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동함수, 확률, 상태함수
작성자
자연사랑
작성일
2020-03-15 10:02
조회
4429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 206-207쪽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습니다.
파동이 아니라 확률인가 하는 물음은 쉽게 답하기 어려운 문제이기도 합니다.
[물질파 (드브로이) --> 파동역학과 파동방정식 (슈뢰딩거) --> 확률 (보른) --> 상태함수]라는 흐름 중에서 장회익 선생님의 강조는 '상태함수'에 있습니다. 예측적 앎이라는 것을 전체적인 틀 안에 두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양자역학의 표준적인 형식체계에서는 당연히 "파동이 아니라 확률"이라고 말해도 안전하고 정확합니다.
아래 그림은 수소원자의 파동함수로부터 계산한 확률밀도함수입니다.
(그림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Quantum_state)
양자역학을 제대로 이해하려고 하면, 여기에서 멈추어서는 안 됩니다. 이제 '상태함수'라는 더 윗 단계로 올라가야 합니다.
위에서 [확률 --> 상태함수]로 개념을 확장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 이유는 상태함수라고 이름을 붙이려면 그것이 과연 예측적 앎의 기초가 될 수 있을지 보장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요상한 함수에다 이름만 갖다 붙인다고 해서 문득 '상태'를 제대로 다 말해 주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의미에서 "점차 이것은 ... 서술하려는 대상의 '상태'를 나타내는 것임이 밝혀지기에 이르렀고.."라는 표현은 상당히 많은 내용과 주장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심각하게 짚은 것이 바로 그레테 헤르만이었습니다.
하이젠베르크와 그레테 헤르만의 대화
1932년에 너이만 야노시(요한 폰노이만)이 [양자역학의 수학적 기초]라는 제목의 책을 내면서 양자역학을 어떻게 수학언어로 서술할지 깔끔하게 정리했는데, 그 중 한 장이 바로 "양자역학에서 숨은 변수가 가능하지 않다는 증명"이었습니다. 이는 곧 양자역학에서 말하는 상태함수로 대상의 상태를 온전히 다 말해 줄 수 있다는 증명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레테 헤르만은 바로 이듬해에 그 증명이 틀렸거나 증명에 사용된 전제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점을 해명하는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 논문은 1960년대까지 거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양자역학에 나오는 그 이상한 $\Psi$ 함수가 상태함수로서, 대상의 상태를 온전히 담고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입니다. (추가: 즉 상태함수로 충분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숨은 변수 이론이 아직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다른 글에서 조금 소개한 드브로이의 파일럿 파동 이론이 바로 대표적인 숨은 변수 이론입니다.
여하간,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은 숨은 변수 이론의 문제를 일단 제쳐 두고 나면, 양자역학이라는 새로운 종류의 자연철학은 예측적 앎에서 상태함수라는 방식을 들고 나오는 독특한 접근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상태함수'라는 말 대신 더 널리 사용되는 용어는 '상태 벡터'입니다. 문득 상대성이론에서 꽤 상세하게 이야기되었던 3-벡터와 4-벡터의 악몽이 떠오르실 수도 있겠습니다.
예, 맞습니다. 그 벡터와 이 상태 벡터는 같은 종류입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합니다. 다만, 이렇게 가기 시작하면 더 복잡하게 될 터라,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에서 추구하는 방향과 엇나갈 우려가 큽니다. 이 내용은 따로 독립된 글로 올리겠습니다.
"슈뢰딩거가 제시하고 있는 새 방정식은 드브로이가 제안한 파동을 서술하는 것이기에 '파동방정식'이라고도 부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드브로이가 말한 이른바 '물질파'가 무엇인지를 해명한 것은 아니었다. [...]
이것이 수면 위의 파동이나 음파와 같이 실제로 시공간을 점유하는 물질의 파동이 아님은 곧 확실해졌다. [...]
이것이 대상 입자가 시공간 안에서 관측될 확률과 관련되는 것으로 해석되기는 했으나, [...] 여전히 그러한 확률을 제공하는 파동 그 자체가 무엇인지에 대한 합의는 쉽게 얻어지지 못했다. [...]
이것은 물질의 분포나 그 확률을 직접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서술하려는 대상의 '상태'를 나타내는 것임이 밝혀지기에 이르렀고, 따라서 이것을 대상의 '상태함수'라 부르게 되었다."
파동이 아니라 확률인가 하는 물음은 쉽게 답하기 어려운 문제이기도 합니다.
[물질파 (드브로이) --> 파동역학과 파동방정식 (슈뢰딩거) --> 확률 (보른) --> 상태함수]라는 흐름 중에서 장회익 선생님의 강조는 '상태함수'에 있습니다. 예측적 앎이라는 것을 전체적인 틀 안에 두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양자역학의 표준적인 형식체계에서는 당연히 "파동이 아니라 확률"이라고 말해도 안전하고 정확합니다.
