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3장 상대성이론 (p.148)
질문 및 토론
상대성이론
작성자
옥현
작성일
2022-01-06 12:38
조회
2270
자연철학 강의 p.148
“내게는 우리 사고가 대부분 기호(말)을 사용함 없이 진행된다는 점, 여기에 더해 상당한 정도 무의식적으로 진행된다는 점에 대해 그 어떤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가 때로 어떤 경험에 대해 아주 자연발생적으로 ‘놀라움’을 겪는 것이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아인슈타인
질문:
1. 우리는 무엇을 이용하여 생각하는가? 기호(말)없이 생각할 수 있는가?
2. 사고는 무의식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가?
3. ‘시간’이란 무엇인가?
4, ‘공간’이란 무엇인가?
5. 시간과 공간은 언제 어떻게 생겨났을까? 빅뱅 이전은 어떠했을까?
6. 시간과 공간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가 가능한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무(nothing)’가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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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우 | 2022.01.06 | 1 | 2504 |
3번 질문과 4번 질문은 정말 너무나 심오하고 다양한 대답이 나올 주제이지만, 간단하게는 우리말 철학사전 2에 있는 "시간"이란 표제어에 대한 해설과 우리말 철학사전 3에 있는 "공간"이란 표제어에 대한 해설을 장회익 선생님이 집필하셨습니다.
시간 - 장회익
1. 시간이란 무엇인가
2. 인간의 시간의식
3. 시간에 대한 적재적 관점과 공백적 관점
4. 시간의 서술 및 측정 문제
5. 상대성이론에서의 시간
6. 인간과 시간
공간 - 장회익
1. 공간 개념, 무엇이 문제인가?
2. 근대과학 이전의 공간 개념
3. 과학적 공간 개념
4. 공간 개념에 대한 철학적 성찰
5. 인간의 원초적 공간지각
6. 맺음말 - 위치 공간과 비위치 공간
다케우치 가오루의 한 권으로 충분한 시간론은 부제가 "마야인의 종말론에서 최첨단 초끈이론까지"라고 되어 있는 만큼 조금 더 읽기 쉬운 면도 있습니다.
조금 맥락은 다르지만, 자연철학 세미나에 함께 하시는 이중원 선생님의 번역으로 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의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 우리의 직관 너머 물리학의 눈으로 본 우주의 시간이 나와 있는데, 이 책도 여러 가지 생각을 깊이 할 수 있는 좋은 책입니다.
공간의 개념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변천되어 왔는가를 상세히 해명하고 있는 정평 있는 책으로 과학사학자 막스 야머의 공간개념 - 물리학에 나타난 공간론의 역사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읽어나가기는 좀 부담스러운 면이 없지 않지만, 가장 권위 있는 책으로 평가됩니다.
뒤의 세 권의 책에는 5번 질문과 6번 질문에 대한 대답도 부분적으로 들어 있습니다.
무척 어렵고 무겁지만 또한 매우 중요한 질문을 던지셨습니다. 온라인 세미나에서는 시간을 잡아먹을까봐 말하는 것을 자제했는데, 저도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어서 여기에 답글을 답니다.
실상 1번 질문과 2번 질문에 대해 직접적인 대답은 아니더라도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 제9장 "본원으로 돌아가다: 앎이란 무엇인가?"에도 관련된 대답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 148쪽에 인용된 아인슈타인의 문장은 Paul Arthur Schilpp (ed.) Albert Einstein, Philosopher-Scientist (1949)에 실려 있는 글입니다. 이 책은 800쪽 정도의 분량으로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연구에 대한 다양한 평가의 글 25편이 묶여 있습니다. 스물 다섯 명의 저명한 학자들이 쓴논문들에 대해 아인슈타인이 일일이 답하는 논문이 그 뒤에 있습니다. 이 논문집의 맨 앞에 "자서전적 노트(Autographical Notes)"란 제목의 글이 있는데, 인용문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원고는 독일어로 썼지만, 파울 아르투어 쉴프가 이를 영어로 번역하여 양면 대조로 읽을 수 있도록 편집을 했습니다.
