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분방정식의 아주 짧은 역사와 푸리에 급수
작성자
자연사랑
작성일
2020-02-28 15:06
조회
4675
물리사랑님이 흥미로운 질문을 하셨는데, 답글을 쓰다 보니 길어져서 독립된 글로 옮겨옵니다.
매우 흥미로운 질문입니다. 이 질문에 대한 짧은 답은 두 질문 모두에 대해 "그렇다"입니다.
뉴턴의 운동법칙을 지금 널리 알려진 대로 $m \frac{d^2 x}{dt^2} = F$ 또는 $\frac{dp}{dt}=F$의 꼴로 처음 쓴 사람이 바로 레오나르트 오일러(Leonhard Euler 1717-1783)인데, 오일러는 뉴턴 방정식을 미분방정식으로 이해한 초기 연구자이기도 했습니다. 그보다 앞서서 베르누이가 그런 아이디어를 먼저 내놓긴 했지만요.
오일러는 요즘에도 미분방정식을 배울 때 만나게 되는 여러 기법들 (변수분리, 적분인자 등)을 처음 도입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푸리에가 푸리에 급수를 생각하게 된 것은 열 전달의 문제를 고심하면서 정리한 열 방정식 때문이었습니다.
$$\frac{\partial u}{\partial t}=\alpha \left( \frac{\partial^2 u}{\partial x^2} +\frac{\partial^2 u}{\partial y^2}+\frac{\partial^2 u}{\partial z^2}\right)$$
푸리에가 태어난 해가 1768년이고 오일러가 세상을 떠난 해가 1783년임을 감안하면 푸리에와 오일러는 조금 너그럽게 보아서 동시대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일러가 이제 막 미분방정식 풀이 방법을 논의하고 그것이 학계에 조금씩 정착되어 가던 시절에 푸리에의 책이 나온 것입니다.
푸리에의 열 방정식과 같은 형태의 다변수 미분방정식, 즉 편미분방정식으로서 맨 먼저 다루어진 것은 파동방정식이었습니다.
$$\frac{\partial^2 u}{\partial t^2}=\alpha \frac{\partial^2 u}{\partial x^2}$$
이 방정식은 물결과 같은 파동이 특정 시간, 특정 위치에서 기준점보다 얼마나 벗어나 있는가를 말해 주는 '변위' $u(x, t)$가 충족시켜야 하는 방정식입니다. 독립변수가 위치 $x$와 시간 $t$, 두 개가 있기 때문에 보통의 미분이 아니라 편미분이 됩니다.
파동방정식을 처음 제안한 것은 프랑스의 수학자 장 르롱 달랑베르(Jean Le Rond d’Alembert 1717–1783)였습니다.
떨리는 끈의 운동을 서술하는 과정에서 이 파동방정식을 도입한 것이었는데, 그 논문은 1747년에 발표되었고, 1749년에는 오일러도 이 방정식을 논의했습니다.
푸리에가 열전도 방정식을 발표한 것이 1882년이니까 그 사이에 미분방정식을 푸는 다양한 접근들이 있었을 것 같지만, 실상 그리 큰 진전은 없었습니다.
공간 쪽을 1차원만 생각하면 열전도 방정식은
$$\frac{\partial u}{\partial t}=\alpha \frac{\partial^2 u}{\partial x^2}$$
로 쓸 수 있습니다. 이 방정식을 푸는 방법은 파동방정식을 푸는 방법으로는 안 되었기 때문에, 푸리에는 삼각함수로 함수를 전개하는 독창적인 방법을 처음 제시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푸리에가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게 된 것은 기존의 파동방정식이나 다른 상미분방정식에서 사용한 방법을 쓸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아직 미분방정식 이론이 충분히 성숙하지 않은 무렵이었다는 점도 지적해야 합니다. 심지어 아직 '함수' 개념도 확립되지 않은 시절이었습니다. 하물며 미분방정식이란 개념도 그다지 체계적으로 정돈되지 않았다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두 질문에 대한 짧은 대답은 둘 다 "그렇다"라고 위에 쓴 것입니다.
푸리에의 접근방법은 미분방정식 이론의 여정에서 아주 획기적인 진일보였습니다.
그런데 눈썰미가 좋다면
$$\begin{align}\frac{\partial u}{\partial t}&=\alpha \frac{\partial^2 u}{\partial x^2}\\
i\hbar\frac{\partial \Psi}{\partial t}&=-\frac{\hbar^2}{2m} \frac{\partial^2 \Psi}{\partial x^2} + V(x) \Psi
\end{align}$$
이 두 방정식이 상당히 유사하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결국 미분방정식을 풀기 위해서 푸리에 급수라는 도구가 도입된 것으로 보이는데, 이전에 미분방정식을 연구하였던 라플라스와 같은 학자들이 비슷한 결론에 도달하지 못했던 연유가 궁금해집니다. 푸리에 이전의 선구자들이 연구했던 방정식의 형태가 열방정식과 다른 형태였기 때문인지요? 아니면 푸리에 이전의 미분방정식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못했기 때문인지요?
