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공간의 인지는 생득적일까, 교육의 결과일까?
작성자
자연사랑
작성일
2020-02-04 14:32
조회
3973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시간과 공간을 뇌에서 인지하는 메커니즘 이야기가 잠시 나온 것으로 기억합니다. 다음 링크에는 뇌과학에서 시간과 공간의 인지를 어떻게 탐구해 오고 있는가 짤막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Decoding Space and Time in the Brain
한번 살펴볼만한 글입니다.
관련해서 앞으로 더 읽어볼만한 개념과 문헌을 메모해 둡니다.
Innate and Cultural Spatial Time: A Developmental Perspective
(https://doi.org/10.3389/fnhum.2017.00215)
시간이나 공간에 대한 관념이 생득적(innate)인가, 아니면 문화적(cultural)인가 하는 질문은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입니다.
이마누엘 칸트는 [순수이성비판]에서 시간과 관념을 '순수 직관 형식'으로 규정하고, 다른 관념들보다 더 우선적으로 순수이성 속에 내재한다는 이론을 전개했습니다만, 이것은 사변적인 철학 사유였을 뿐이고, 실증적이거나 과학적인 탐구의 결과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철학적 사유에서 논리적으로 시간과 공간을 가장 먼저 배치해야 할 것으로 보았으리라 평가할만합니다.
뇌신경과학 분야에서도 시간과 공간에 대한 탐구가 매우 활발합니다. 특히 기능성 자기공명영상장치(fMRI)라든가 여러 의학적 장비를 이용한 뇌신경과학 연구에서 시간-공간-수의 문제가 연구되어 왔습니다.
시간과 공간에 대한 관념이 생득적(innate)인가, 아니면 문화적(cultural)인가 하는 논쟁이 종결된 것은 아니지만, 여하간 21세기에 지배적인 접근 방법은 '생득적'이란 쪽에 비중을 더 두는 게 사실인 듯 합니다. 시간과 공간의 대한 관념을 사실상 날 때부터 타고나다시피 하는 것으로 보고, 뇌의 여러 부위들이 시간-공간 인지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신경세포들의 활성화가 어떤 방식으로 나타나는지 탐구하는 것이 지배적입니다.
문화적 차원에서 교육을 통해 시간과 공간을 배운다는 것은 좀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교육이나 문화가 있을 것 같지 않은 동물을 이용한 실험에서도 사실상 생득적으로 시간과 공간에 대한 관념을 가지고 있다고 믿을만한 좋은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 대신 이런 종류의 능력은 자연선택이나 기타의 방식으로 윗 세대로부터 대물림 받은 것이라고 보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염두에 둘만한 몇 가지 참고자료를 정리해 둡니다.
* 공간과 수의 반응코드 연합효과 (SNARC, spatial-numerical association of response codes)
: 숫자의 크기와 공간(오른쪽/왼쪽)의 인지가 연합되어 있다는 효과. 일반적으로 작은 수는 왼쪽에서 더 빨리 받아들이고 큰 수는 오른쪽에서 더 빨리 받아들임.
How Deep Is Your SNARC? Interactions Between Numerical Magnitude, Response Hands, and Reachability in Peripersonal Space
* 크기이론(ATOM) (A Theory of Magnitude)
: 시간, 공간, 수가 마루엽(두정엽)에서 연합적으로 인지된다는 이론. "더 먼저/더 나중", "더 가까이/더 멀리", "더 작은/더 큰", "더 빨리/더 느리게"
Vincent Walsh (2003)
A theory of magnitude: common cortical metrics of time, space and quantity
Domenica Bueti and Vincent Walsh (2009)
The parietal cortex and the representation of time, space, number and other magnitudes
* Stanislas Dehaene and Elizabeth Brannon eds. (2011)
Space, Time and Number in the Brain: Searching for the Foundations of Mathematical Thought
* Mario Bonato, Marco Zorzi, Carlo Umiltà (2012) When time is space: Evidence for a mental time line
https://doi.org/10.1016/j.neubiorev.2012.08.007
Decoding Space and Time in the Brain
한번 살펴볼만한 글입니다.
관련해서 앞으로 더 읽어볼만한 개념과 문헌을 메모해 둡니다.
Innate and Cultural Spatial Time: A Developmental Perspective
(https://doi.org/10.3389/fnhum.2017.00215)
시간이나 공간에 대한 관념이 생득적(innate)인가, 아니면 문화적(cultural)인가 하는 질문은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입니다.
