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꼽문] 책새벽-월.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 21장, 22장 (p.452-482)
모임 정리
책새벽
작성자
neomay33
작성일
2023-12-10 15:22
조회
666
녹색아카데미 온라인 책읽기 모임 '책새벽-월' 시즌3에서는 현재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을 읽고 있습니다.
매주 읽는 내용 중 참여하시는 분들이 꼽아주신 책꼽문과 질문을 모아 이곳에 정리해두고 있습니다. 책 읽으시는 데 참고해주세요.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 로버트 메이너드 피어시그 지음. 장경렬 옮김. 2010.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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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장
p.452-453.
"아빤 별로 담력이 센 사람이 아니죠? 그렇죠?" 크리스가 말한다.
"그래, 그런 것 같다." 내가 이렇게 대답하고, 알맹이를 빼내기 위해 살라미 소시지 조각의 껍질을 아래위 양 이빨로 물고는 잡아 뜯는다. "하지만 말이다, 아빠가 얼마나 현명한 사람인가를 알면 넌 놀랄 거야."
...
잠시 후에 크리스가 이렇게 말한다. "아빠, 이젠 좀더 무거운 짐을 질 수 있겠어요."
"정말?"
"그럼요." 약간 우쭐한 어조로 그가 말한다.
...
여기서부터는 경사가 낮아보인다. ... 우리의 키보다 높게 자란 관목들이 아주 많아서, 앞으로 나아가는 우리의 걸음이 더디다. 우리는 이 숲을 우회해서 가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p.457.
예술이란 고도의 질에 이르기 위한 시도다. 정말로 필요한 진술이 있다면 그것이 전부다. 아니면, 무언가 어마어마하게 들리는 말이 필요하다면, 예술이란 인간의 작업 안에 드러난 신성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파이드로스에 의해 정립된 양자의 관계는 엄청나게 서로 다른 말처럼 들리는 위의 두 질술이 실제로는 동일한 것이라는 사실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
종교의 영역에서 질과 신성 사이의 관계는 보다 더 철저하게 확립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나는 이 작업을 한결 뒤에 할 수 있기를 바란다. 현재로서는 신God과 선good이라는 부처와 질에 대응되는 두 단어의 고대 영어 어원이 동일한 것처럼 보인다는 사실을 놓고 곰곰이 생각해보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조만간 내가 주의를 집중하고자 하는 곳은 바로 과학의 영역이다. 왜냐하면 양자 사이의 관계 확립이 가장 절실하게 요구되는 영역이 바로 이 영역이기 때문이다. 과학 및 과학의 후손인 공학 기술은 "가치 중립적"인 것 - 따라서 "질과 관계없는" 것 - 이라는 공식적 견해가 있는데, 이 같은 견해는 정리되어야 한다.
바로 이 "가치 중립적"이라는 말이 야외 강연에서 일찍이 주목을 기울인 바 있는 치명적인 힘을 더욱 두드러지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일 이에 대해 이야기할 생각이다.
제22장
p.459.
오늘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파이드로스가 결코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에 관한 것인데, ... 파이드로스와 달리 이 사람은 서른다섯 살의 나이에 이미 세계적인 명사였으며, 쉰 여덟 살의 나이에는 살아 있는 전설이 되었다. ... 그는 한꺼번에 천문학자, 물리학자, 수학자, 철학자 역할을 했던 사람으로, 그의 이름은 쥘 앙리 푸앵카레(Jules Henri Poincaré)였다.
p.460-461.
마침내 나는 푸앵카레와 만나게 되었다. 여기에서도 다시 사소하지만 파이드로스가 복제한 것이 아닌가 의심이 가는 것이 발견되었으나, 그것과는 다른 종류의 현상이 확인되었다. 파이드로스는 더할 수 없이 고답적인 추상화의 영역 안으로 길고도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간 다음, 그곳에서 막 내려오려 하다 멈춘다.
푸앵카레는 더할 수 없이 기초적인 과학적 진실에 대한 논의에서 출발하여 파이드로스가 진입했던 바로 그 추상화의 영역을 향해 작업을 진행하다가 멈춘다. 두 사람은 상대가 걸음을 멈춘 바로 그 지점에서 걸음을 멈추었던 것이다! 두 사람의 작업 사이에는 완벽한 연속성이 존재한다.
p.461-462.
