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색이동이 곧 은하의 후퇴속도일까?
적색이동으로부터 외부은하의 후퇴속도를 정할 수 있다는 말은 근사적으로만 옳습니다.
적색이동(redshift)은 관측자료로부터 정해지는 양입니다. 빛띠(스펙트럼)에서 파장의 치우침(이동)을 측정하는 것이죠. 흔히 $$\boxed{z = \frac{\Delta \lambda}{\lambda_e}}$$와 같이 쓰는데, 방출된 빛의 파장이 $\lambda_e$ (즉 지구상에서 볼 수 있는 흡수선의 파장)이구요. 은하에서 온 빛의 빛띠를 관측하여 그 흡수선의 파장이 옮겨간 정도가 바로 $\Delta \lambda$가 됩니다.
은하의 후퇴속도를 $v$라고 하면, 도플러 효과의 공식(고전역학적인)으로부터 $z = v / c$ ($c$는 빛의 속도)가 됩니다. 따라서 계산만을 놓고 보자면, 관측으로부터 얻어낸 적색이동 $z$를 알면, 거기에 빛의 속도를 곱하여 대략 은하의 후퇴속도가 나오는 것입니다. 다만, 이 공식은 근사적인 것이기 때문에, 정확히 은하의 후퇴속도가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올바르지 않지만, 만일 특수상대성이론의 도플러 공식을 사용한다면, $$1 + z = \sqrt{ \frac{1 + v/c }{1 - v/c }}$$가 됩니다. $v \ll c$이면 $$z = \sqrt{ \frac{1 + v/c }{1 - v/c }} - 1 \approx \frac{v}{c}$$가 되어 원래의 도플러 공식이 나옵니다.
은하의 후퇴속도를 적색이동으로 나타내면 $$v = c \left( 1 - \frac{2}{z^2 + 2 z + 2} \right)$$가 됩니다. 이 식이 맞다면 $z$의 값이 아무리 커도 후퇴속도가 광속보다 커질 수 없습니다. 특수상대성이론의 주장과 잘 맞아 떨어지는 듯 보입니다.
그러나 현재 측정된 적색이동 중 가장 큰 값은 $z=11.1$입니다. (http://en.wikipedia.org/wiki/Redshift#Highest_redshifts ) 이 은하의 이름은 GN-z11 (https://en.wikipedia.org/wiki/GN-z11)입니다. 이 은하는 현재까지 알려진 은하 중 가장 멀리 있고 또 가장 오래된 것입니다. 대략 134억년 전부터 존재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Oesch, P. A.; Brammer, G.; van Dokkum, P.; et al. (March 2016). "A Remarkably Luminous Galaxy at z=11.1 Measured with Hubble Space Telescope Grism Spectroscopy". The Astrophysical Journal. 819 (2). 129. https://doi.org/10.3847/0004-637X/819/2/129
위의 도플러-피조 공식 $v = cz$를 곧이곧대로 적용하면 이 천체의 후퇴속도가 광속의 11배가 넘는다는 말이 되는데, 이게 도대체 무슨 뜻일까요? 빛보다 더 빨리 움직인다는 게 가능하지 않고, 또 뭔가 속력을 지닌다면 그 기준 좌표계가 무엇인지 말해야 하는데, 공간에 대한 상대속력이 광속의 11배란 말이 되는 걸까요?
마이크로파 우주배경복사가 시작될 때(대폭발 후 약 38만년 후)의 적색이동은 $z=1089$가 되는데, 이 무렵의 은하의 후퇴속도는 빛보다 1천 배 이상 빠르다는 말이 됩니다. 만일 특수상대성이론의 도플러 공식을 사용한다면, 은하의 후퇴속도가 거의 광속에 육박하지만 광속보다 큰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우주배경복사의 적색이동을 특수상대성이론으로 서술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면, 적색이동의 값이 매우 크다는 것은 은하의 후퇴속도와는 좀 다른 이야기입니다.
대폭발(빅뱅) 우주론의 표준모형에서는 우주의 크기를 나타내는 크기 인수 또는 척도인수(scale factor)라는 단위가 없는 양이 등장합니다. 보통 $a(t)$와 같이 씁니다. 여기에서 $t$는 시간이고, 우주의 크기는 시간의 함수입니다. 그래프에 등장하는 우주의 크기가 바로 이것입니다.