매우 흥미로운 질문입니다. 이 질문에 대한 짧은 답은 두 질문 모두에 대해 "그렇다"입니다.
뉴턴의 운동법칙을 지금 널리 알려진 대로 $m \frac{d^2 x}{dt^2} = F$ 또는 $\frac{dp}{dt}=F$의 꼴로 처음 쓴 사람이 바로 레오나르트 오일러(Leonhard Euler 1717-1783)인데, 오일러는 뉴턴 방정식을 미분방정식으로 이해한 초기 연구자이기도 했습니다. 그보다 앞서서 베르누이가 그런 아이디어를 먼저 내놓긴 했지만요.
오일러는 요즘에도 미분방정식을 배울 때 만나게 되는 여러 기법들 (변수분리, 적분인자 등)을 처음 도입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푸리에가 푸리에 급수를 생각하게 된 것은 열 전달의 문제를 고심하면서 정리한 열 방정식 때문이었습니다.
$$\frac{\partial u}{\partial t}=\alpha \left( \frac{\partial^2 u}{\partial x^2} +\frac{\partial^2 u}{\partial y^2}+\frac{\partial^2 u}{\partial z^2}\right)$$
푸리에가 태어난 해가 1768년이고 오일러가 세상을 떠난 해가 1783년임을 감안하면 푸리에와 오일러는 조금 너그럽게 보아서 동시대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일러가 이제 막 미분방정식 풀이 방법을 논의하고 그것이 학계에 조금씩 정착되어 가던 시절에 푸리에의 책이 나온 것입니다.
푸리에의 열 방정식과 같은 형태의 다변수 미분방정식, 즉 편미분방정식으로서 맨 먼저 다루어진 것은 파동방정식이었습니다.
$$\frac{\partial^2 u}{\partial t^2}=\alpha \frac{\partial^2 u}{\partial x^2}$$
이 방정식은 물결과 같은 파동이 특정 시간, 특정 위치에서 기준점보다 얼마나 벗어나 있는가를 말해 주는 '변위' $u(x, t)$가 충족시켜야 하는 방정식입니다. 독립변수가 위치 $x$와 시간 $t$, 두 개가 있기 때문에 보통의 미분이 아니라 편미분이 됩니다.
파동방정식을 처음 제안한 것은 프랑스의 수학자 장 르롱 달랑베르(Jean Le Rond d’Alembert 1717–1783)였습니다.
떨리는 끈의 운동을 서술하는 과정에서 이 파동방정식을 도입한 것이었는데, 그 논문은 1747년에 발표되었고, 1749년에는 오일러도 이 방정식을 논의했습니다.
푸리에가 열전도 방정식을 발표한 것이 1882년이니까 그 사이에 미분방정식을 푸는 다양한 접근들이 있었을 것 같지만, 실상 그리 큰 진전은 없었습니다.
공간 쪽을 1차원만 생각하면 열전도 방정식은
$$\frac{\partial u}{\partial t}=\alpha \frac{\partial^2 u}{\partial x^2}$$
로 쓸 수 있습니다. 이 방정식을 푸는 방법은 파동방정식을 푸는 방법으로는 안 되었기 때문에, 푸리에는 삼각함수로 함수를 전개하는 독창적인 방법을 처음 제시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푸리에가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게 된 것은 기존의 파동방정식이나 다른 상미분방정식에서 사용한 방법을 쓸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아직 미분방정식 이론이 충분히 성숙하지 않은 무렵이었다는 점도 지적해야 합니다. 심지어 아직 '함수' 개념도 확립되지 않은 시절이었습니다. 하물며 미분방정식이란 개념도 그다지 체계적으로 정돈되지 않았다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두 질문에 대한 짧은 대답은 둘 다 "그렇다"라고 위에 쓴 것입니다.
푸리에의 접근방법은 미분방정식 이론의 여정에서 아주 획기적인 진일보였습니다.
그런데 눈썰미가 좋다면
$$\begin{align}\frac{\partial u}{\partial t}&=\alpha \frac{\partial^2 u}{\partial x^2}\\
i\hbar\frac{\partial \Psi}{\partial t}&=-\frac{\hbar^2}{2m} \frac{\partial^2 \Psi}{\partial x^2} + V(x) \Psi
\end{align}$$
이 두 방정식이 상당히 유사하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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