푸앵카레가 살아 있는 동안, 걱정스러울 만큼 심각한 위기가 정밀 과학의 분야에서 시작되었다. 오랫동안 과학적 진실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과학의 논리는 절대적인 신뢰의 대상이었고, ... 이제 이 같은 답들을 더욱더 정밀한 것으로 다듬는 것이 과학의 임무로 여겨졌다. ...
하지만 과거의 추세에 비춰 볼 때 이들 문제도 결국에는 무릎을 꿇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몇십 년도 지나지 않아 절대 공간, 절대 시간, 절대 실체, 심지어 천체 광도의 절대 등급조차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는 거의 누구도 추정하지 않았다. 또한 장구한 세월에 걸쳐 과학의 반석으로 여겨졌던 고전 물리학이 "근사치"에 해당하는 것이 되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아무도 없었다.
아울러, 더할 수 없이 침착하고 더할 수 없는 존경을 받는 천문학자들이 충분히 강력한 천체 망원경을 통해 충분히 오랜 시간 들여다보면 보이는 것은 바로 자신의 머리 뒤통수라고 인류에게 말하게 될 것이라고는 거의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기초를 산산이 박살 내는 상대성 이론의 이론적 단초는 일부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이해하고 있었다. 그 시대의 가장 뛰어난 수학자였던 푸앵카레가 바로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그의 저서 『과학의 기초』에서 푸앵카레는 과학의 기초를 위태롭게 하는 위기의 선례들은 아주 오래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에 의하면, (평행선에 대한) 유클리드의 제5공준으로 알려져 있는 공리를 논증하기 위한 탐구 작업이 오랫동안 이어졌지만 모두 허사였으며, 바로 이 탐구 작업이 위기의 시작이었다는 것이다.
p.463-464.
마침내 19세기 첫 4반세기 무렵, 그리고 거의 동시에, 헝가리의 수학자 볼리오이와 러시아의 수학자 로바체프스키가 유클리드의 제5공준에 대한 논증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논박이 불가능할 정도로 완벽하게 확립했다.
...
이처럼 어떠한 모순도 발견하는 데 실패함으로써 그는 제5공준을 보다 더 단순한 공리로 변환할 수 없음을 논증한다.
사람들을 놀라게 한 것은 논증 자체가 아니라, 이 논증의 합리적인 부산물이었다. 이 부산물로 인해 이 같은 논증 및 수학의 영역에서 거의 모든 것이 곧 빛을 잃게 되었던 것이다. 과학적 확실성의 초석이라 할 수 있는 수학이 갑작스럽게 불확실한 것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p.464-465.
그리고 물론, 일단 그와 같은 문이 열리게 되자, 뒤흔들 수 없는 과학적 진리를 담고 있으나 상호 모순되는 체계의 숫자는 단지 둘로 국한될 것이라는 식의 기대를 거의 누구도 할 수 없게 되었다. 리만이라는 독일인이 또 하나의 뒤흔들 수 없는 기하학 체계를 가지고 나타났는데, 이 체계는 유클리드의 가설뿐만 아니라 단 한 개의 직선만이 두 점을 지날 수 있다는 제1공리마저 내동댕이쳐버렸다.
...
상대성 이론에 의하면, 리만 기하학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설명하는 데 가장 적합한 것이다.
(여기서부터 2023년 12월 17일 업데이트. p.465-485.)
p.467.
기하학의 공리들은 규약이라는 것이 푸앵카레의 결론이다. 아울러, 그에 의하면, 그 모든 가능한 규약들 가운데 어떤 특정한 것을 우리가 선택할 때 우리의 선택에 길잡이가 되는 것은 바로 실험적 사실들이지만, 선택의 자유는 유지되며, 무언가의 제한을 받는다면 이는 다만 온갖 모순을 피해야 할 필요성의 제한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런 연유로, 공준들을 채택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실험적 법칙들이 비록 개략적인 것일 뿐이라고 하더라도, 이렇게 해서 채택된 공준들의 진정성은 엄밀하게 유지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기하학의 공리들은 정의로 위장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규약일 뿐이라는 것이다.
p.469-470.
... 이제 우주의 질서를 유지하는 부담을 "사실"이 짊어지게 된 것이다. 사실이란 무엇인가.
푸앵카레는 이에 대한 비판적 검토 작업을 옮겨 갔다. 우선 그는 어떤 사실을 당신이 관찰하고자 하는가를 물었다.
