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뢰딩거의 파동역학
1926년 1월 27일에 베를린에서 발간되던 학술지 [물리학 연보](Annalen der Physik)는 취리히 대학의 이론물리학 교수인 에르빈 슈뢰딩거(Erwin Schödinger, 1887-1961)가 제출한 논문 한 편을 받았다. 같은 해 3월 13일에 [물리학 연보]에 실린 그 논문의 제목은 “고유값 문제로서의 양자화. 제1부”였다.
슈뢰딩거는 이후 “고유값 문제로서의 양자화. 제4부”를 비롯한 일련의 논문들을 통해, 지금 우리가 ‘파동역학’이라고 부르는 새로운 이론을 전 세계의 물리학자들에게 널리 알렸다. 이 이론은 1925년에 선보였던 하이젠베르크(Werner Heisenberg, 1901-1976), 보른(Max Born 1882-1970), 요르단(Pascual Jordan 1902-1980)의 ‘행렬역학’(Matrizenmechanik)과 함께 이른바 ‘양자역학’의 가장 중요한 형식 중 하나가 되었다.
슈뢰딩거가 1933년 노벨물리학상을 받게 된 가장 큰 업적은 1925년 겨울에 아로사(Arosa)에서 보낸 두 주 동안의 크리스마스 휴가 때 이루어졌다. 슈뢰딩거는 밤잠도 제대로 안 자고 담배연기 가득한 방 안에서 쉴새없이 논문을 써 나갔다. 물론, 이미 오랫동안 정리해 온 연구노트가 있었기 때문에 논문을 써 나가는 작업은 순조로왔다. 이 연구노트의 발단은 취리히 대학에서 슈뢰딩거가 발표했던 한 강연이었다.
1924년 프랑스의 드브로이(Louis de Broglie)는 보어(Niels Bohr)의 원자모형을 설명하기 위해 모든 물질은 파동이며, 그 파장은 운동량에 반비례한다는 물질파 가설을 박사학위논문으로 제출했다.
아인슈타인을 통해 드브로이의 박사학위논문을 입수한 슈뢰딩거는 이 새로운 가설을 취리히 대학의 한 콜로키움에서 다른 물리학자들에게 소개했다. 강연을 듣고 있던 드바이(Peter Debye)가 대뜸 질문했다. “물질이 모두 파동이라면, 그 파동을 기술하는 파동방정식은 뭐죠?” 파동방정식이 없는 파동은 마치 야구장도 야구선수도 없는 허허벌판에 덩그마니 놓여 있는 야구공 마냥 막연한 것임을 당시의 물리학자들은 잘 알고 있었다. “저도 물론 그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 어느 정도 생각에 가닥이 잡히고 있습니다. 곧 그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라고 슈뢰딩거는 대답했다. 그 뒤 몇 달이 채 지나지 않아 ‘파동역학’이라는 새로운 역학이론의 전체 틀이 발표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고유값 문제’로서의 양자화란 무엇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고유값 문제’가 무엇인지를 먼저 알아야 할 것이다. 1924년 쿠랑(Richard Courant)과 힐버트(David Hilbert)는 [수리물리학의 방법 Methoden der mathematischen Physik]이라는 책을 냈는데, 이는 물리학의 여러 문제들을 미분방정식으로 나타내고 그 풀이를 해설한 것이었다. 물리현상에 관한 법칙 중 상당수는 우리가 관심을 갖는 물리량과 그 물리량이 변화하는 척도(변화율)들 사이의 관계가 어떠한지를 말해 준다. 이것은 수학적으로 보면 어떤 함수와 그 함수의 도함수들 사이의 관계와 같으며, 이렇게 함수와 그 도함수들 사이의 관계가 주어져 있을 때 함수를 구하는 문제가 바로 미분방정식이다. 뉴턴 방정식도 시간이 독립변수이고 위치가 종속변수인 함수에 대한 미분방정식이다.
