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자연철학은 자연과학의 최신 결과를 얼마나 존중해야 할까?
이번 저의 질문은 4장 내용정리 중 "상태변화의 원리, 슈뢰딩거 방정식"의 일부 단계의 형식체계에 대한 것입니다.
221쪽의 (4-14)식 즉 $$p^2 - \frac{E^2}{c^2}=-m^2 c^2$$에서 시작하여 공리2와 공리3으로부터 슈뢰딩거 방정식을 유도하는 과정이 담겨 있습니다. 제가 의문을 갖는 첫 번째 문제는 질량이 없는 경우입니다. 이 식에서 $m=0$이면 $$p^2=\frac{E^2}{c^2}$$이고, 공리2로부터 $$p=\hbar k \rightarrow -i\hbar \frac{\partial}{\partial x} , \quad E=\hbar \omega \rightarrow = i\hbar \frac{\partial}{\partial t}$$이므로, 이를 그대로 적용하여 $$ \frac{\partial^2 \Psi (x, t)}{\partial x^2}=\frac{1}{c^2} \frac{\partial^2 \Psi (x, t)}{\partial t^2}$$을 얻습니다. 여기에는 $\hbar$가 등장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19세기부터 상세하게 탐구되어 온 파동방정식 그 자체입니다. 이 방정식의 일반적인 풀이는 $$\Psi (x ,t) = F(x-c t) + G(x+ct)$$와 같이 $c$의 속력으로 이동하는 양 방향의 파동을 더한 것으로 주어짐을 쉽게 유도할 수 있습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Wave_equation
그러나 텍스트에서는 $p^2 = (E/c)^2$을 출발선에 놓지 않습니다. 두 개의 선택지 중 $p=-E/c$를 임의로 버리고 대신 $p = +E/c$만을 택한 뒤에 뒤늦게 양자화 공식을 적용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한쪽 방향으로 이동하는 파동만 선택됩니다. 게다가 이것을 "정지질량이 없는 존재물에 해당하는 슈뢰딩거 방정식"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슈뢰딩거 자신이 $$p^2 - \frac{E^2}{c^2}=-m^2 c^2$$에서 시작하여 지금은 클라인-고르돈 방정식이라 부르는 상대론적 파동방정식을 얻었다가 버렸던 일화가 잘 알려져 있습니다.거의 같은 시기에 슈뢰딩거, 클라인, 파울리, 포크, 드동데-판덴둥겐, 드브로이, 쿠다르, 이바넨코-란다우, 고르돈 등이 모두 같은 파동방정식을 얻어서 이를 발표하거나 노트나 편지에 남겨서 과학사의 동시발견으로 자주 거론되기도 합니다. (상세한 것은 "클라인-고돈 방정식이라는 이름" 참조)
클라인-고르돈 방정식은 $$\frac{\partial^2 \Psi}{\partial x^2} - \frac{1}{c^2}\frac{\partial^2 \Psi}{\partial t^2} - \frac{m^2 c^2}{\hbar^2}\Psi =0$$과 같습니다.
(참조: Klein-Gordon equation)
하지만 클라인-고르돈 방정식은 질량이 0인 경우를 제대로 다루지 못합니다. 그 이유를 해명하기가 쉽지 않지만, 현재 질량이 0인 존재자(입자)로서 파동방정식을 충족시키는 것은 빛알(광자)이 유일합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글루온과 중력알(중력자)도 질량이 0인 파동방정식을 충족시키는 것으로 나타낼 수 있지만, 실험적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라서 아직은 가상적인 이론의 대상에 머물러 있습니다.
빛알이 충족시키는 파동방정식은 다름 아니라 맥스웰 방정식이며, 맥스웰 방정식을 4차원 전자기 퍼텐셜로 표현하면 $$\nabla^2 A_\mu = \frac{1}{c^2} \frac{\partial^2 A_\mu}{\partial t^2}$$와 같이 명실 공히 파동방정식이 됩니다. 수학적 형식론만 보아서, 전자기 퍼텐셜 4-벡터의 각 성분이 모두 클라인-고르돈 방정식 중 질량이 0인 것을 충족시킨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소위 게이지 선택의 문제가 있고 이 네 성분은 어느 좌표계에서 보는가에 따라 변환되기 때문에, 이런 서술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상대론적 양자마당이론(양자장론)에서는 빛알의 스핀이 1이고 맥스웰 방정식을 충족시키는 반면, 클라인-고르돈 방정식을 충족시키는 것은 스핀이 0인 '기본입자'로서 가령 파이중간자, 힉스 입자, 인플라톤 등이 있습니다. 질량 0인 클라인-고르돈 방정식을 충족시키는 입자는 없습니다.
요컨대 $$\frac{\partial \Psi}{\partial t}=-c\frac{\partial \Psi}{\partial x}$$라는 기본방정식 또는 파동방정식은 현대의 물리학 이론 체계에서 그다지 사용되지 않는 방정식입니다. 음향학에서 음파의 진행을 서술하는 일방향 파동방정식이라는 것이 있긴 하지만, 이것은 빛에 대한 것이 아닙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One-way_wave_equation
"정지질량이 없는 존재물에 해당하는 슈뢰딩거 방정식"이란 것을 새로 이름붙일 수도 있겠지만, 이것은 맨 처음부터 $p^2 = (E/c)^2$이 아니라 $p=+E/c$만을 임의로 선택하고 $p=-E/c$를 임의로 폐기한 결과라서 잘못된 접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미분방정식을 변수분리법으로 풀면 $$\Psi (x, t)= A e^{-k(x-ct)}$$와 같이 파동이 아니라 지수함수를 얻게 되기 때문에, 이 미분방정식은 파동을 서술하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구체적인 풀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Psi = X(x)T(t)$라 두면 $$\frac{T'}{T}=-c \frac{X'}{X}=b$$를 얻을 수 있고, 이를 풀면 $$T(t)=T(0)e^{bt} , \quad X(x)=X(0) e^{-bx/c}$$이므로 $$\Psi(x, t) = T(0) X(0) e^{b(t-x/c)}= T(0) X(0) e^{-(b/c)(x-ct)}$$입니다. 여기에서 $$A=T(0)X(0), \quad \frac{b}{c}=k$$라 하면 $$\Psi (x, t) = A e^{-k(x-ct)}$$를 얻습니다.]