우주공간의 팽창에서 비롯된 적색이동은 $$\boxed{1+z=\frac{a(t_0)}{a(t)}}$$로 주어집니다. 여기에서 $t_0$는 지금의 시간을 가리킵니다. 이 식은 프리드만-르메트르-로버트슨-워커(FLRW) 시공간 거리함수에서 수학적으로 (즉 연역적으로) 유도됩니다.
멀리 있는 외부은하까지의 고유거리를 $D$라고 하면, 이 모형에서 $D$와 $a$ 사이의 관계가 $$\frac{D(t)}{D(t_0 )}= \frac{a(t)}{a(t_0 )}$$가 됨을 수학적으로 유도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도 $t_0$ 는 현재의 시간입니다.
이 식으로부터 은하의 ‘후퇴속도’라는 것을 $v_r = \frac{\mathrm{d}D}{\mathrm{d}t}$라 정의하면, $$v_r = \frac{\mathrm{d}D}{\mathrm{d}t} = \frac{1}{a}\frac{\mathrm{d}a}{\mathrm{d}t} D$$가 되는 것을 유도할 수 있고, 우주의 크기를 나타내는 척도인수 $a(t)$에 대하여 $$H = \frac{1}{a}\frac{\mathrm{d}a}{\mathrm{d}t}\equiv\frac{\dot{a}}{a}$$라고 정의하면, $$ v_r = H D$$가 됩니다. 즉 멀리 있는 은하의 후퇴속도는 그 은하까지의 거리에 비례합니다. 바로 이것이 르메트르-허블의 법칙이죠. 역사적으로 허블의 법칙은 멀리 있는 은하들 안에 있는 세페이드 변광성을 이용하여 외부은하들의 적색이동을 측정하여 추론한 것이었는데, 우주론의 표준모형에서는 이러한 현상적 법칙이 수학적으로 유도되는 법칙이 됩니다.
그러나 이 ‘후퇴속도’를 곧이곧대로 은하가 멀어지는 속도라고 받아들이면 안 됩니다. 우주공간의 팽창에서 비롯되는 적색이동의 정의로부터, $D \ll {c}/{H_0}$일 때, $$z \approx (t_0 - t_e ) H(t_0) \approx \frac{D}{c} H(t_0)$$임을 보일 수 있는데, 결국 $z$ 값이 매우 작을 때에만 이 값을 외부은하의 ‘후퇴속도’로 해석할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우주배경복사의 적색이동을 구하기 위해서는 $a(t)\propto 1/T$임을 이용합니다. 우주배경복사가 처음 방출되었을 때가 소위 재결합 또는 물질과 빛알의 분리가 시작될 무렵이고 그 때의 온도가 3000켈빈 정도입니다. 지금의 배경복사 온도가 2.7켈빈 정도이니까 $$z (\mathrm{CMB})=\frac{3000}{2.7}-1\approx 1100$$이 됩니다.
$H$는 소위 허블 맺음변수(파라미터)가 되고, 현재 측정으로부터 정해진 값은 $$H_0 = 73.04\pm 1.04 \ \mbox{(km/s)/Mpc}$$입니다. 허블 맺음변수는 시간의 함수입니다. 특정 시점의 허블 맺음변수가 고정될 때 이를 허블 상수라 부릅니다. 특히 따로 언급이 없으면 허블 상수는 현재의 허블 맺음변수의 값을 가리킵니다. 르메트르-허블 법칙을 곧이곧대로 생각하면, 은하까지의 거리가 일정한 값이 될 때 은하의 후퇴속도가 광속이 됩니다. 이 거리를 허블 반지름($D_H$)이라고 부르는데, 쉽게 $$ D_H = c / H_0$$임을 알 수 있습니다. 위의 허블 상수 값을 대입하면, 허블 반지름은 대략 138억 광년이 나옵니다. 그러나 허블 반지름이 우주의 크기를 나타내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허블 반지름보다 밖에 있는 은하는 광속보다 빠르게 우리은하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것이 됩니다.
우주의 크기는 적어도 789억 광년(24 기가파섹Gpc)보다 커야 현재의 우주배경복사의 관측결과와 모순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http://plus.maths.org/content/os/issue10/features/topology/index ) 이 789억 광년은 지름이기 때문에, 대략 그 절반이 반지름이라고 보면, 139억 광년보다 3배 정도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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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쓴 이 글을 다시 읽어보니 서술이 분명하지 않은 부분이 있어서 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