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자-파동 이중성?
작성자
자연사랑
작성일
2020-02-20 16:16
조회
2865
(1) 입자-파동 이중성이라는 개념이나 그와 관련된 논쟁이 부적절하거나 불필요합니다.
푸리에 변환에서 $\sin \omega t$나 $e^{-ikx}$가 나오는 것은 앞에서 짧게 설명했듯이 삼각함수가 지니는 주기성, 즉 무엇인가가 반복되는 성질을 최대한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떤 함수이든 삼각함수를 일종의 '기저'로 삼아 표현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것이 푸리에 해석의 기본 정신입니다.
그런데 반복되는 것의 대표적인 것이 바로 물결 따위의 '파동'입니다. 추상적으로 삼각함수라고 말하는 것보다는 파동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직관적이고 상상하기 쉽습니다.
마침 $e^{-ikx}$와 $e^{i\omega t}$를 함께 고려한 $e^{-i(kx-\omega t)}$는 다름 아니라 가장 기본적인 파동, 즉 평면파를 나타내는 수식입니다.
푸리에 변환식을
$$\Psi (x, t) = \int A(k, \omega) e^{-i(kx-\omega t)} dk d\omega$$
와 같은 꼴로 써 보면, $e^{-i(kx-\omega t)}$라는 수식으로 기술되는 평면파가 여러 $(k, \omega)$에 대해 모여 있는 것을 모두 더한 모양새입니다. $(k, \omega)$의 값에 따라 진폭도 다양한데, 그 진폭이 $A(k, \omega)$인 것처럼 볼 수 있습니다.
그러고 나면 그냥 푸리에 변환이라는 수학적인 장치에서 불쑥 튀어나온 $(k, \omega)$를 파동의 고유한 속성 $(\frac{2\pi}{\lambda}, 2\pi\nu)$와 같이 파장 및 진동수와 대응시킬 수 있습니다. 파장의 역수를 파수(波數 wave number)라고 하고 $2\pi$가 곱해져 있으니까, 이제 $(k, \omega)$를 각파수와 각진동수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드브로이를 비롯하여 슈뢰딩거와 많은 사람들이 처음에 혼동한 것이 바로 이 유용하고 특별한 삼각함수를 파동과 동일하게 보는 것이었습니다.
양자역학이 다루는 존재물은 분명히 입자이거나 알갱이이거나 어찌 되었든 공간의 한 영역을 차지하는 국소적인 것입니다. 따라서 공간 전체에 퍼져 있고 시간 전체에 걸쳐 존재하는 것으로 보이는 파동과는 크게 다릅니다.
드브로이의 박사학위논문과 결국 드브로이에게 노벨물리학상을 안겨 준 업적이 바로 물질(입자)이 파동일 수도 있다는 발상이었습니다. 이 아이디어와 논문에 이어 미국의 물리학자 클린턴 데이비슨과 레스터 저머가 전자 회절 무늬를 관측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슈뢰딩거의 파동역학이 1926년에 발표되었지만, 데이비슨과 저머의 전자회절 실험은 1923년부터 시작되었고, 슈뢰딩거의 파동역학으로 분석한 것이 아닙니다. 드브로이의 논문을 엘자서의 논문을 통해 간접인용하고 있을 뿐입니다.
(W. Elsasser, “Bemerkung zur Quantenmechanik freier Elektronen', Naturwissenschaften 13 (1925), 711.)
데이비슨은 조지 톰슨과 함께 1937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는데, 그 업적은 "물질파의 존재를 증명한 것"이 아니라 "결정에 의한 전자회절 현상의 실험적 발견"이었습니다.
파동역학에 나오는 그 함수 $\Psi (x, t)$는 상태함수이며, 제곱하면 확률밀도함수가 되는 그런 수학적 함수입니다. 이것은 물리적 파동이 아닙니다. 이것을 파동처럼 볼 수 있다고 오해한 사람들을 통해 전자가 어찌 보면 입자이고 또 어찌 보면 파동이라는 식의 이야기가 널리 퍼졌고,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그 얘기를 반복합니다.
푸리에 변환이라는 널리 사용되는 수학적 기법을 동원함으로써, 이제 놀라운 새로운 주장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슈뢰딩거의 파동역학은 파동을 다루지 않는다."
이것이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 206-207쪽에 서술된 핵심적인 내용입니다.
