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압력은 에너지밀도의 1/3
우주론의 표준모형에서는 우주의 구성요소가 완전유체를 이룬다고 가정합니다. 완전유체는 구성요소들 사이의 상호작용은 무시할 수 있을 만큼 작고, 전체적으로 모든 방향으로 같은 압력과 에너지밀로만으로 상태를 규정할 수 있는 경우로 정의됩니다.
완전유체를 이루는 요소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차가운 물질(cold matter) 또는 그냥 물질 또는 먼지라고 부르는 것은 온도도 낮고 운동에너지도 작은 경우로서, 이 때에는 압력도 0이 됩니다. 뜨거운 물질(hot matter)은 초상대론적 물질(ultra-relativistic matter) 또는 빛 또는 복사라 부르는데, 온도가 매우 높고 운동에너지도 큰 경우입니다. 질량이 아주 작거나 어쩌면 0인 중성미자도 뜨거운 물질에 포함되는데, 대부분은 그냥 빛을 가리킵니다.
빛 또는 복사의 압력은 에너지밀도의 1/3입니다. 즉 $$p=\frac{1}{3}u = \frac{1}{3}\rho c^2$$입니다. 여기에서 $u$는 단위부피당 에너지이고 이를 에너지밀도라 부릅니다. $\rho$는 단위부피당 질량이고 이를 질량밀도 또는 그냥 밀도라 부릅니다.$$u=\rho c^2$$이 되는 이유는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조금 복잡해지는 것은 빛을 구성하는 입자를 지칭하는 '빛알(광자)'의 질량은 0이기 때문입니다. 이 관계식은 내버려 두고 $$p =\frac{1}{3}u$$를 유도하기로 합니다.
빛으로만 구성된 열역학적 계를 빛알 기체(photon gas)라 부르기도 합니다. 빛알 기체는 속이 텅 빈 공간 속의 전자기파 공명과 같습니다. 빛알기체의 압력과 에너지밀도 사이의 관계식을 유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 비교적 간단한 것이 열역학 첫째 법칙과 슈테판-볼츠만 법칙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 314-315쪽에 설명이 더 있습니다.
슈테판과 볼츠만이 밝혀낸 복사의 식(슈테판-볼츠만 법칙)은 $$u = \sigma T^4$$과 같습니다. 즉 어떤 뜨거운 물체가 주변에 내는 복사에너지의 총합은 온도의 네제곱에 비례합니다. 여기에서 $\sigma$는 $$\sigma = 5.67\times 10^{-8} \mathrm{W}\mathrm{m}^{-2}\mathrm{K}^{-4}$$과 같은 물리상수입니다. 존 틴달이 1864년 처음 실험에서 복사에너지와 온도의 관계를 밝히려 했는데, 오스트리아의 요제프 슈테판이 1877년 정교한 실험을 통해 복사에너지가 온도의 4제곱에 비례함을 밝혔습니다. 슈테판의 제자 루트비히 볼츠만이 1884년에 왜 온도의 4제곱인지 새로운 이론 즉 기체분자운동론 또는 열통계역학을 써서 증명했습니다. 1900년에 막스 플랑크가 흑체복사의 복사세기에 대한 공식을 정확히 유도하고, 이로부터 $$u = \frac{2\pi^5 k_B ^4}{15c^2 h^3} T^4$$임을 증명했습니다.
완전유체라면 에너지밀도가 $$u = \frac{U}{V}$$라 할 수 있을 터라 $$U=\sigma T^4 V$$라 할 수 있습니다. 열역학 첫째법칙 $$\mathrm{d}U=T\mathrm{d}S - p\mathrm{d}V$$로부터 $$\left(\frac{\partial U}{\partial S}\right)_V = T = \left(\frac{U}{\sigma V}\right)^{1/4}$$을 얻습니다. 마지막 등호는 슈테판-볼츠만 법칙에서 온 것입니다. 이 식은 편미분이므로 단순하게 $V$를 계수라고 여기면 $$\frac{\mathrm{d}U}{\mathrm{d}S}=\left(\sigma V\right)^{-1/4} U^{1/4}$$ 또는 $$ U^{-1/4} \mathrm{d} U = (\sigma V)^{-1/4} \mathrm{d}S$$로 쓸 수 있고, 이를 적분하면 $$ \int U^{-1/4} \mathrm{d} U = \int (\sigma V)^{-1/4} \mathrm{d}S$$ 또는 $$\frac{4}{3} U^{3/4} =(\sigma V)^{-1/4} S$$를 얻습니다. 여기에서 열역학 셋째 법칙을 사용했습니다. 즉 $T=0$일 때 $U=0$이고 $S=0$임을 이용했습니다. 위의 식을 다시 쓰면 $$ U^{3/4} = \frac{3}{4}(\sigma V)^{-1/4} S$$ 또는 $$ \boxed{U = \left( \frac{3}{4} \right)^{4/3}(\sigma V)^{-1/3} S^{4/3}}$$을 얻습니다.
