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역학 이해하기>라는 제목의 책 몇 가지
장회익 선생님의 저서 [양자역학을 어떻게 이해할까?: 양자역학이 불러온 존재론적 혁명](2022)은 독보적인 책입니다. 세미나에서는 이 책이 양자역학의 수학적 형식체계를 정확히 다루지 않고 있어서 양자역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안 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고, 그러면서도 수학적인 내용들이 많이 있어서 걸림돌이 된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존재론적 혁명'이라는 부담스러운 부제에 대한 말도 나왔습니다.
흥미롭게도 양자역학을 제대로 이해해 보려는 노력이 21세기 들어 여러 곳에서 시도되고 있습니다.
프랑스 고등사범학교(Ecole Normale Supérieure)의 물리학자 프랑크 랄로에가 2019년에 낸 책의 제목은 [우리는 양자역학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입니다.
Franck Laloë (2018) Comprenons-nous vraiment la mécanique quantique? 2e édition, révisée et augmentée. EDP SCIENCES (https://amzn.to/3QJWVmE)
Franck Laloë (2019) Do We Really Understand Quantum Mechanics? (2e) Cambridge University Press. (https://bit.ly/3Xd2qN3)
랄로에는 양자역학의 주요내용을 모두 망라하다시피한 세 권짜리 양자역학 교과서 저자 중 한 명이기도 합니다. 이 세 권짜리 책은 합해서 2500쪽이 넘는 분량인데, 프랑스어권뿐 아니라 영어권에서도 양자역학 교과서로 인기가 매우 높습니다. 특히 저자 중 한 명인 클로드 코엔-타누지가 1997년 노벨물리학상을 받는 바람에 더 유명해졌습니다.
Claude Cohen-Tannoudji, Bernard Diu, Franck Laloë (2018-2019) Mécanique quantique. Tome I-III. Coédition CNRS/EDP Sciences (https://amzn.to/3kk6tZt)
랄로에는 이 책과 더불어 <우리가 양자역학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까?>라는 도전적인 제목의 책을 썼습니다. 이 책의 주된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양자역학의 어려움은 물리적 계를 서술하기 위해 사용하는 수학적 대상인 상태 벡터 $|\Psi\rangle$에서 비롯된다. 고전 역학에서 계의 상태는 구성 요소의 위치와 속도를 직접 지정하여 서술되지만, 양자 역학은 이를 복잡한 수학적 대상 $|\Psi\rangle$로 대체하여 비교적 간접적으로 서술한다. 이것은 수학적으로뿐만 아니라 개념적으로도 엄청난 변화이다. $|\Psi\rangle$와 물리적 성질 사이의 관계는 고전 물리학에 비해 이론의 해석에 대한 논의의 여지를 훨씬 더 많이 남긴다. 사실, 양자역학을 "제대로 이해하려고" 시도한 사람들(또는 여전히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이 직면하는 많은 어려움들은 $|\Psi\rangle$의 정확한 지위와 관련된 질문들과 관련되어 있다. 예를 들어, 그것은 물리적 실재 자체를 묘사하는가, 아니면 우리가 이 실재에 대해 가질 수 있는 일부 (부분적인) 지식만을 묘사하는가? 계의 앙상블만 서술하는가(통계적 서술), 아니면 단일계(단일 사건)도 서술하는가? 실제로 $|\Psi\rangle$가 계에 대한 불완전한 지식의 영향을 받는다고 가정한다면 원리적으로나마 더 나은 서술이 존재해야 한다고 기대하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은가? 그렇다면 실재에 대한 이처럼 깊고 정확한 서술은 무엇일까?" (p. xiv)
수학적 형식체계로 보면, 여하간 양자역학은 매우 정교하고 아직 사실상 전혀 반증되지 않은 탁월한 물리학 이론입니다. 그러나 그 수학적 형식체계가 세계의 밑바탕에 존재하는 실재 내지 실체에 대해 무엇을 말해주는가 하는 것은 여전히 의견이 분분한 문제입니다.
영어판의 목차에서 이 책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1 Historical Perspective
2 Present Situation, Remaining Conceptual Difficulties
3 The Theorem of Einstein, Podolsky, and Rosen
4 Bell Theorem
5 Other Inequalities, Cirelson’s Limit, Signaling
6 More Theorems
7 Quantum Entanglement
8 Applications of Quantum Entanglement
9 Quantum Measurement
10 Experiments: Quantum Reduction Seen in Real Time
11 Various Interpretations and Reconstructions of Quantum Mechanics
12 Annex: Basic Mathematical Tools of Quantum Mechanics
기존의 비슷한 책과 달리 아인슈타인-포돌스키-로젠의 사고실험과 그 연장선에 있는 벨 정리(Bell theorem)에 집중합니다. 자연스럽게 '양자얽힘(quantum entanglement)'에 논의의 초점이 놓입니다.