쿠랑과 힐버트는 당시까지 알려져 있던 모든 미분방정식을 분류하기 위해, 스튀름-류비유(Sturm-Liouville) 이론을 써서, 방정식에 포함되어 있는 어떤 숫자가 풀이를 분류하는 중요한 기준이 됨을 밝혔는데, 바로 이 숫자가 그 방정식의 고유값이다. 이 때, 미분방정식의 풀이 중에서 그 고유값에 대응하는 것을 고유함수라 한다. 예를 들어 $$\frac{d^2}{dx^2} \sin ax = -a^2 \sin ax$$라는 식은 $$\frac{d^2}{dx^2} f(x) = k f(x)$$와 같은 미분방정식의 풀이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이 미분방정식의 고유값은 $k=-a^2$이고 그에 해당하는 고유함수는 $\sin ax$이다.
슈뢰딩거는 드브로이의 물질파에 대한 파동방정식을 $$ \nabla^2 \psi (x, y, z) + \frac{8\pi^2 m}{h^2}\left[ E-U(x, y, z)\right] \psi(x, y, z)=0$$과 같은 꼴로 썼는데, 여기에서 $E$의 값이 바로 이 파동방정식의 고유값이 된다. 얼핏 복잡해 보이지만, 이 식은 관심있는 대상의 해밀토니안을 $\hat{H}$라 할 때, $\hat{H}\psi = E\psi$이라는 고유값문제를 상세하게 쓴 것에 지나지 않는다.
슈뢰딩거의 파동역학은 하이젠베르크-파울리-요르단의 행렬역학보다 훨씬 급격하게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행렬이라는 추상적인 수학은 아직 물리학자들에게 그리 익숙하지 않았지만, 미분방정식은 당시의 물리학자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방법이었기 때문이었다.
가장 먼저 풀린 문제는 위치에너지가 평형점으로부터의 거리의 제곱에 비례하는 1차원 어울림떨개(조화진동) 문제였다. 슈뢰딩거는 양자 어울림 떨개의 에너지가 $$E_n = h\nu_0 (n+\frac{1}{2})\quad (n=0, 1, 2, \cdots)$$와 같이 됨을 밝혔다. 여기에서 $h$와 $\nu_0$은 각각 플랑크 상수와 어울림떨개의 기본진동수이다. 어울림떨개는 고전역학에서도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였는데, 슈뢰딩거의 결과는 매우 고무적인 것이었다.
그 다음에 파동역학으로 풀린 문제는 위치에너지가 거리에 반비례하는 경우인 수소원자 문제였다. 슈뢰딩거는 자신의 방정식을 풀어서 수소원자가 가질 수 있는 에너지는 $$E_n = -\frac{2\pi^2 m_e e^4}{h^2}\frac{1}{n^2}=(-13.6\mbox{eV})\frac{1}{n^2}\quad (n=1, 2, 3, \cdots)$$와 같이 띄엄띄엄 떨어져 있음을 밝혔다. 여기에서 $m_e$와 $e$는 각각 전자의 질량, 전자의 전하량이다. 이 결과는 보어의 원자모형으로부터 나온 이전의 결과와 정확히 일치했다. 속속들이 다른 문제들이 차근차근 풀려나갔다.
행렬역학은 탁월하고 엄밀한 이론이었지만, 실제 문제를 풀기에는 매우 불편했다. 어울림떨개 문제가 풀렸고, 아주 힘들게 수소원자 문제가 풀린 정도였다. 행렬역학은 물리량을 행렬로 나타낸 뒤에, 이 행렬을 대각화하는 방법을 사용하여, 물리량이 가질 수 있는 값을 구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었다. 슈뢰딩거의 파동역학에서는 파동방정식이 정확히 풀리지 않는 경우에는 문제를 접근하기 힘들어 보였지만, 곧 건드림 어림(攝動近似, perturbative approximation) 이론이 연구되면서, 알려져 있는 문제를 이용해서 새로운 문제의 어림풀이를 구하는 방법이 개발되자 점점 더 파동역학의 적용 폭이 넓어져 갔다.