인용된 해당 부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For me it is not dubious that our thinking goes on for the most part without use of signs (words) and beyond that to a considerable degree unconsciously. For how, otherwise, should it happen that sometimes we “wonder” quite spontaneously about some experience?" (p. 9)
(독일어 원문: "Es ist mir nicht zweifelhaft, dass unser Denken zum gréssten Teil ohne Verwendung von Zeichen (Worte) vor sich geht und dazu noch weitgehend unbewusst. Denn wie sollten wir sonst manchmal dazu kommen, uns tiber ein Erlebnis ganz spontan zu “wundern”?")
이 부분만 보면, 생각 또는 사유라는 것에서 '놀라움'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루는 것이라 강조점은 '놀라움'에 있습니다, 하지만 이 단락의 앞부분을 보면, 아인슈타인 자신도 '생각이라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 "어떻게 생각이란 것이 가능한가?" 하는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What, precisely, is “thinking”? When, at the reception of sense-impressions, memory-pictures emerge, this is not yet “thinking.” And when such pictures form series, each member of which calls forth another, this too is not yet “thinking.” When, however, a certain picture turns up in many such series, then—precisely through such return—it becomes an ordering element for such series, in that it connects series which in themselves are unconnected. Such an element becomes an instrument, a concept. I think that the transition from free association or “dreaming” to thinking is characterized by the more or less dominating role which the “concept” plays in it. It is by no means necessary that a concept must be connected with a sensorily cognizable and reproducible sign (word); but when this is the case thinking becomes by means of that fact communicable.
With what right—the reader will ask—does this man operate so carelessly and primitively with ideas in such a problematic realm without making even the least effort to prove anything? My defense: all our thinking is of this nature of a free play with concepts; the justification for this play lies in the measure of survey over the experience of the senses which we are able to achieve with its aid. The concept of “truth” can not yet be applied to such a structure; to my thinking this concept can come in question only when a far-reaching agreement (convention) concerning the elements and rules of the game is already at hand." (p. 7)
독일어를 읽으시는 분을 위해 독일어 원문을 가져오면 다음과 같습니다.
"Was ist eigentlich “Denken”? Wenn beim Empfangen von Sinnes-Eindrticken Erinnerungsbilder auftauchen, so ist das noch nicht “Denken.” Wenn solche Bilder Serien bilden, deren jedes Glied ein anderes wachruft, so ist dies auch noch kein “Denken.” Wenn aber ein gewisses Bild in vielen solchen Reihen wiederkehrt, so wird es eben durch seine Wiederkehr zu einer ordnenden Element für solche Reihen, indem es an sich zusammenhangslose Reihen verknüpft. Ein solches Element wird zum Werkzeug, zum Begriff. Ich denke mir, dass der Uebergang vom freien Assoziieren oder “Träumen” zum Denken characterisiert ist durch die mehr oder minder dominierende Rolle, die der “Begriff” dabei spielt. Es ist an sich nicht nötig, dass ein Begriff mit einem sinnlich wahrnehmbaren und reproduzierbaren Zeichen (Wort) verkniipft sei; ist er es aber so wird dadurch Denken mitteilbar.
Mit welchem Recht—so fragt nun der Leser—operiert dieser Mensch so unbekiimmert und primitiv mit Ideen auf einem so problematischen Gebiet, ohne den geringsten Versuch zu machen, etwas zu beweisen? Meine Verteidigung: al! unser Denken ist von dieser Art eines freien Spiels mit Begriffen; die Berechtigung dieses Spiels liegt in dem Masse der Uebersicht über die Sinnenerlebnisse, die wir mit seiner Hilfe erreichen können. Der Begriff der “Wahrheit” kann auf ein solches Gebilde noch gar nicht angewendet werden; dieser Begriff kann nach meiner Meinung erst dann in Frage kommen, wenn bereits eine weitgehende Einigung (Convention) über die Elemente und Regeln des Spieles vorliegen."