아래 그림은 수소원자의 파동함수로부터 계산한 확률밀도함수입니다.
(그림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Quantum_state)
양자역학을 제대로 이해하려고 하면, 여기에서 멈추어서는 안 됩니다. 이제 '상태함수'라는 더 윗 단계로 올라가야 합니다.
위에서 [확률 --> 상태함수]로 개념을 확장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 이유는 상태함수라고 이름을 붙이려면 그것이 과연 예측적 앎의 기초가 될 수 있을지 보장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요상한 함수에다 이름만 갖다 붙인다고 해서 문득 '상태'를 제대로 다 말해 주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의미에서 "점차 이것은 ... 서술하려는 대상의 '상태'를 나타내는 것임이 밝혀지기에 이르렀고.."라는 표현은 상당히 많은 내용과 주장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심각하게 짚은 것이 바로 그레테 헤르만이었습니다.
하이젠베르크와 그레테 헤르만의 대화
1932년에 너이만 야노시(요한 폰노이만)이 [양자역학의 수학적 기초]라는 제목의 책을 내면서 양자역학을 어떻게 수학언어로 서술할지 깔끔하게 정리했는데, 그 중 한 장이 바로 "양자역학에서 숨은 변수가 가능하지 않다는 증명"이었습니다. 이는 곧 양자역학에서 말하는 상태함수로 대상의 상태를 온전히 다 말해 줄 수 있다는 증명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레테 헤르만은 바로 이듬해에 그 증명이 틀렸거나 증명에 사용된 전제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점을 해명하는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 논문은 1960년대까지 거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양자역학에 나오는 그 이상한 $\Psi$ 함수가 상태함수로서, 대상의 상태를 온전히 담고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입니다. (추가: 즉 상태함수로 충분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숨은 변수 이론이 아직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다른 글에서 조금 소개한 드브로이의 파일럿 파동 이론이 바로 대표적인 숨은 변수 이론입니다.
여하간,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은 숨은 변수 이론의 문제를 일단 제쳐 두고 나면, 양자역학이라는 새로운 종류의 자연철학은 예측적 앎에서 상태함수라는 방식을 들고 나오는 독특한 접근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상태함수'라는 말 대신 더 널리 사용되는 용어는 '상태 벡터'입니다. 문득 상대성이론에서 꽤 상세하게 이야기되었던 3-벡터와 4-벡터의 악몽이 떠오르실 수도 있겠습니다.
예, 맞습니다. 그 벡터와 이 상태 벡터는 같은 종류입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합니다. 다만, 이렇게 가기 시작하면 더 복잡하게 될 터라,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에서 추구하는 방향과 엇나갈 우려가 큽니다. 이 내용은 따로 독립된 글로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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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글은 '숨은 변수 이론'인가요? 이 이론은 이름도 낯설지만, 들을 때 마다 알 것 같다가도 전혀 모르겠습니다.
아닙니다. 따로 독립된 글이라 부른 것은 #127번 글입니다. 상태함수가 사실 더 크게 보면 상태 벡터의 일종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숨은 변수 이론을 따로 다루기 시작하면 아주 심각해질 수 있기 때문에, 그리로 가는 길은 피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단지 1930년대에 그레테 헤르만이 그런 문제를 진지하게 다루었다는 것을 언급하면 족하리라 봅니다.
숨은 변수 이론이라 부르는 것이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닙니다. 주사위를 던질 때 확률 1/6밖에 모르는 것은 주사위의 정확한 각도나 가해지는 힘이나 등등을 모두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것을 다 안다면, 모든 것이 확률 1로 완벽하게 예측가능합니다. 엄청나게 정교한 카메라와 컴퓨터로 분석하면, 주사위이 눈금이 어디로 정해질지 다 알 수 있다는 겁니다. 아직 모르는 그 세부적인 정보가 바로 '숨은 변수'입니다. 숨은 변수만 알면 라플라스가 말했던 그 결정론, 뉴턴 역학이 확립한 줄 알았던 그 결정론이 회복됩니다.
만일 숨은 변수 이론을 찾아낼 수 있다면 양자역학에서 수수께끼처럼 여겨지던 것이 다 해결될 터인데, 지금으로서는 숨은 변수 이론을 향한 길은 상당 부분이 막혀 있는 듯 합니다.
neomay3님, 여기에 쓸 얘기는 아니지만, [과학, 학술 컬럼] 게시판 다음에 실릴 글의 제목이 "(4) 포르투나와 사피엔티아, 또는 확율적 사유"로 되어 있더군요. "확율적 --> 확률적"으로 써야 합니다. 거기에는 답글을 남길 수가 없어서 할 수 없이 여기에 씁니다.
아, 넹! 바로 고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