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양자역학)의 짤막한 요약
작성자
자연사랑
작성일
2020-03-13 13:40
조회
2943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 제4장에서 다루는 양자역학과 양자이론은 상대성이론과 마찬가지로 '자연철학'이라는 흐름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고 또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기본 줄기는 "드브로이의 물질파 --> 슈뢰딩거의 파동역학 --> 파동함수의 확률 해석 --> 파동함수를 상태함수로 이해해야 한다"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제2장에서 다루어진 뉴턴의 자연철학만 해도 조금 좁게 물리학이라고 부르든 조금 넓게 자연과학이라고 부르든, 그 내용은 세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거의 기독교의 신과 같은 수준에서 '진리'를 밝혀내는 작업이라 여겨졌습니다.
약간 과장하면 20세기 초에 아인슈타인이 혜성 같이 나타나서 뉴턴이 이루어 놓은 성과들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펼침으로써, 200년 넘게 사람들이 믿어온 것에 근본적인 회의와 성찰을 불러일으킨 것입니다.
뉴턴이 '자연철학'을 '수학적 원리'에 따라 서술하고 연구하고 토론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 이후의 역사를 엄청나게 바꿔놓은 셈이지만, 적어도 뉴턴은 자신의 저서들이 나중에 거의 기독교 성서만큼이나 엄청난 권위를 가지고 '진리'를 밝혀낸 책인 양 숭배되고 추앙될 줄은 몰랐을 겁니다.
양자역학에는 근본적으로 수학의 언어가 깊이 배어 있습니다.
거대한 장막의 한 귀퉁이를 들어올린 루이 드브로이는 나름 정교한 수학언어를 사용하긴 했지만, 아무래도 19세기에 태어난 사람이었습니다. 수학으로 사고하기보다는 실험과 직관으로 사유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슈뢰딩거가 드브로이의 직관적 주장인 물질파 개념에 상응하는 파동방정식을 찾아내고 이를 바탕으로 아주 작은 세계, 원자와 전자의 세계에서 전개되는 매우 미묘한 상황을 정교하게 예측하는 데 성공하면서 이야기가 복잡해졌습니다.
슈뢰딩거 방정식을 풀면 분광장치를 통해 볼 수 있는 아무 미세한 원자의 성질을 매우 정확하게 계산해 낼 수 있습니다. 이것을 고유값 문제라고 부릅니다.
만일 이것이 이야기의 전부였다면, 이는 순전히 아주 테크니컬하고 전문적이고 지엽적인 물리학자의 문제로 그쳤을 터입니다. 여기에 물리학을 전공하지 않는 사람들이 알아야 할 거리가 별로 없을 테니까요.
이것이 자연철학에 대한 근본적 사유로 연결된 것은 바로 예측적 앎에 대한 오랜 믿음이 근본으로부터 엄청나게 흔들려 버렸기 때문입니다.
예측적 앎을 우리가 어디까지 주장해야 할까 하는 문제가 턱 나타나 버렸습니다. 무엇보다도 오랫동안 사람들이 강력하게 믿어왔던 상태에 대한 개념이 흔들렸습니다. 상태를 (위치, 운동량)의 값으로 나타낸다는 것은 물체가 움직이는 궤적을 따라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최근 코로나19의 확진자 수의 추이를 그리는 그래프를 보면 여하간 '궤적'을 볼 수 있습니다.
드브로이의 물질파가 슈뢰딩거의 파동방정식으로 발전하고, 그 파동방정식이 풀어낸 이상한 함수 $\Psi (x, t)$가 이름은 파동함수이지만 실상 파동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대신 이 함수는 제곱하면 확률을 나타내는 추상적인 함수입니다. 즉
$$p ( a \le x \le b) = \int_a ^b |\Psi (x ,t)|^2 dx$$
입니다. 여기에서
$$|\Psi (x ,t)|^2 = \Psi ^* \Psi$$
는 복소수 절대값 제곱을 가리킵니다. $*$ 표시는 켤레복소수를 가리킵니다.
그 다음 단계는 이 이상한 함수 $\Psi (x, t)$가 사실은 뉴턴 자연철학에서 상태를 나타내던 (위치, 운동량)을 대치하는 새로운 언어임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위치와 운동량으로 상태를 나타내는 것이 이제는 맞지 않고 궤적을 볼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대신 뭔지 잘 모를 것 같은 함수 $\Psi (x, t)$가 상태에 대한 모든 정보를 다 가지고 있다고 믿는 것입니다. 게다가 이 상태함수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만 알아내면, 지금 상태로부터 나중 상태를 완전히 다 알 수 있다는 겁니다. 이것을 다음과 같은 수학언어로 나타냅니다.
$$ \Psi (t) = U(t, t_0 ) \Psi (t_0) $$
이렇게 상태에 대해서는 처음 상태를 알면 나중 상태를 완벽하게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축소된 의미의 결정론을 유지되는 셈입니다.
문제는 바로 [공리 4]에서 상세하게 다룬 문제, 즉 소위 '측정'의 상황에서는 위의 식을 쓸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기본 줄기는 "드브로이의 물질파 --> 슈뢰딩거의 파동역학 --> 파동함수의 확률 해석 --> 파동함수를 상태함수로 이해해야 한다"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제2장에서 다루어진 뉴턴의 자연철학만 해도 조금 좁게 물리학이라고 부르든 조금 넓게 자연과학이라고 부르든, 그 내용은 세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거의 기독교의 신과 같은 수준에서 '진리'를 밝혀내는 작업이라 여겨졌습니다.