그렇다면, 파동역학과 행렬역학 사이의 관계는 무엇일까? 어떤 사람은 당시에 아인슈타인이 “이제까지 우리는 제대로 된 양자이론을 전혀 갖고 있지 않았는데, 갑자기 두 개의 전혀 다른 이론이 나타났습니다. 겉보기에 이 두 이론은 서로 상반된 이론인 것처럼 보입니다.”라고 말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다행히도 곧 슈뢰딩거, 파울리, 디랙, 에커트(Carl Eckert) 등이 두 이론이 정확히 같은 이론임을 증명해 냄으로써, 명실공히 새로운 양자역학의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원자이론에서 가장 관심을 끌던 문제는 제만 효과(Zeeman effect)와 슈타르크 효과(Start effect)였다. 수소기체를 진공관에 넣고 에너지를 주었을 때 수소원자에서 나오는 빛의 스펙트럼이 띄엄띄엄 떨어져 있다는 것은 19세기부터 잘 알려져 있었지만, 자기장 속에서 그 선이 여러 가닥으로 쪼개진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은 1897년 네덜란드의 제만(Pieter Zeeman)이었고, 마찬가지로 전기장 속에서 스펙트럼 선이 여러 갈래로 나뉘는 슈타르크 효과는 1913년에야 발견되었다. 초기양자이론인 보어-조머펠트(Bohr-Sommerfeld) 이론으로는 이 효과를 제대로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었다. 더욱 악명 높았던 것은 헬륨원자였다. 관측결과에 따르면, 헬륨원자의 에너지 수준은 두 종류로 나뉘어지며, 한 쪽에서 다른 쪽으로 빛을 내며 옮겨가는 일이 있을 수 없음이 알려져 있었다. 보어-조머펠트 이론으로는 이를 도무지 설명할 수 없었다.
행렬역학과 파동역학을 통해 악명높은 헬륨원자 문제도 깨끗하게 풀렸고, 승승장구 제만 효과, 슈타르크 효과 등이 해명되었다. 원자번호에 따라 원소들을 배열한 주기율표도 양자역학으로 그 구조와 성격이 분명해졌다. 1921년 슈테른(Otto Stern)과 게를라흐(Walter Gerlach)는 균일하지 않은 자기장을 통과한 전자빔이 정확히 두 갈래로 갈라지는 현상을 발견했다. 1925년 울렌벡(George E. Uhlenbeck)과 하우트스미트(Sam A. Goudsmit)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스핀 각운동량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는데, 파울리는 배타원리를 써서 새로운 양자역학의 틀 안에 스핀 각운동량이 매우 자연스럽게 도입됨을 밝혔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원자 주변의 전자는 마치 양파껍질처럼 흩어져 있다. 맨 밑바닥의 껍질(K껍질)에는 두 개의 자리가 있고, 다음 껍질(L껍질)에는 8개의 자리가, 다음 껍질(M껍질)에는 18개의 자리가 있다. 예를 들어 나트륨 원자에는 전자가 모두 11개(원자번호 11) 있다. 나트륨 원자가 바닥상태에 있다면, 파울리의 배타원리에 따라, 맨 밑바닥에 둘, 그 다음에 8개의 전자가 있게 되고, 마지막 전자는 셋째 껍질에 있게 된다. 그래서 나트륨원자는 더 자유로운 전자(맨바깥껍질의 전자, 최외각전자)가 하나이며, 이 하나가 떨어져 나가면 +1가의 이온이 된다. 이렇게 맨바깥껍질의 전자의 수에 따라 화학적 성질이 결정되기 때문에 이를 족(family)으로 분류하면, 여덟 족의 화학원소 분류가 가능해지며, 이를 체계적으로 배열한 것이 바로 주기율표이다. 보어는 초기양자이론(보어-조머펠트 이론)과 실험과 물리학자의 직관에 의거하여 아직 파울리의 배타원리(1925)가 등장하기 이전에 이미 주기율표를 설명했다. 보어는 자신의 원자구조에 대한 모형을 바탕으로 란타늄 계열의 희토류 원소들이 더 존재함을 예측했고, 당시 사람들의 믿음과 달리 희토류는 원자번호 71번인 Cassiopeium(지금은 Lutetium으로 불림)으로 끝이고, 원자번호 72번인 원소는 희토류와는 달리 오히려 Zirconium과 같은 성질을 갖는 것이어야 함을 주장했다. 이 원소는 코펜하겐에 있던 헤베시(G. Hevesy)와 코스터(D. Coster)의 손으로 발견되었고, 1923년 1월 10일에 출판된 논문에서 이들은 지르코늄을 닮은 이 새로운 원소를 코펜하겐의 다른 이름인 Hafniae를 따서 Hafnium이라고 명명하였다. 보어는 이 새로운 원소의 발견소식을 노벨상을 수상하러 스톡홀름에 있을 때에 들었다.