[추가: 편미분방정식 교과서에는 $$\frac{\partial u}{\partial t}+c\frac{\partial u}{\partial x}=0$$의 형태를 '수송방정식(transport equation)'이라 부르고 이에 대한 상세한 풀이를 해설하고 있습니다. 특성변수 $\xi=x-ct$를 도입하고 $$u(t, x) = v(t, \xi)$$라 한 뒤, $u(t, x)$에 대한 미분방정식을 $v(t, \xi)$에 대한 미분방정식으로 변환합니다. 편미분의 연쇄규칙을 이용하면 $$\frac{\partial u}{\partial t}=\frac{\partial v}{\partial t} - c \frac{\partial v}{\partial\xi} , \quad \frac{\partial u}{\partial x}=\frac{\partial v}{\partial \xi}$$이므로 $$\frac{\partial u}{\partial t}+c\frac{\partial u}{\partial x}=\frac{\partial v}{\partial t} - c \frac{\partial v}{\partial\xi}+\frac{\partial v}{\partial \xi}= \frac{\partial v}{\partial t}$$가 되어, $v(t, \xi)$에 대한 미분방정식은 $$\frac{\partial v}{\partial t}=0$$이 됨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원래의 $u(t, x)$에 대한 수송방정식의 풀이는 임의의 연속함수 $v(\xi)=v(x-ct)$으로서 특성변수만의 함수라는 결론을 얻습니다. 이를 상세히 살펴보면 특성변수의 값이 일정할 때의 모양이 $c$의 속력으로 움직이는 파동(traveling wave)임을 알 수 있습니다. Peter J. Olver (2014). Introduction to Partial Differential Equations. Springer. pp. 19-21. 참조]
요컨대, 저의 질문은 자연과학, 특히 엄밀한 물리학의 관점에서는 적절하지 않은 서술을 자연철학에서 어느 정도나 용납할 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저의 두 번째 질문은 224쪽의 (4-24)식에 대한 것입니다. 저는 지난 번에 상대성이론과 관련된 자연철학의 논의(심학제3도)에서 질량은 예측적 앎에서 '상태'가 아니라 '특성'에 속하기 때문에 그 값이 속도 즉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고 놓은 소위 '상대론적 질량' 또는 '운동질량' 개념은 잘못된 오개념임을 주장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질량이 위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서 위치의 함수라는 말이 나옵니다. '특성'으로서 대상의 규정하기 위한 개념으로 상정되는 질량이 속도에 따라 달라지는 것도 문제가 되는데, 위치의 함수가 된다는 것은 더더욱 납득하기 힘든 상황이 됩니다.
물리학의 맥락에서 $$p^2 - \frac{E^2}{c^2}=-m^2 c^2$$이라는 식은 운동학적(kinematical) 관계입니다. 즉 힘이나 다른 상호작용이 없을 때 순전히 개념적인 논의만으로 도출된 것입니다. 1905년 아인슈타인의 논문을 비롯하여 상대성이론에서 힘 또는 상호작용이 덧붙여지는 동역학적(dynamical) 문제 또는 역학적(mechanical) 문제는 운동학적 관계와 별개로 논의하고 다루어야 합니다.
또 $$p^2 - \frac{E^2}{c^2}=-m^2 c^2$$이라는 관계식이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것이 아니라 단지 상대성이론에서 운동에너지가 $$E_{K}=\frac{1}{2}m v^2$$이 아니라 $$E_{K, rel}=mc^2 \left(\frac{1}{\sqrt{1-\frac{v^2}{c^2}}} -1\right)$$로 주어지는 것일 뿐이기 때문에, 비상대론적 극한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운동에너지 항일 뿐입니다. $$E =\frac{p^2}{2m}$$을 얻은 뒤, 퍼텐셜 에너지를 임의로 더해주어야 합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E = \frac{p^2}{2m} + V(x)$$가 됩니다. 질량이라는 특성이 위치라는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고 상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굳이 무리하게 상대성이론의 극한으로부터 얻으려 하는 바람에 "정지질량(이라는 특성)이 공간변수 $x$(라는 상태)의 함수일 수 있다"라는 정당화하기 힘든 주장을 덧붙여야 하게 되었고, 또 특별한 이유 없이 $m_0 c^2$이 불변의 상수이므로 에너지 값의 기준을 바꾸어 0으로 놓을 수 있다는 무리한 서술이 들어오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보통의 물리학 교과서 서술처럼 고전역학에서 $$E=\frac{p^2}{2m} +V(x)$$ 또는 해밀토니언이 $$H(x, p)=\frac{p^2}{2m} +V(x)$$로 주어진다는 것을 출발선에 놓고, 공리2로부터 $$p=\hbar k \rightarrow -i\hbar \frac{\partial}{\partial x} ,
\quad E=\hbar \omega \rightarrow = i\hbar \frac{\partial}{\partial t}$$이라는 양자화 조건을 바로 적용하는 것이 슈뢰딩거 방정식을 유도하는 가장 깔끔하고 단순한 방법일 것입니다.
하지만 장회익 선생님께서 이렇게 복잡한 경로를 택하신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저의 두 번째 질문은 그 경로와 동기가 무엇인가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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