장회익 선생님의 입장은 양자역학의 상태를 나타내는 수학적 대상인 $\Psi$(프시)가 '사건을 일으킬 성향' 또는 '존재표출 성향'을 의미하며, '파동함수'라는 이름 대신 '상태함수'라는 다른 이름이 더 적합하다는 것입니다. 제8장에서 아인슈타인-포돌스키-로젠의 사고실험과 벨 정리를 다루지만, 그에 앞서 $|\Psi\rangle$라 부르는 상태함수의 존재론적 함의를 상세하게 해명하는 접근입니다.
양자역학의 이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또 다른 최근 저서는 독일 뮌헨의 데틀레프 뒤르와 스위스 로잔 공대의 뒤스탱 라차로비치가 쓴 [양자역학을 이해하기: 양자물리학의 세 가지 세계상]입니다.
Detlef Dürr, Dustin Lazarovici (2018). Verständliche Quantenmechanik. Drei mögliche Weltbilder der Quantenphysik. Springer. (https://doi.org/10.1007/978-3-662-55888-1)
저자들이 직접 번역하여 2020년에 영어판도 냈습니다.
Detlef Dürr, Dustin Lazarovici (2020) Understanding Quantum Mechanics: The World According to Modern Quantum Foundations. Springer. (https://bit.ly/3GDXSZa)
영어판의 제목은 [양자역학을 이해하기: 현대의 양자 기초에 따른 세계]입니다. '양자 기초'라는 말이 좀 어색하지만, 장회익 선생님이 '존재론적 혁명'이라고 부르시는 것과 상통하리라 추측할 수 있습니다. 실상 이 책은 양자역학 전반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저자들이 옹호하는 새로운 해석을 상세하게 다루고 있어서, 균형 있는 책은 아닙니다. 프랑크 랄로에의 저서나 장회익 선생님의 저서와 마찬가지이죠.
뒤르와 라차로비치는 '서설'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p. vi)
• 양자이론에서 파동함수의 역할은 정확히 무엇인가? 예를 들어, 파동함수는 전자기장처럼 실재로 간주할 수 있는 물리적인 마당(장)일까? 아니면 그것은 단지 미시적인 세계에 대한 우리의 접근이 본질적으로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자연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말할 수 없는 우리의 무능을 수학적으로 표현한 것인가?영어판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1 Some Mathematical Foundations of Quantum Mechanics
2 The Measurement Problem
3 Chance in Physics
4 Bohmian Mechanics
5 Collapse Theory
6 The Many Worlds Theory
7 The Measurement Process and Observables
8 Weak Measurements of Trajectories
9 Hidden Variables
10 Nonlocality
11 Relativistic Quantum Theory
12 Further Food for Thought
13 Epilogue
팀 모들린(Tim Maudlin)의 접근을 따라 측정의 문제를 다음 세 주장이 모두 참이라 할 때 나타나는 모순적 상황으로 놓습니다.
(1) 상태함수(파동함수)가 계의 물리적 상태를 완전히 서술한다.
(2) 상태함수의 시간적 변화는 언제나 선형 (슈뢰딩거) 방정식을 따른다.
(3) 측정의 결과는 언제나 하나의 유일한 값으로 주어진다.
장회익 선생님은 이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다루시는데, 대략 (2)의 부정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기존에 알려진 붕괴이론은 상태함수가 전환되는 것이 아니라 물리적으로 비선형방정식을 따라 변화한다고 봅니다. 이 과정에서 무리한 주장을 펼치지 않을 수 없는데, 장회익 선생님의 접근은 붕괴이론의 단점을 넘어서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 내용이 4.2절(137-154쪽)에 담긴 "양자역학의 존재론적 기초"입니다.
양자역학의 존재론적 기초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예측적 앎의 성격과 고전역학의 존재론을 검토하고, 이를 다시 상대성이론으로 확장하면서 차근차근 전체의 틀을 마련해 가야 합니다.
Do-We-Really-Understand-Quantum-Mechanics-2e-Franck-Laloe.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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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양자역학 해석에서 어떤 것이 쟁점이 되는지를 명료하게 정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측정할 때 파동함수가 붕괴된다는 부분은 저도 궁금증이 많던 부분인데, 앞으로 읽어나갈 부분에서 다룬다고 하니 책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커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