이마누엘 칸트는 [순수이성비판]에서 시간과 관념을 '순수 직관 형식'으로 규정하고, 다른 관념들보다 더 우선적으로 순수이성 속에 내재한다는 이론을 전개했습니다만, 이것은 사변적인 철학 사유였을 뿐이고, 실증적이거나 과학적인 탐구의 결과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철학적 사유에서 논리적으로 시간과 공간을 가장 먼저 배치해야 할 것으로 보았으리라 평가할만합니다.
뇌신경과학 분야에서도 시간과 공간에 대한 탐구가 매우 활발합니다. 특히 기능성 자기공명영상장치(fMRI)라든가 여러 의학적 장비를 이용한 뇌신경과학 연구에서 시간-공간-수의 문제가 연구되어 왔습니다.
시간과 공간에 대한 관념이 생득적(innate)인가, 아니면 문화적(cultural)인가 하는 논쟁이 종결된 것은 아니지만, 여하간 21세기에 지배적인 접근 방법은 '생득적'이란 쪽에 비중을 더 두는 게 사실인 듯 합니다. 시간과 공간의 대한 관념을 사실상 날 때부터 타고나다시피 하는 것으로 보고, 뇌의 여러 부위들이 시간-공간 인지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신경세포들의 활성화가 어떤 방식으로 나타나는지 탐구하는 것이 지배적입니다.
문화적 차원에서 교육을 통해 시간과 공간을 배운다는 것은 좀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교육이나 문화가 있을 것 같지 않은 동물을 이용한 실험에서도 사실상 생득적으로 시간과 공간에 대한 관념을 가지고 있다고 믿을만한 좋은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 대신 이런 종류의 능력은 자연선택이나 기타의 방식으로 윗 세대로부터 대물림 받은 것이라고 보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염두에 둘만한 몇 가지 참고자료를 정리해 둡니다.
* 공간과 수의 반응코드 연합효과 (SNARC, spatial-numerical association of response codes)
: 숫자의 크기와 공간(오른쪽/왼쪽)의 인지가 연합되어 있다는 효과. 일반적으로 작은 수는 왼쪽에서 더 빨리 받아들이고 큰 수는 오른쪽에서 더 빨리 받아들임.
How Deep Is Your SNARC? Interactions Between Numerical Magnitude, Response Hands, and Reachability in Peripersonal Space
* 크기이론(ATOM) (A Theory of Magnitude)
: 시간, 공간, 수가 마루엽(두정엽)에서 연합적으로 인지된다는 이론. "더 먼저/더 나중", "더 가까이/더 멀리", "더 작은/더 큰", "더 빨리/더 느리게"
Vincent Walsh (2003)
A theory of magnitude: common cortical metrics of time, space and quantity
Domenica Bueti and Vincent Walsh (2009)
The parietal cortex and the representation of time, space, number and other magnitudes
* Stanislas Dehaene and Elizabeth Brannon eds. (2011)
Space, Time and Number in the Brain: Searching for the Foundations of Mathematical Thought
* Mario Bonato, Marco Zorzi, Carlo Umiltà (2012) When time is space: Evidence for a mental time line
https://doi.org/10.1016/j.neubiorev.2012.08.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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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키워 본 경험에 의하면 아이들을 양육하면서 가장 어려운 일 중의 하나가 시간 관념을 심어 주는 것이었습니다.
거의 끊임 없다시피 계속해서 시간을 일깨워 주어야 했거든요. 아마 저 뿐만 아니라 많은 부모님들이 자식들한테 제일 많이 하는 소리가 늦겠다, 서둘러라 등 일 것입니다.
이런 지난한 과정을 통한 사회화 과정을 통해서 비로서 자신이 속한 사회의 시간 체계에 적응해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과 같은 정교한 시계가 만들어 지기 전에는, 사람들의 시간 개념은 동 틀 때, 해가 중천에 떴을 때, 해가 넘어 갈 때 등으로 나타 났을 것입니다.
지금과 같은 시, 분, 초 등과 같은 시간 개념은 그것을 가리킬 시계가 만들어 지고 나서야 비로서 인간의 의식 속으로 들어 왔을 것입니다.
시간에 대한 관념도 사회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지 고유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공감합니다. 얼핏 보면 사회와 무관해 보이는 물리학적인 시간에 대한 관념도 실상 매일 해가 뜨고 지는 것, 별이 뜨고 지는 모습에서 만들어진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리학자/천문학자인 애덤 프랭크가 About Time: Cosmology and Culture at the Twilight of the Big Bang에서 대단히 흥미로운 방식으로 펼치고 있는 시간 이야기가 자연철학의 시간과 문화 속의 시간이 별개가 아님을 잘 보여줍니다. 이 책은 시간 연대기 - 현대 물리학이 말하는 시간의 모든 것이란 제목으로 한국어 번역판이 2015년에 나왔는데, 안타깝게도 지금은 품절이 되어 버렸습니다.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면 참 좋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애덤 프랭크의 책은 매우 독보적입니다. 머리말에 있는 구절을 가져와 보겠습니다.
