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그랑지안과 해밀터니안의 의미
세미나에서 라그랑지안(Lagrangian), 해밀터니안(Hamiltonian)이라는 이름과 그들 사이의 관계에 대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수학에서는 이렇게 사람 이름 뒤에 -ian을 붙여서 함수나 수학적 대상의 새로운 이름으로 삼는 일이 흔합니다. 라플라스의 이름을 딴 라플라시안(Laplacian)이나 달랑베르의 이름을 딴 달랑베르시안(d'Alembertian)도 자주 사용됩니다.
단순하게 말하면 라그랑지안이라 부르는 것은 "운동에너지 - 위치에너지"로 정의합니다. 수식으로 표현하면 $$L[x(t), v(t)] = K[v(t)]- V[x(t)]=\frac{m}{2}v^2 - V(x)$$가 됩니다. 아주 오래 전 학부 2학년 때 이 이론을 처음 배울 때, 왜 운동에너지에서 위치에너지를 뺀 것으로 정의했는지, 그리고 그 의미는 무엇인가 질문했다가 쓸데 없는 질문을 한다고 혼났던 기억이 있습니다. 더 고민하며 찾아보니, 그 정의는 순전히 역사적 우연에 불과했습니다.
뉴턴의 운동방정식을 $$\frac{d}{dt} (mv) = - \frac{dV(x)}{dx}$$로 쓰고, 이 표현을 $$\frac{d}{dt}\frac{\partial L}{\partial v} = \frac{\partial L}{\partial x}$$의 꼴로 쓰려고 작정을 하면, 이 방정식의 좌변은 운동에너지를 속도로 미분한 뒤 시간으로 미분한 것이 되고, 우변은 위치에너지에 마이너스를 붙여 위치로 미분한 것이 됩니다. 애초에 힘을 위치에너지가 줄어드는 방향으로 작용한다고 정해 버렸기 때문에 마이너스가 나옵니다.
이것은 등고선의 이미지와 연관됩니다.
(출처: Daum 백과사전)
힘의 방향을 물의 흐름과 같다고 생각해 봅니다. 이것은 중력을 살펴보는 상황입니다. 높이가 같으면 위치에너지도 같습니다. 힘은 위치에너지가 변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이를 수학으로 표현하면 $$F = -\frac{dV}{dx}$$가 됩니다. 더 정확하게 쓰면, 공간 3차원에 대해 $$\vec{F}=(F_x, F_y, F_z ) = (-\frac{\partial V}{\partial x}, -\frac{\partial V}{\partial y}, -\frac{\partial V}{\partial z})=-\nabla V$$라고 써야 합니다. 이를 수학에서는 구배(그래디언트 gradient)라 부릅니다. 일종의 기울기 내지 경사입니다.
위의 그림을 이용하면 조금 더 직관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위치에너지가 같은 곳을 모두 이으면 등고선이 됩니다. 평면도에서 확인할 수 있죠. 그 등고선의 간격이 좁은 곳을 단면도로 보면 경사가 급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간격이 좁다는 것은 미분계수(기울기)가 크다는 뜻입니다. 이 때 미분계수는 위치가 달라질 때의 변화율입니다. 그래서 위치에 대한 미분이 됩니다. 그런데 방향을 따질 때 물이 흘러가는 쪽을 플러스로 선택합니다. 그러면 위치에너지가 줄어드는 방향으로 힘이 작용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F=-\frac{dV}{dx}$$가 됩니다.
그러고 나니까, 라그랑지안에서 위치에너지 앞에 마이너스가 붙은 것은 순전히 역사적으로 그렇게 힘의 방향을 정했기 때문입니다. 에너지의 차이 같은 게 아니라는 뜻입니다. 또 단위와 차원을 따져보면 라그랑지안은 에너지와 같은 단위와 차원이지만, 그 내용은 에너지와 별로 관계가 없습니다. 게다가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시간의 함수로서 $x(t)$와 $v(t)$의 연관된 형태뿐입니다. 그래서 함수의 함수라는 의미로 범함수라 부릅니다. 라그랑지안을 $L[x(t), v(t)]$라고 쓰는 것도 그런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해밀터니안 범함수도 모양으로 보면 마치 운동에너지와 위치에너지의 합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내용은 전혀 다릅니다. 오히려 함수들의 함수로서 $$H[x(t), p(t)] = \frac{p^2}{2m} + V(x)$$일 뿐이어서 고정된 값이 아닙니다.