이제 열역학 첫째법칙으로부터 \begin{align} p &= - \left(\frac{\partial U}{\partial V}\right)_S \\ &=-\left( \frac{3}{4} \right)^{4/3}\sigma^{-1/3} S^{4/3}\cdot \left(-\frac{1}{3}\right)V^{-4/3} \\ &=\frac{1}{3}\frac{1}{V} \left( \frac{3}{4} \right)^{4/3}(\sigma V)^{-1/3} S^{4/3}\\ &=\frac{1}{3}\frac{U}{V}\end{align}입니다. 마지막 등호는 위에 네모친 식을 이용했습니다. $$u = \frac{U}{V}$$이므로 결국 $$\boxed{p = \frac{u}{3}}$$를 유도한 것이 됩니다.
---------------------------------
이 유도과정을 핵심만 가져와서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슈테판의 실험결과와 볼츠만의 고전통계역학적 설명을 통해 확립된 슈테판-볼츠만의 법칙으로부터 $$U \propto T^4 V$$임을 얻습니다.
(2) 열역학 첫째 법칙으로부터 $$\left(\frac{\partial U}{\partial S}\right)_V = T = \left(\frac{U}{\sigma V}\right)^{1/4}$$이므로 $$U\propto V^{-1/3}$$임을 유도합니다.
(3) 열역학 첫째 법칙으로부터 $$p = - \left(\frac{\partial U}{\partial V}\right)_S \propto \left(-\frac{1}{3}\right)V^{-4/3}$$임을 알 수 있는데, 이로부터 $$p =\frac{1}{3}\frac{U}{V}=\frac{1}{3}u$$임을 유도합니다.
(4) 이 유도과정을 유심히 살펴보면 흥미로운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만일 $$U \propto T^m$$이었다면, 이 유도과정을 그대로 따라가서 $$p = \frac{1}{m-1}\frac{U}{V}=\frac{1}{m-1}u$$임을 알 수 있습니다. 결국 빛알 기체의 상태방정식에서 중요하게 나타나는 $w=\frac{1}{3}$은 슈테판-볼츠만의 법칙에서 온도의 지수가 $4$라는 것에서 유도되는 셈입니다.
---------------------------------
통계역학의 표준적인 방법으로 유도하는 과정을 다음 책에서 볼 수 있습니다.
Stephen Blundell, Katherine Blundell (2006) Concepts in Thermal Physics. Oxford University Press. Ch. 25 Relativistic gases.
통계역학에서는 분배함수 $$ Z = \sum e^{-E/k_B T}$$를 구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빛알 기체, 더 정확히 말해 상대론적인 입자의 에너지는 $$E= \sqrt{p^2 c^2 + m^2 c^4}$$입니다. 입자의 운동량이 질량에 비해 매우 큰 상대론적 극한(ultrarelativistic limit), 즉 $mc \ll p$일 때에는 $$E\approx pc$$라 쓸 수 있습니다.
빛알의 경우에는 질량이 아예 0이며, $p = \hbar k$이므로 결국 $$E= p c = \hbar k c$$가 됩니다.
입자 하나에 대해 분배함수가 $$Z_1 =\int_0 ^\infty e^{-\beta \hbar k c} g(k) \mathrm{d}k \propto V T^3$$임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beta =1/ k_B T$)
더 상세한 유도과정은 첨부하는 아래 그림에 있습니다.