"이 책은 두 가지 이야기를 한다. 이 둘은 너무 긴밀하게 얽혀 나눠질 수 없음에도, 이전에는 결코 함께 다뤄진 적이 없었다.나는이 두 가지 이야기에서 인류가 이제까지 상상하고 탐구했던 가장 웅대한 우주와 함께 우리의 가장 친밀하고 가장 개인적인 경험 세계, 다시 말해 인간 생활의 틀을 아우르고자 한다. 이 책은 우주의 시간과 인간의 시간을 다룬다."(12쪽)
"뉴턴의 과학적 발견을 바탕으로 인간의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던 산업혁명이 아마도 인간의 시간과 우주의 시간을 결속시킨 가장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1700년대를 지나면서, 인류는 뉴턴이 개척한 새롭고 보편적인 물리학 법칙들을 통해 하늘을 새롭게 이해하게 되었다. 이윽고 뉴턴역학은 과거 인류 문화가 만들어낸 것과 확연히 다른 기계시대의 청사진이 되어, 성공적인 산업화의 토대를 마련했다. 생산 효율을 높이기 위해 노동자들이 출근 도장을 찍으며 공장으로 줄지어 들어갈 때, 이들의 새로운 생활은 행성들이 중력법칙과 운동법칙에 따라 시계처럼 궤도운동을 하는 우주를 반영했다. 인간의 시간과 우주의 시간은 짝을 이루며 서로를 변화시켜왔다. 우주의 시간과 인간의 시간은 언제나 긴밀하게 서로 얽혀, 완벽하게 분리될 수 있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15쪽)
프리츠 랑의 <메트로폴리스>(1927)의 첫 장면이 떠오르는 구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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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집에 이 책 있어요.
사실 제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 순전히 이 책 때문입니다ㅎㅎ
예, 이 책 참 좋은 책입니다. 절판되기 전에 구입하셨군요. ^^
그런데 아무래도 물리학자/천문학자가 쓴 책이다 보니, 서문에서 말하고 있는 것과 달리, 실상 사회적-문화적 시간보다는 물리적-자연적 시간 이야기가 훨씬 많아서, 조금 실망하기도 했습니다.
지구의 시간은 태양과 관계 있습니다.
태양과의 거리에 따라 태양계의 다른 행성들은 다른 시간 주기를 가질 것입니다.
태앙계가 아닌 다른 곳에 있는 행성들의 시간대는 말 할 필요도 없을 테고요.
그렇다면 태양과 같은 별의 행성이 아닌 다른 천체들, 더 나아가 우주 공간에는 시간이라는 것이 존재할까요?
공간이 시간이라면 시간이 존재해야 하겠지만,
그것이 우리 인간의 의식 속에 있는 시간 관념과 같은 것일까? 하는 의문이 있습니다.
시간 개념은 이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 재단사가 자를 사용하듯이 고안해 낸 "장치 " 라는 생각입니다^^
매우 중요한 지적이라 생각합니다. 17세기 영국에 살았던 아이작 뉴턴이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를 쓰면서 우주 어디에서도 동일한 시간을 제시합니다. 태양계나 지구나 영국에 국한되지 않는 말 그대로 우주 어디에서나 보편적으로 흘러가는 시간이었습니다.
"절대적이고 참되며 수학적인 시간: 그 본성으로부터 외부의 어떤 것과도 관계를 맺지 않고 똑같이 흘러가며, 따라서 그 어떤 변화나 시간을 측정하는 방법(가령 시, 일, 월, 년)과 무관하다."
"Absolute, true, and mathematical time, from its own nature, passes equably without relation to anything external, and thus without reference to any change or way of measuring of time (e.g., the hour, day, month, or year)."
(참고: Newton’s Views on Space, Time, and Motion)
아인슈타인은 바로 이 절대시간이 존재하지 않음을 설파한 것이었습니다. 시간이란 다름 아니라 시계로 재는 것임을 확립한 겁니다. 월든님의 생각을 조금 변주하면, 시간 개념이 재단사의 자와 같은 '장치'이기도 하지만 결국 또 다른 '장치'인 시계가 말해 주는 것이 바로 시간 개념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