(계속)
푸리에 변환에서 $\sin \omega t$나 $e^{-ikx}$가 나오는 것은 앞에서 짧게 설명했듯이 삼각함수가 지니는 주기성, 즉 무엇인가가 반복되는 성질을 최대한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떤 함수이든 삼각함수를 일종의 '기저'로 삼아 표현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것이 푸리에 해석의 기본 정신입니다.
그런데 반복되는 것의 대표적인 것이 바로 물결 따위의 '파동'입니다. 추상적으로 삼각함수라고 말하는 것보다는 파동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직관적이고 상상하기 쉽습니다.
마침 $e^{-ikx}$와 $e^{i\omega t}$를 함께 고려한 $e^{-i(kx-\omega t)}$는 다름 아니라 가장 기본적인 파동, 즉 평면파를 나타내는 수식입니다.
푸리에 변환식을
$$\Psi (x, t) = \int A(k, \omega) e^{-i(kx-\omega t)} dk d\omega$$
와 같은 꼴로 써 보면, $e^{-i(kx-\omega t)}$라는 수식으로 기술되는 평면파가 여러 $(k, \omega)$에 대해 모여 있는 것을 모두 더한 모양새입니다. $(k, \omega)$의 값에 따라 진폭도 다양한데, 그 진폭이 $A(k, \omega)$인 것처럼 볼 수 있습니다.
그러고 나면 그냥 푸리에 변환이라는 수학적인 장치에서 불쑥 튀어나온 $(k, \omega)$를 파동의 고유한 속성 $(\frac{2\pi}{\lambda}, 2\pi\nu)$와 같이 파장 및 진동수와 대응시킬 수 있습니다. 파장의 역수를 파수(波數 wave number)라고 하고 $2\pi$가 곱해져 있으니까, 이제 $(k, \omega)$를 각파수와 각진동수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드브로이를 비롯하여 슈뢰딩거와 많은 사람들이 처음에 혼동한 것이 바로 이 유용하고 특별한 삼각함수를 파동과 동일하게 보는 것이었습니다.
양자역학이 다루는 존재물은 분명히 입자이거나 알갱이이거나 어찌 되었든 공간의 한 영역을 차지하는 국소적인 것입니다. 따라서 공간 전체에 퍼져 있고 시간 전체에 걸쳐 존재하는 것으로 보이는 파동과는 크게 다릅니다.
드브로이의 박사학위논문과 결국 드브로이에게 노벨물리학상을 안겨 준 업적이 바로 물질(입자)이 파동일 수도 있다는 발상이었습니다. 이 아이디어와 논문에 이어 미국의 물리학자 클린턴 데이비슨과 레스터 저머가 전자 회절 무늬를 관측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슈뢰딩거의 파동역학이 1926년에 발표되었지만, 데이비슨과 저머의 전자회절 실험은 1923년부터 시작되었고, 슈뢰딩거의 파동역학으로 분석한 것이 아닙니다. 드브로이의 논문을 엘자서의 논문을 통해 간접인용하고 있을 뿐입니다.
(W. Elsasser, “Bemerkung zur Quantenmechanik freier Elektronen', Naturwissenschaften 13 (1925), 711.)
데이비슨은 조지 톰슨과 함께 1937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는데, 그 업적은 "물질파의 존재를 증명한 것"이 아니라 "결정에 의한 전자회절 현상의 실험적 발견"이었습니다.
파동역학에 나오는 그 함수 $\Psi (x, t)$는 상태함수이며, 제곱하면 확률밀도함수가 되는 그런 수학적 함수입니다. 이것은 물리적 파동이 아닙니다. 이것을 파동처럼 볼 수 있다고 오해한 사람들을 통해 전자가 어찌 보면 입자이고 또 어찌 보면 파동이라는 식의 이야기가 널리 퍼졌고,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그 얘기를 반복합니다.
푸리에 변환이라는 널리 사용되는 수학적 기법을 동원함으로써, 이제 놀라운 새로운 주장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슈뢰딩거의 파동역학은 파동을 다루지 않는다."
이것이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 206-207쪽에 서술된 핵심적인 내용입니다.
