택입니다. 시간 축을 허수축으로 놓는 것의 장단점에 대해 다른 글에서 더 논의해 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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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7년에 [동광]에 실린 이광수의 글 "아인스타인의 相對性 原理, 時間 空間 及 萬有引力 等 觀念의 根本的 改造"를 이전에 소개드린 적이 있습니다. 한번 읽어보시길 권유합니다. 제목을 클릭하면 그 글로 바로 연결됩니다.
상대속도 덧셈공식과 쌍곡 삼각함수에 대해 쓴 글이 지난 번 세미나에서 발제자가 소개해 주신 회전변환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속도와 '감마 인수'와 쌍곡삼각함수"
벌써 2년전의 글이 되었네요. 그때는 좋은 글이겠지만 수식이 많으니 나중에도 안 읽어야지 했는데, 어찌어찌(!) 읽어보니, 역시 좋은 글이라고 생각됩니다 ^^;; 특히 좌표축의 회전변환이 아니라, v=c 인 45도 직선에 대해서 대칭으로 쪼그라 든다는 것을, 이 글의 맨 위의 Minkowski 의 그림에도 있듯이, 쌍곡삼각함수를 써야만 한다는 걸, 잘 보여주네요. 감사합니다 !!
"광속 일정의 원리가 꼭 필요할까?"라는 제목의 글에서 역사적으로 광속일정의 원리를 전제하지 않는 접근들을 소개했습니다.
장회익 선생님의 접근과 제가 위해 약간 다르게 정리한 접근은 첨부한 그림에서 빨간색으로 표시한 경로입니다. 먼저 "시간과 공간의 유비"라는 네모에서 출발하여, 속도와 회전각이 닮은 것으로 보고, "유사 각"이란 네모를 거칩니다. 그러면 아주 빠르게 이 그림 중앙 아랫쪽 네모상자 안에 있는 "로렌츠 변환"를 도출할 수 있습니다. 지름길인 셈입니다.
"로렌츠 변환"이라 적힌 큰 네모상자 바로 그 오른쪽에 '보편속력'이란 네모가 있고 다시 그 오른쪽에 '광속의 일정'이란 네모가 있습니다. 1905년의 아인슈타인은 '광속의 일정'이라는 네모와 '균질성(homogeneity)'이라는 네모를 출발점으로 삼았습니다.
(그림 출처: Lucas, J.R. & Hodgson, P.E. (1990) Spacetime and Electromagnetism. Clarendon Press.)
이 이미지를 확대해 놓고서 한참 보았습니다. 어지럽네요 ㅠㅠ 저만큼 복잡하도록 접근법이 많다는 것이군요. 저 도표가 32년전에 나온 책에 실린 것이니, 개정판이 나온다면 더 복잡해 졌겠지요? ^^
"헤르만 민코프스키의 1908년 9월 21일 쾰른 강연"
Verhandlungen der Gesellschaft Deutscher Naturforscher und Ärtzte. 80. Versammlung zu Cöln, 20.—26. September 1908.
상세하고, 최대한 쉽게 쓰신 설명 글입니다 !! 고생을 많이 하셔서 적으신 긴 글에 감사드립니다 !
( 이제는 틀린 기호도 없는 것 같습니다. )
다만, 추격하는 자동차 그림 밑에 "수학자나 물리학자는 이러한 상황을 아래와 같은 그래프로 나타내는 것이 더 익숙해지도록 훈련을 받습니다" 라는 글을 읽으면서, 파블로프의 개 마냥, 입에 침이 고이고, 꼬리를 흔들게 되었습니다. 저만 이러지 않고, 아마도 모든 이과생이 그럴 것입니다 ^^;;
고맙습니다. 얼른 고쳤습니다.
책의 구성에서 사다리 설명부터 기울기, 속도, 상대속도, 기준축을 바꾸면 수직으로 올라가니까 시간의 위치가 달라진다는 것까지, 쉽게 잘 이해되고, 연결됩니다. 장회익 선생님의 노고 덕분이지요.
그런데 걸리는 것은, 처음에는 흔한 시간-거리 그래프인가 싶던, 세계선 그래프에서 A 나 B의 이동거리을 나타내던 것을, 갑자기 움직이는 A 나 B 의 시간축으로 보자고 하는 것입니다.
뉴턴역학적인 상식으로는, 움직이는 A 나 B 의 시간축으로 보자면, 새로 그려야 할텐데, 그러지 않고, 이미 있는 그래프에서 겹쳐보자고 하는데, 그러면 이미 시간-공간이 섞여 있는 상황이라서, 처음에는 그래, 그렇지 하다가도, 뭔가 이상한데 싶게 됩니다.
A 나 B 의 세계선은 처음에는 정지한 관측자 입장에서는 그냥 이동거리 였으나, 그걸 A 나 B 의 시간축으로 보자고 하니, 그러면 이미 시간-공간이 섞여 들어가게 됩니다. 처음에는 이동거리가 조금 있다가는 시간이 되고, 사실은 시-공간이 섞여 있어서 정지한 관측자와 다르다고 하고 ... 한 직선을 보고 해석이 마구 오가고 있다고, 계속 묘하게 말을 바꾼다고도 느껴집니다.
(심지어 저렇게 기울기를 가진, 대각선처럼 보이니, 저 움직이는 A 나 B의 시간은 더 길어졌나보다, 라고 할텐데, 나중에 수식을 따라가면 고유시간이고, 더 짧다고 하지요? 여기까지오면, 뭔가 그림, 그래프를 가지고 사람을 우롱한다고도 느껴질만 합니다. 이정도 되면 많은 사람들이 책을 던지지 않을까요? ㅠㅠ )
이렇게 회전변환으로 시간축의 변화를 설명하는 것의 문제점은, 저 위의 빨간색 축처럼, 공간축이 시간을 역행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즉, 시간역행하는 세계선이 가능한 것처럼 생각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세계선은 불가능하지 않나요? 쌍곡삼각함수로 설명하면, 시간축이던, 공간축이던 점점 오그라들기에, 시간역행이 되진 않겠군 하고 짐작하게 됩니다.
중간에 흔히 생각하는 ‘시간-거리 그래프’가 있는데, 실질적으로 그것을 그대로 세계선이라고 불러도 큰 무리는 없습니다만, 세계선에서는 ‘거리’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특정 시간의 특정 위치일 뿐입니다. 밑에 당구대와 당구공 이야기를 보시면 어느 정도 감을 잡으실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이번 목요일의 몸뿔기 모임에선 이 자료를 따라가며 공부해도 좋을 것 같아요 ! (시공간 그래프, 세계선 그래프에서 시간축과 공간축은 관례가 없나요? 어디는 시간축 - x축, 공간축 - y축이고, 어디서는 반대로 되어 있고, 볼 때마다 확인해야 하고, 상황이 90도 꺽여서 설명되고, 불편합니다. )
본 세미나 사이에 격주로 모이는 보조 세미나에서는 될수록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의 텍스트를 하나하나 따라가면서 일종의 강독처럼 하는 게 좋다고 의견이 모였습니다. 특히 "내용정리"라 이름 붙은 부분을 어떻게 읽어나갈지 차근차근 이야기 나누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