...
마찬가지 논리가 가설에도 적용된다. 어떤 가설을 취할 것인가.
...
여기에서 푸앵카레는 몇 개의 규칙을 정했다. 우선, "사실들에는 계층 체계가 있다"가 그 하나다.
사실이 보다 더 일반적이면 일반적일수록 이는 더 소중한 것이 된다.
...
어디에서 단순한 사실을 찾을 수 있는가. 과학자들은 두 극단의 경우에서 이를 찾아왔다. 즉, 무한하게 거대한 것에서 찾거나, 무한하게 작은 것에서 찾는다.
p.472.
푸앵카레가 도달한 결론은 다음과 같다. 그렇다, 과학자는 그가 관찰하는 사실을 무작위로 선택하지 않는다. 과학자는 많은 경험과 많은 생각을 압축하고 또 압축하여 한 권의 얇은 책자에 담고자 한다.
p.475.
우리가 살고있는 세계의 객관성을 보장해주는것은 이 세계가 우리뿐만 아니라 여타의 생각하는 존재들에게 공통적인 것이라는 사실이다. 우리는 남들과 나누는 의사소통의 과정을 통해 그들로부터 이미 확립된 조화로운 합리적 생각들을 받아들인다. 우리는이 같은 합리적 생각들이 우리한테서 나온 것이 아님을 알고 있으며, 이와 동시에 조화롭기 때문에 그것이 우리와 같은 합리적 존재들의 작업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닫는다.
아울러, 이 같은 합리적 생각들이 우리가 인식하는 세계에 들어맞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 합리적 존재들도 우리가 보고 있는 것과 동일한 것을 보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 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우리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바로 이 조화야말로, 우리 식의 표현으로는 이 질이야말로 우리가 알 수 있는 단 하나의 현실, 바로 그것을 구축하기 위한 유일한 토대인 것이다.
p.475-476.
푸앵카레와 동시대의 사람들은 사실들이 미리 선택된다는 사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하는 경우, 과학적 방법의 타당성이 파괴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추정에 따르면, "미리 선택된 사실들"이라는 말을 받아들이는 경우 진리란 "그것이 무엇이든 당신이 좋아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받아들이는 폭이 된다.
p.476-477.
푸앵카레는 이 같은 곤혹스러운 상황에 대해 그 어떤 해답도 제시하지 않았다. ... 그가 했어야 했으나 소홀히 한 말이 있다면, 이는 다음과 같다. 당신들이 사실을 "관찰"하기 전에 그것을 선택하는 행위가 "그것이 무엇이든 당신이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되고 마는 경우가 있다면, 이는 단지 세계를 주체와 객체로 나누는 이원론적 형이상학 체계 안에 있을 때뿐이다!
질을 제3의 형이상학적 실체로서 현장에 투입하면, 사실을 미리 선택하는 일이 더 이상 임의적인 것이 되지 않는다. 사실을 미리 선택하는 일은 주관적이고 변덕스러운 "그것이 무엇이든 당신이 좋아하는 것"에 근거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바로 현실인 질에 근거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된다. 이렇게 보는 경우 곤혹스러운 상황은 사라진다.
파이드로스는 자기 자신의 수수께끼를 놓고 씨름을 계속하다가, 시간 부족으로 인해 한쪽 측면 전체를 미완성 상태로 남겨두었던 것처럼 보인다.
푸앵카레 또한 자기 자신의 수수께끼를 놓고 씨름을 해왔다. 하지만 과학이 조화를 선택 기준으로 삼아 사실들을, 가정들을, 공리들을 선택한다는 그의 판단 역시 미완의 상태로 남게 되었다. ...
하지만 파이드로스의 형이상학 덕택으로 우리는 푸앵카레가 이야기했던 조화가 주관적인 것이 아님을 알고 있다. 그가 말하는 조화는 주체와 객체의 근원이고, 양자와 선행적 관계 속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는 변덕스러운 것이 아니라, 변덕스러움에 반대하는 힘이다. 이는 모든 과학적 및 수학적 사유의 질서를 잡아주는 원리, 변덕스러움을 파괴하는 원리로, 이것이 없으면 그 어떤 과학적 사유도 진행될 수 없다.
(제22장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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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새벽-월]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 제22장 책꼽문 업데이트했습니다. (p.465-4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