이 인용문은 결국 "앎이란 무엇인가?" "생각이란 무엇인가?" 하는 근본적인 물음이 자연철학에서 대답해야 할 할 매우 중요한 과제임을 말해 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최근에 요즘 잘 나가는 독일의 철학자 마르쿠스 가브리엘의 책 중 하나가 생각이란 무엇인가? (전대호 옮김)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출간되었는데,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지금 시간과 공간에 대하여 가장 권위 있는 대답을 제시하는 것은 물리학자입니다. 특히 초끈이론이라든가 양자중력이론을 연구하는 물리학자가 이 문제에 대해 다양한 방식으로 대답하고 있습니다. 대중적인 책을 저술하는 물리학자로 브라이언 그린이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브라이언 그린이 주로 의존하는 이론은 일반상대성이론입니다. ㄹ
일반상대성이론을 우주에 적용하여 풀어낸 것이 소위 빅뱅 우주론이고 이와 관련된 자연철학적 논의가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 제6장 "소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다: 우주와 물질"에 있습니다.
시간-공간의 문제가 왜 우주의 문제로 연결되는지 의아해 하실 것입니다. 이것은 일반상대성이론이라는 것이 애초에 중력에 대한 제대로 된 이론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왔지만, 결국 중력이 시공간의 곡률이라는 전혀 새로운 관념으로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뉴턴 역학의 문제에서도 이야기된 것처럼 중력은 우주 전체의 모습을 말하는 데 가장 핵심적인 힘입니다. 아인슈타인 자신도 1916년에 일반상대성이론을 만들어 발표한 이듬해에 바로 이 이론을 우주에 적용하면 어떻게 될지 아이디어를 냅니다. 그리고 이 이론을 곧이곧대로 우주에 적용한 사람이 바로 벨기에의 가톨릭 사제이자 물리학자였던 조르주 르메트르였습니다. 이는 에드윈 허블의 관측을 통해 팽창하는 우주라는 황당하리만치 새로운 관념으로 이어집니다. 심지어 1990년대 이후로는 우주의 팽창이 가속팽창이라는 증거가 속속 발견됩니다. 즉 우주는 다시 쪼그라들지 않고 영원히 팽창할 것으로 보입니다. 영화 카메라를 뒤로 돌리듯이, 이를 시간 뒤로 돌려 보면 과거로 갈수록 우주는 점점 쪼그라들 것이고 언젠가는 한 점으로 축소될 겁니다. 바로 이것이 빅뱅(Big Bang)입니다. 일반상대성이론만을 생각한다면, 이 빅뱅이라는 것은 우주의 시작이며, 시간과 공간의 시작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빅뱅 이전"이라는 표현은 일종의 형용모순으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 "시작" 내지 "맨 처음"을 말하고 있는데, "그 시작 이전"이나 "맨 처음보다 더 먼저"를 말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마 세미나에서 최영진 선생님께서 소개해 주신 화담 서경덕의 선천세계론이 이와 비슷한 의미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저는 서경덕의 사상을 들어본 적이 거의 없어서 최영진 선생님의 말씀이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검색해 보니 '담일청허’(湛一淸虛)의 기(氣)로 조선에 학자가 있음을 알려라! - 유학의 영원한 노스탤지어, 기철학을 수립한 서경덕이란 글이 잡힙니다. 이 글에 "[서경덕은 선천과 후천이 시공간적으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는 점, 태허가 곧 기고 기가 곧 태허라는 점을 강조한다.(理氣說) 허(虛)가 그 자체로 기(氣)라는 말은, 허무의 상태에서 존재하지 않던 기가 갑자기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한다.(太虛說) 이기(理氣)의 미묘한 관계를 아는 자라면 기에 시작과 끝이 없으며 무엇으로부터 비롯되는 다른 원인도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하며, 화담은 이것을 “기 바깥에 이가 없다(氣外無理)”라고 표현했다.(理氣說)"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아리송하긴 하지만, 선천과 후천이 시공간과 어떻게 연결될지 무척 궁금합니다. 애초에 성리학적 자연철학에서 빅뱅과 같은 시작점을 상정하는 것이 가능하긴 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여하간 5번 질문과 6번 질문은 제6장에서 다시 또 다루는 것이 좋으리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