하이틀러(Walter Heitler)와 론돈(Fritz London)은 처음으로 화학결합의 양자이론을 완성했다. 수소분자를 비롯해서 원자들의 공유결합과 이론결합의 성질이 분명하게 밝혀졌다. 폴링(Linus Pauling)은 양자이론을 여러 화학이론에 적용하여, 화학의 양자혁명을 일으켰다. 전통적인 분야도 여전히 활발히 연구되고 있긴 했지만, 화학은 양자역학을 통해 새로운 시대를 맞았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다만, 전자가 여럿 있을 때에는 전자가 하나 있을 때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현상이 많이 나타나기 때문에, “많아지면 달라진다(more is different).” 1930년대 이후에 물리학의 발전은 고체와 같은 응집물질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현상을 양자역학을 써서 이해하는 쪽으로 진행되었다. 수없이 많은 물질을 다루는 화학에서는 양자역학을 응용하는 것만으로는 도무지 설명하기 힘든 으로 환원되지 않는 많은 재미있는 현상을 보여준다.
양자역학이 고고지성을 울리며 태어난 직후 쌍둥이 동생인 양자장이론이 1928년 함께 태어났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폴 디랙은 하이젠베르크, 파울리, 요르단, 슈뢰딩거와 독립적으로 변환이론을 써서 양자역학을 정식화했다. 디랙은 곧 광전효과나 전자기장이 관련되어 있는 현상에 관한 이론을 발전시켰다. 이를 양자전기역학(quantum electrodynamics, QED)이라 한다. 양자전기역학은 전자기학의 양자이론이며, 특수상대성이론과 양자이론을 결합시킨 이론이라 할 수 있다. 양자전기역학이 탄생할 무렵에 세상에 알려져 있던 기본입자는 전자와 양성자와 빛알(光子, photon) 뿐이었지만, 곧 양전자를 비롯해서 대단히 많은 기본입자들이 발견되었다. 현대 입자물리학의 표준모형에서는 기본입자를 쿼크(quark)와 렙톤(lepton)으로 본다. 쿼크는 up, down, strange, charm, bottom, top 이렇게 여섯 가지가 있고, 각각 3가지 색깔을 띠고 있다. 렙톤은 전자, 뮤온, 타우 렙톤과 세 가지의 중성미자로 되어 있다. 쿼크와 렙톤의 상호작용을 기술하는 이론은 양자장이론의 형식을 띤다. 양자역학은 비상대론적 극한에서 적용된 양자장이론이라 할 수 있다.