구별할 수 없는 $N$개의 상대론적 입자의 분배함수는$$Z_N = \frac{Z_1 ^N}{N!}\propto \frac{V^N T^{3N}}{N!}$$로 주어집니다. 따라서 $$\ln Z_N = N \ln V + 3N \ln T + \mathrm{const}$$가 됩니다. 이로부터 내부에너지는 $$U=-\frac{\mathrm{d}\ln Z_N}{\mathrm{d}\beta}=3Nk_B T$$를 얻습니다.
또 헬름홀츠 자유에너지는 \begin{align} F&=-k_B T \ln Z_N \\ &= -k_B T \ln V - 3N k_B T \ln T +\mathrm{const}\end{align}이며, 압력은 $$p=-\left(\frac{\partial F}{\partial T}\right)_T = \frac{Nk_B T}{V}$$가 됩니다.
따라서 $$u=\frac{U}{V}= 3p$$ 또는 $$\boxed{p=\frac{1}{3} u}$$를 얻을 수 있습니다.
---------------------------------
번호 | 제목 | 작성자 | 작성일 | 추천 | 조회 |
37 |
양자통계역학과 유한온도 마당이론 (2)
자연사랑
|
2022.07.13
|
추천 2
|
조회 3876
|
자연사랑 | 2022.07.13 | 2 | 3876 |
36 |
빛의 압력은 에너지밀도의 1/3 (2)
자연사랑
|
2022.07.03
|
추천 1
|
조회 3507
|
자연사랑 | 2022.07.03 | 1 | 3507 |
35 |
흑체복사 공식과 온도의 정의 (4)
자연사랑
|
2022.06.24
|
추천 0
|
조회 5713
|
자연사랑 | 2022.06.24 | 0 | 5713 |
34 |
외부매질이 물체에 하는 최대 일 (5)
자연사랑
|
2022.06.09
|
추천 2
|
조회 1738
|
자연사랑 | 2022.06.09 | 2 | 1738 |
33 |
헬름홀츠 자유에너지 (1)
자연사랑
|
2022.06.07
|
추천 1
|
조회 2920
|
자연사랑 | 2022.06.07 | 1 | 2920 |
32 |
[질문] 심학제5도와 결정론과 일리야 프리고진
자연사랑
|
2022.06.07
|
추천 2
|
조회 1615
|
자연사랑 | 2022.06.07 | 2 | 1615 |
31 |
[질문] 일리야 프리고진과 열역학 둘째법칙 (2)
자연사랑
|
2022.06.06
|
추천 1
|
조회 1948
|
자연사랑 | 2022.06.06 | 1 | 1948 |
30 |
카르노의 이론과 엔트로피의 정의
자연사랑
|
2022.06.06
|
추천 1
|
조회 5832
|
자연사랑 | 2022.06.06 | 1 | 5832 |
29 |
미시상태와 정규분포곡선 (4)
시지프스
|
2022.06.04
|
추천 0
|
조회 2816
|
시지프스 | 2022.06.04 | 0 | 2816 |
28 |
열역학 둘째 법칙과 헬름홀츠 자유에너지의 최소화 (7)
자연사랑
|
2022.06.04
|
추천 0
|
조회 2591
|
자연사랑 | 2022.06.04 | 0 | 2591 |
대상계와 배경계의 온도가 다를 때 (3)
시지프스
|
2022.06.05
|
추천 0
|
조회 2026
|
시지프스 | 2022.06.05 | 0 | 2026 |
길게 증명하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증명 과정을 보면 1/3은 결국 스톄판 볼츠만의 식 T^4에서 온거네요.
맞습니다. 슈테판-볼츠만의 법칙에서 마침 온도의 네제곱에 비례하기 때문에 $\frac{1}{3}$이 나온 것입니다. 위에 적은 것이 좀 산만하고 길어서, 전체 내용의 핵심을 정리하고, 4제곱이 아니라 $m$제곱이라면, 구하려는 계수가 $1/ (m-1)$이 됨을 적었습니다.
또 시간이 없어서 책에 있는 내용을 그대로 그림 캡처해서 덧붙였었는데, 핵심적인 내용을 조금 더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