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이면 Ψ 였을까?"
작성자
자연사랑
작성일
2020-05-07 07:04
조회
4203
양자역학 또는 양자이론을 처음 만날 때 여러 낯선 것 중 하나로 갑자기 어디에서나 그리스 문자 '프시 $\Psi$'를 들 수 있습니다. 현대의 그리스 문자는 모두 24개인데, 그 중 23번째입니다.
슈뢰딩거가 1926년에 발표한 "고유값 문제로서의 양자화" 연작논문에서 그 유명한 슈뢰딩거 방정식이 처음 제안되었습니다. 지금 정립된 표기법으로 쓰면 다음과 같은 모습이 됩니다.
$$ i\hbar \frac{\partial \Psi}{\partial t} + \frac{\hbar^2}{2m}\left(\frac{\partial^2 \Psi}{\partial x^2}+\frac{\partial^2 \Psi}{\partial y^2}+\frac{\partial^2 \Psi}{\partial z^2}\right) - V(x, y, z) \Psi = 0 $$
그런데 왜 여러 문자 중에서 하필 '파동함수' 내지 '상태함수'를 그리스 문자 '프시'($\Psi$)로 나타내게 되었을까요?
답은 아주 간단합니다. 1924년에 나온 수학 책 덕분입니다. 괴팅겐 대학에 재직하고 있던 저명한 수학자 다비트 힐버트(힐베르트)[David Hilbert]와 리하르트 쿠랑(Richard Courant)은 1924년에 [수리물리학의 방법들]이란 책을 냈습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Methoden_der_mathematischen_Physik
이 책은 말 그대로 물리학에서 사용되는 수학적 방법을 체계적으로 모아 놓은 것입니다. 요즘도 물리학과에서는 학부 2학년 무렵부터 이 '수리물리'라는 교과목을 1년 정도 수강하게 되어 있고 그 이후도 줄곧 수리물리학을 떠나지 못합니다.
제가 대학에서 '수리물리'를 수강할 때 부교재가 바로 이 힐버트-쿠랑의 책이었습니다. 이런 고전을 교과서로 선정하는 안목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됩니다.
힐버트-쿠랑의 책은 대략 말하면 물리학에서 사용되는 수학적 방법을 집대성하긴 했지만 그래도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편미분 방정식의 여러 가지 풀이법과 표준적인 풀이들을 정리하는 일이었습니다.
여기에서 함수 이름으로 주로 사용된 것이 그리스 문자입니다. 물론 그 전에도 그리스문자는 수학자나 물리학자가 즐겨 사용하는 것이긴 했지만, 힐버트-쿠랑의 책은 그것을 표준으로 만들어 버린 셈입니다. 그 책이 나온 지 2년 뒤에 바로 나온 슈뢰딩거의 논문은 줄곧 그 책의 주요 내용들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힐버트-쿠랑의 책에 있는 기호를 굳이 다른 것으로 바꿀 이유가 없었고, 자연스럽게 그리스 문자 '프시'가 슈뢰딩거 방정식에서 사용되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얄궂게도 '마음' 내지 '정신'을 의미하는 그리스어가 '프쉬케(psyche, ψυχή)'이고, 삼지창을 닮은 그리스 문자가 좀 신비하게 느껴졌는지, 이 문자를 가지고 신비주의적으로 해석하는 일이 1970년대 미국 대학가에서 광범위하게 일어났습니다. 한국어로는 '신과학 운동'이라 하는 New Age Science입니다. 여기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주제가 바로 동양사상과 현대물리학(특히 양자역학)의 만남이었습니다. 동양사상이란 주로 인도의 고전철학과 명상을 가리킵니다.
"왜 하필이면 Ψ 였을까?" 하는 생각을 새삼 다시 해 보게 됩니다.
슈뢰딩거가 1926년에 발표한 "고유값 문제로서의 양자화" 연작논문에서 그 유명한 슈뢰딩거 방정식이 처음 제안되었습니다. 지금 정립된 표기법으로 쓰면 다음과 같은 모습이 됩니다.
$$ i\hbar \frac{\partial \Psi}{\partial t} + \frac{\hbar^2}{2m}\left(\frac{\partial^2 \Psi}{\partial x^2}+\frac{\partial^2 \Psi}{\partial y^2}+\frac{\partial^2 \Psi}{\partial z^2}\right) - V(x, y, z) \Psi = 0 $$
그런데 왜 여러 문자 중에서 하필 '파동함수' 내지 '상태함수'를 그리스 문자 '프시'($\Psi$)로 나타내게 되었을까요?