약간 과장하면 20세기 초에 아인슈타인이 혜성 같이 나타나서 뉴턴이 이루어 놓은 성과들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펼침으로써, 200년 넘게 사람들이 믿어온 것에 근본적인 회의와 성찰을 불러일으킨 것입니다.
뉴턴이 '자연철학'을 '수학적 원리'에 따라 서술하고 연구하고 토론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 이후의 역사를 엄청나게 바꿔놓은 셈이지만, 적어도 뉴턴은 자신의 저서들이 나중에 거의 기독교 성서만큼이나 엄청난 권위를 가지고 '진리'를 밝혀낸 책인 양 숭배되고 추앙될 줄은 몰랐을 겁니다.
양자역학에는 근본적으로 수학의 언어가 깊이 배어 있습니다.
거대한 장막의 한 귀퉁이를 들어올린 루이 드브로이는 나름 정교한 수학언어를 사용하긴 했지만, 아무래도 19세기에 태어난 사람이었습니다. 수학으로 사고하기보다는 실험과 직관으로 사유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슈뢰딩거가 드브로이의 직관적 주장인 물질파 개념에 상응하는 파동방정식을 찾아내고 이를 바탕으로 아주 작은 세계, 원자와 전자의 세계에서 전개되는 매우 미묘한 상황을 정교하게 예측하는 데 성공하면서 이야기가 복잡해졌습니다.
슈뢰딩거 방정식을 풀면 분광장치를 통해 볼 수 있는 아무 미세한 원자의 성질을 매우 정확하게 계산해 낼 수 있습니다. 이것을 고유값 문제라고 부릅니다.
만일 이것이 이야기의 전부였다면, 이는 순전히 아주 테크니컬하고 전문적이고 지엽적인 물리학자의 문제로 그쳤을 터입니다. 여기에 물리학을 전공하지 않는 사람들이 알아야 할 거리가 별로 없을 테니까요.
이것이 자연철학에 대한 근본적 사유로 연결된 것은 바로 예측적 앎에 대한 오랜 믿음이 근본으로부터 엄청나게 흔들려 버렸기 때문입니다.
예측적 앎을 우리가 어디까지 주장해야 할까 하는 문제가 턱 나타나 버렸습니다. 무엇보다도 오랫동안 사람들이 강력하게 믿어왔던 상태에 대한 개념이 흔들렸습니다. 상태를 (위치, 운동량)의 값으로 나타낸다는 것은 물체가 움직이는 궤적을 따라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최근 코로나19의 확진자 수의 추이를 그리는 그래프를 보면 여하간 '궤적'을 볼 수 있습니다.
드브로이의 물질파가 슈뢰딩거의 파동방정식으로 발전하고, 그 파동방정식이 풀어낸 이상한 함수 $\Psi (x, t)$가 이름은 파동함수이지만 실상 파동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대신 이 함수는 제곱하면 확률을 나타내는 추상적인 함수입니다. 즉
$$p ( a \le x \le b) = \int_a ^b |\Psi (x ,t)|^2 dx$$
입니다. 여기에서
$$|\Psi (x ,t)|^2 = \Psi ^* \Psi$$
는 복소수 절대값 제곱을 가리킵니다. $*$ 표시는 켤레복소수를 가리킵니다.
그 다음 단계는 이 이상한 함수 $\Psi (x, t)$가 사실은 뉴턴 자연철학에서 상태를 나타내던 (위치, 운동량)을 대치하는 새로운 언어임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위치와 운동량으로 상태를 나타내는 것이 이제는 맞지 않고 궤적을 볼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대신 뭔지 잘 모를 것 같은 함수 $\Psi (x, t)$가 상태에 대한 모든 정보를 다 가지고 있다고 믿는 것입니다. 게다가 이 상태함수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만 알아내면, 지금 상태로부터 나중 상태를 완전히 다 알 수 있다는 겁니다. 이것을 다음과 같은 수학언어로 나타냅니다.
$$ \Psi (t) = U(t, t_0 ) \Psi (t_0) $$
이렇게 상태에 대해서는 처음 상태를 알면 나중 상태를 완벽하게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축소된 의미의 결정론을 유지되는 셈입니다.
문제는 바로 [공리 4]에서 상세하게 다룬 문제, 즉 소위 '측정'의 상황에서는 위의 식을 쓸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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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더 복잡하게 만들 수도 있겠지만, 마침 얼마 전에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다윈 칼리지에서 션 캐럴이라는 물리학자가 "현대 물리학의 수수께끼들"이라는 제목으로 강연한 내용이 상대성이론, 양자역학, 양자마당이론, 통계역학, 우주론을 전체적으로 잘 정리하고 있어서 소개드립니다.
" target="_blank" rel="noopener">Mysteries of Modern Physics by Sean Carroll
제목: 현대 물리학의 수수께끼들
연사: 션 캐럴 (캘리포니아 공과대학)
장소: 케임브리지 대학 다윈 칼리지
일자: 2020년 1월 24일
션 캐럴은 일반상대성이론 전공인 이론물리학자입니다. 강의를 워낙 잘 해서 여기저기 많이 나옵니다. 쉽지 않은 이야기를 상당히 깔끔하고 명료하게 잘 설명하는 능력이 탁월합니다. 다만 이 강연을 잘 들어보면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에서 택하는 방식 또는 방향과 사뭇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리학자들의 생각이 다 같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이것이 자연철학으로 승화되기보다는 물리학의 문제로 제한되고 있는 탓일 수도 있겠습니다.
1시간이라는 짧은 강의에서 모든 것을 다룰 수는 없겠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은, 그렇기 때문에 자연철학으로 승화되기에 적합한 문제점들(수수께끼들)이 나름 체계적으로 나열되고 있습니다. 시간이 많이 남을 때 한번 볼 만한 좋은 강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