물리학은 에너지의 수준 또는 대상의 크기에 따라 원자물리, 원자핵물리, 입자물리로 크게 대별할 수 있다. 가장 에너지가 높고 크기가 가장 작은 대상인 기본입자에 대해서는 양자장이론이, 원자에 대해서는 양자역학이 적용된다면, 원자핵물리에서는 이 두 이론이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변형되거나 선택되어 적용된다. 원자핵에서는 원자물리에서처럼 원자핵을 껍질로 보기도 하고 물방울 비슷한 것으로 보기도 하며, 쿼크들의 모임에 대해 양자장이론을 사용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원자스펙트럼을 설명하기 위해 제안된 양자가설이 1925년 무렵에는 양자역학의 탄생으로 이어졌고, 이제는 원자, 응집물리, 원자핵, 기본입자에 두루 적용되는 보편이론으로 부쩍 성장한 셈이다. 아인슈타인은 “신은 주사위를 던지지 않는다”며 끝까지 양자역학에 의심을 품었지만, 적어도 “모든 실제적인 목적에 대해서”(for all practical purpose, FAPP) 양자이론은 물리학의 황제이론이 되었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최근에는 양자 홀 효과(quantum Hall effect)라든가 고온초전도체라든가 양자중력이론과 같은 문제들이 양자이론에서 주된 과제가 되고 있는데, 아마도 한동안은 양자이론의 전성시대가 계속되리라는 것이 물리학자들의 믿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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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아주 오래 전(20년쯤 전)에 과학동아에 실었던 글입니다. 코로나가 막 시작될 무렵 오래 전의 글을 여기에 올렸었는데, 지금 다시 보니 좀 과장되고 좀 불친절하고 좀 부정확한 글이어서 부끄러워집니다. 그래도 장회익 선생님의 자연철학을 살피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쿼크는 up, down, strange, charm, bottom, top 이렇게 여섯 가지가 있고, 각각 3가지 색깔을 띠고 있다."-> 이 문장에서 '색깔을 띠고 있다'라는 게 무슨 말인가요? 측정 가능한 색깔인가요?
역시 예리하게 이 오래된 글의 문제점을 지적해 내시는군요. 그 한 문장을 가지고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데, 너무 짧고 간단하게 써 버렸던 게 문제입니다.
여기에서 "색깔을 띠고 있다"라는 표현은 양자색역학(QCD, Quantum Chromodynamics)을 가리킵니다. 1964-5년에 오스카 그린버그, 한무영, 남부 요이치로 등의 물리학자가 제안한 이론입니다. 1963년에 머레이 겔만과 조지 즈와이그가 쿼크모형을 발표한 게 1964년이니까 거의 같은 시기입니다.
겔만-즈와이그 모형에서는 up, down, strange 세 가지가 쿼크의 기본 속성으로 제시된 반면, 그린버그와 한-남무 모형에서는 그냥 세 가지 속성이 별도로 존재한다고 제시되었습니다.
1971년 무렵에 가서야 이 별도의 세 가지 속성에 '색(color)'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실제 눈으로 보는 색과는 아무 상관이 없고, 단지 세 가지 요소로 합성되는 것이 R, G, B 이 세 가지 색으로 온갖 색을 만들어내는 것과 비슷하다는 뜻에서 그냥 '색'이라 불렀던 것입니다. 그 전의 up, down, strange 세 가지는 '맛(flavor)'이라 부르게 되었는데, 이후 세 가지가 더 추가되어 '맛'은 모두 여섯 가지가 되었습니다.
전문가의 자곤으로 말하자면, 한-남부 모형에서는 $SU(3)' \times SU(3)''$과 같이 표현되었는데, 그냥 추가적으로 세 가지 속성이 있다는 의미였습니다. 나중에 쿼크 모형은 전기약력으로 확장되어 $SU(2)\times U(1)$이라는 대칭군으로 표현된 반면, 쿼크의 색 역학은 $SU(3)_C$라는 추가적인 대칭군으로 표현됩니다. 이를 합하면 $SU(3)_C \times SU(2)\times U(1)$과 같이 뭔가 있어 보이는 표현이 가능해집니다. 이것이 현대 입자물리학의 표준모형입니다.
위키피디어의 Color Charge에서 더 상세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림도 예쁜 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