(계속)
전체 641
번호 | 제목 | 작성자 | 작성일 | 추천 | 조회 |
공지사항 |
[자료] 유튜브 대담영상 "자연철학이야기" 녹취록 & 카툰 링크 모음 (2)
neomay33
|
2023.04.20
|
추천 2
|
조회 6478
|
neomay33 | 2023.04.20 | 2 | 6478 |
공지사항 |
<양자역학을 어떻게 이해할까?> 강독모임 계획 안내 (1)
시인처럼
|
2023.01.30
|
추천 0
|
조회 6570
|
시인처럼 | 2023.01.30 | 0 | 6570 |
공지사항 |
『양자역학을 어떻게 이해할까?』 정오표 (10)
시인처럼
|
2022.12.22
|
추천 3
|
조회 8705
|
시인처럼 | 2022.12.22 | 3 | 8705 |
공지사항 |
[공지] 게시판 카테고리 설정에 대해서 (4)
시인처럼
|
2022.03.07
|
추천 0
|
조회 8478
|
시인처럼 | 2022.03.07 | 0 | 8478 |
공지사항 |
새 자연철학 세미나 보완 계획 (3)
시인처럼
|
2022.01.20
|
추천 0
|
조회 9014
|
시인처럼 | 2022.01.20 | 0 | 9014 |
공지사항 |
새 자연철학 세미나 - 안내
neomay33
|
2021.10.24
|
추천 0
|
조회 8911
|
neomay33 | 2021.10.24 | 0 | 8911 |
626 |
<자연철학 강의> 서평 올립니다. (3)
박 용국
|
2024.01.29
|
추천 1
|
조회 256
|
박 용국 | 2024.01.29 | 1 | 256 |
625 |
과학적 객관성에는 역사가 있다
자연사랑
|
2023.09.05
|
추천 3
|
조회 318
|
자연사랑 | 2023.09.05 | 3 | 318 |
624 |
과학은 진리가 아니라 일종의 믿음의 체계 (2)
자연사랑
|
2023.09.05
|
추천 1
|
조회 599
|
자연사랑 | 2023.09.05 | 1 | 599 |
623 |
물리학 이론의 공리적 구성
자연사랑
|
2023.08.30
|
추천 3
|
조회 516
|
자연사랑 | 2023.08.30 | 3 | 516 |
622 |
상대성이론의 형식체계와 그에 대한 해석의 문제 (6)
자연사랑
|
2023.08.29
|
추천 3
|
조회 815
|
자연사랑 | 2023.08.29 | 3 | 815 |
621 |
양자역학으로 웃어 보아요 (1)
시지프스
|
2023.08.28
|
추천 0
|
조회 664
|
시지프스 | 2023.08.28 | 0 | 664 |
620 |
[양자역학 강독 모임] 소감입니다. (1)
neomay33
|
2023.08.28
|
추천 2
|
조회 668
|
neomay33 | 2023.08.28 | 2 | 668 |
619 |
양자 얽힘과 태극도(음양도) 그리고 '양자 음양' (1)
자연사랑
|
2023.08.25
|
추천 3
|
조회 1437
|
자연사랑 | 2023.08.25 | 3 | 1437 |
618 |
수식 없이 술술 양자물리
자연사랑
|
2023.08.24
|
추천 2
|
조회 731
|
자연사랑 | 2023.08.24 | 2 | 731 |
617 |
0819 강독 마무리 토론회 발표용 (2)
시지프스
|
2023.08.19
|
추천 2
|
조회 569
|
시지프스 | 2023.08.19 | 2 | 569 |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독>에서 굳이 복잡할 수도 있는 수학적 체계를 소개하고 설명한 것은 바로 항간의 오해를 직접 평가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라 생각합니다. 푸리에 변환 정도는 실상 아주 어려운 기법이 아닙니다. 그런데 그 틀을 받아들이고 나면 상태함수를 진짜 파동인 양 생각하는 게 왜 전혀 말이 안 되는 것인지 눈에 확연히 보이리라 생각합니다.
힐버트 공간을 사용하는 표준적인 형식체계에서도 상태함수 또는 상태벡터는 파동과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그냥 합할 수 있고 복소수를 곱할 수 있으며, 내적이라 부르는 곱하기를 할 수 있는 수학적 대상일 뿐입니다. 확률을 잘 모르거나 그 수학적 기법에 익숙하지 않았던 1920년대에 파동이라는 비유와 은유를 사용한 것은 전혀 책망할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제대로 밝혀진 21세기까지 그런 낡은 관념과 잘못된 이야기가 여전히 오고간다는 건 당혹스런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세상을 비유와 은유로 보는 것에서 벗어나 이제 수학적 언어를 조금씩 배울 필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