위상공간에서 $$H[x(t), p(t)] = E$$의 궤적을 그리면 아래 그림처럼 됩니다.
[그림 출처: galileo-unbound.blog ]
색깔마다 에너지의 값이 다릅니다. 주어진 에너지 값에 대해서 위치와 운동량은 서로 일정한 관계를 맺으면 변합니다. 그래서 결국 에너지 보존법칙과 연결됩니다. 하지만 해밀터니안 자체는 에너지의 합이 아닙니다.
번호 | 제목 | 작성자 | 작성일 | 추천 | 조회 |
공지사항 |
[자료] 유튜브 대담영상 "자연철학이야기" 녹취록 & 카툰 링크 모음 (2)
neomay33
|
2023.04.20
|
추천 2
|
조회 8086
|
neomay33 | 2023.04.20 | 2 | 8086 |
공지사항 |
<양자역학을 어떻게 이해할까?> 강독모임 계획 안내 (1)
시인처럼
|
2023.01.30
|
추천 0
|
조회 7814
|
시인처럼 | 2023.01.30 | 0 | 7814 |
공지사항 |
『양자역학을 어떻게 이해할까?』 정오표 (10)
시인처럼
|
2022.12.22
|
추천 3
|
조회 10220
|
시인처럼 | 2022.12.22 | 3 | 10220 |
공지사항 |
[공지] 게시판 카테고리 설정에 대해서 (4)
시인처럼
|
2022.03.07
|
추천 0
|
조회 9336
|
시인처럼 | 2022.03.07 | 0 | 9336 |
공지사항 |
새 자연철학 세미나 보완 계획 (3)
시인처럼
|
2022.01.20
|
추천 0
|
조회 10141
|
시인처럼 | 2022.01.20 | 0 | 10141 |
공지사항 |
새 자연철학 세미나 - 안내
neomay33
|
2021.10.24
|
추천 0
|
조회 9861
|
neomay33 | 2021.10.24 | 0 | 9861 |
556 |
양자역학과 실재 (동영상) (1)
자연사랑
|
2023.04.11
|
추천 3
|
조회 3313
|
자연사랑 | 2023.04.11 | 3 | 3313 |
555 |
푸리에 변환과 이중공간 (6)
자연사랑
|
2023.04.10
|
추천 3
|
조회 3645
|
자연사랑 | 2023.04.10 | 3 | 3645 |
554 |
측정의 공리와 양자 동전(주사위) 던지기
자연사랑
|
2023.04.10
|
추천 2
|
조회 2600
|
자연사랑 | 2023.04.10 | 2 | 2600 |
553 |
측정의 공리와 새로운 존재론
자연사랑
|
2023.04.09
|
추천 3
|
조회 2529
|
자연사랑 | 2023.04.09 | 3 | 2529 |
552 |
빛띠 공식과 양자역학의 계산
자연사랑
|
2023.04.09
|
추천 2
|
조회 3035
|
자연사랑 | 2023.04.09 | 2 | 3035 |
551 |
플랑크의 흑체복사 공식 (2)
자연사랑
|
2023.04.03
|
추천 2
|
조회 4934
|
자연사랑 | 2023.04.03 | 2 | 4934 |
550 |
마이클 패러데이 - 물리학과 천재 (9)
자연사랑
|
2023.03.28
|
추천 3
|
조회 1654
|
자연사랑 | 2023.03.28 | 3 | 1654 |
549 |
라그랑지안과 해밀터니안의 의미 (1)
자연사랑
|
2023.03.14
|
추천 3
|
조회 3176
|
자연사랑 | 2023.03.14 | 3 | 3176 |
548 |
해밀토니언/라그랑지안의 인문학적 의미? (2)
자연사랑
|
2023.03.14
|
추천 4
|
조회 2161
|
자연사랑 | 2023.03.14 | 4 | 2161 |
547 |
아인슈타인, 로렌츠, 푸앵카레 (3)
자연사랑
|
2023.03.13
|
추천 2
|
조회 1938
|
자연사랑 | 2023.03.13 | 2 | 1938 |
자세한 설명 감사드립니다. 그림을 덧붙여 보니 더 직관적으로 이해가 됩니다. 이렇게 조금씩 주워듣다보면 그래도 분명히 듣기 전에 비해 조금씩 더 민감(?)해지는 듯합니다. 모르는 게 뭔지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