답은 아주 간단합니다. 1924년에 나온 수학 책 덕분입니다. 괴팅겐 대학에 재직하고 있던 저명한 수학자 다비트 힐버트(힐베르트)[David Hilbert]와 리하르트 쿠랑(Richard Courant)은 1924년에 [수리물리학의 방법들]이란 책을 냈습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Methoden_der_mathematischen_Physik
이 책은 말 그대로 물리학에서 사용되는 수학적 방법을 체계적으로 모아 놓은 것입니다. 요즘도 물리학과에서는 학부 2학년 무렵부터 이 '수리물리'라는 교과목을 1년 정도 수강하게 되어 있고 그 이후도 줄곧 수리물리학을 떠나지 못합니다.
제가 대학에서 '수리물리'를 수강할 때 부교재가 바로 이 힐버트-쿠랑의 책이었습니다. 이런 고전을 교과서로 선정하는 안목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됩니다.
힐버트-쿠랑의 책은 대략 말하면 물리학에서 사용되는 수학적 방법을 집대성하긴 했지만 그래도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편미분 방정식의 여러 가지 풀이법과 표준적인 풀이들을 정리하는 일이었습니다.
여기에서 함수 이름으로 주로 사용된 것이 그리스 문자입니다. 물론 그 전에도 그리스문자는 수학자나 물리학자가 즐겨 사용하는 것이긴 했지만, 힐버트-쿠랑의 책은 그것을 표준으로 만들어 버린 셈입니다. 그 책이 나온 지 2년 뒤에 바로 나온 슈뢰딩거의 논문은 줄곧 그 책의 주요 내용들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힐버트-쿠랑의 책에 있는 기호를 굳이 다른 것으로 바꿀 이유가 없었고, 자연스럽게 그리스 문자 '프시'가 슈뢰딩거 방정식에서 사용되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얄궂게도 '마음' 내지 '정신'을 의미하는 그리스어가 '프쉬케(psyche, ψυχή)'이고, 삼지창을 닮은 그리스 문자가 좀 신비하게 느껴졌는지, 이 문자를 가지고 신비주의적으로 해석하는 일이 1970년대 미국 대학가에서 광범위하게 일어났습니다. 한국어로는 '신과학 운동'이라 하는 New Age Science입니다. 여기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주제가 바로 동양사상과 현대물리학(특히 양자역학)의 만남이었습니다. 동양사상이란 주로 인도의 고전철학과 명상을 가리킵니다.
"왜 하필이면 Ψ 였을까?" 하는 생각을 새삼 다시 해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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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오~ 그렇군요. 전 다른 주요한 수식에 쓰인 적이 없는 안 흔한 그리스 문자 중 하나로 Ψ를 쓰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해봤는데, 체계적인 표준 방법이 있었군요.
"다른 수식에 쓰인 적 없는 안 흔한 그리스 문자" 맞습니다.
편미분방정식을 풀기 위한 변수분리방법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여러 독립변수들의 함수이지만, 여하간 각각의 함수들의 곱이라고 가정하여 푸는 겁니다. 이 때 소문자 대문자를 섞어 쓰는 경우가 흔합니다.
\begin{align}
\Psi (x , y, z, t) &= X(x) Y(y) Z(z) T(t) \\
\Psi (r, \theta, \phi, t) &= R(r) \Theta (\theta) \Phi (\phi) T(t) \\
\Psi (\rho, \phi, z, t) &= P(\rho) \Phi (\phi) Z(z) T(t)
\end{align}
과 같은 식입니다. 그러다 보니 로마자 알파벳 26개로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안 흔한 그리스 문자들" 중에서 골라서 씁니다. 기왕이면 로마자와 모양이 다른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xi$, $\eta$, $\zeta$, $\chi$ 같은 문자들이 사용됩니다. 그러니까, "다른 수식에 쓰인 적 없는 안 흔한 그리스 문자"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