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꼽문] 책새벽-화/금 : 『세계철학사 1』 2부 9장. 구원의 갈구
모임 정리
책새벽-금
작성자
neomay33
작성일
2023-12-11 13:24
조회
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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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아카데미 온라인 책읽기 모임 '책새벽-화/금' 시즌2에서는 현재 『세계철학사 1』(이정우. 2011. 길) 2부를 읽고 있습니다.
매주 읽는 내용 중 참여하시는 분들이 꼽아주신 책꼽문과 질문을 모아 이곳에 정리해두려고 합니다. 책 읽으시는 데 참고해주시고요, 모임 공지는 웹사이트 맨 위 '일정' 메뉴를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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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장 구원의 갈구 : 목차
§1. 그리스・로마의 종교와 신플라톤주의
- 플로티노스와 신플라톤주의
§2. 유대교에서 기독교로
- 유대교의 특이성
- 기독교의 탄생
- 기독교사상의 문제들
- 아우구스티누스, 중세의 입안자
- 암흑 시대를 거쳐 '유럽'으로
§3. 이슬람세계의 도래
- '이슬람'의 탄생
- 이슬람세계의 종교사상
9장 구원의 갈구
p.585.
헬레니즘-로마 시대의 제4기라 할 만한 제정 로마의 후기(3~5세기)는 ... 종교를 통한 구원의 갈구가 도래한 시대였다. ... 이 시대는 그리스-로마의 종교 전통이 플라톤주의를 통해 신플라톤주의로 승화된 시대이고, 헬레니즘이라는 문화적 장과 로마라는 정치적 장에서 기독교가 (유대교에서 분리되어 나와) 최초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 시대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어지는 시대(7세기 이래)에는 다시 이 모든 정신사적 유산들을 기반으로 이슬람교가 탄생하게 된다.
철학사적 맥락에서 본다면, 3세기에서 시작해 (본격적인 철학이 새롭게 흥기하게 되는) 9세기 이전까지의 500년이 넘는 이 기간은 지중해세계에서 다양한 형태의 종교적 사상과 실천이 전개되는 시대이다.
§1. 그리스・로마의 종교와 신플라톤주의
p.589.
헬레니즘 시대의 왕화, 로마의 세계 정복, 특히 제정 로마의 도래 등을 겪으면서 지중해 세계의 서방과 동방이 섞이고, 점성술, 접신술, 해몽술, 예언술 같은 각종 형태의 새로운 요소들이 지중해세계 전역에 퍼지면서, 오르페우스교, 그리고 특히 퓌타고라스교는 새로운 형태를 획득하게 된다.
('신퓌타고라스교') 영육 이원론, 나아가 이 구도를 세계 전체에 투영한 구도로서 선식과 악신이 투쟁한다는 이원론이 영지주의, 마니교, 조로아스터교, 유대교 등과 섞이면서 지중해세계에 만연하게 된다. 각 민족에게서 따로따로 존재하던 종교들이 복잡하게 만나고 혼합되면서 지중해 세계는 그야말로 종교의 전시장이 되었다.
§2. 유대교에서 기독교로
p.596.
그리스-로마 계통의 종교사상들과 계통을 달리하는 종교사상으로는 유대교 및 거기에서 갈라져 나온 기독교가 대표적이다. 우리는 그리스인들, 로마인들을 이어 지중해세계의 철학에서 세 번째의 중요한 민족을 만나게 되는데, 그들은 바로 유대인들이다. ... 유대인들에게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어떻게 지중해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는가 하는 점이다.
p.598.
(유대인들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서 존속한 것은 인류사의 기적에 속한다. 그 근본적인 이유는 ... 무엇보다도 유대인들의 역사에 있어 위기의 시기마다 배출되곤 했던 종교적, 정치적 천재들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다. 유대 민족이 거의 절멸 - 생물학적 절멸이라기보다 문화적 절멸 - 에 처한다 싶으면 항상 특출난 인물들이 등장해 이 민족을 재무장시켜 그 정체성을 존속시키곤 했다.
유대 민중은 오히려 늘 그들의 정체성과 이 인물들을 배반하곤 했다. 유대인들의 역사는 곧 배반의 역사이다. 그럼에도 유대의 천재들은 다시 그 역경을 딛고 이 민족의 정체성을 반석 위에 세우곤 했다.
p.600-601.
AD 1세기 전반에 향후 유대교와 그것으로부터 파생된 기독교의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세 인물이 활동했다. 알렉산드리아의 필론, 나사렛의 예수, 그리고 타르소스의 바울이 그들이다.
BC 20년 전후에 알렉산드리아에서 태어난 것으로 추정되는 필론은 유대교와 헬레니즘을 사상적으로 통합하고자 한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 필론은 헬레니즘 문화의 높은 소양을 갖춘 인물이었다. ... 필론의 평생 작업은 유대교 사상을 헬레니즘-로마 세계라는 보편적 지평에 위치짓는 것이자, 동시에 그리스적 학문의 토대 위에서 유대교를 재구축하는 것이었다. 그의 작업을 통해 유대교는 헬레니즘-로마 세계에서 어엿한 '사상'으로 인정받기에 이른다.
p.602-603.
헬레니즘-로마 시대의 종교사상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필론 역시 종교화된 플라톤주의, 즉 플로티노스에서 절정에 달하는 신플라톤주의의 흐름 속에 있었다. 필론은 여기에 유대교적 세계관을 겹쳐놓았다. 더 정확히 말해 얹어놓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필론은 기존의 철학자들, 종교사상가들이 제시한 최상위 존재들(모나드, 이데아, 로고스, 천사 등)을 끌어 모은 후, 그것들을 자신이 믿는 초월적인 신과 감각적인 현실세계의 중간에 위치시킨다. 여기서 특히 '로고스' 개념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 또 행복에 대해서도 그리스 사상가들의 행복 위에 유대교적 행복을 얹고 있고, 철학에 대해서도 철학 위에 유대교의 '지혜'를 얹고 있다.
그의 논의는 대부분 이렇게 퓌타고라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스토아 등의 사유를 포섭하면서 그 위에 유대교의 가치를 얹어놓는 종교적 전략의 성격을 띠고 있다. 이 점에서 필론의 사상이 학문적 가치를 가진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그의 사유는 유대교와 헬레니즘을 혼합해놓음으로써 유대사상의 신경지를 이루었고, 훗날의 바울, 복음서들(특히 「요한복음」)로 가는 길을 닦았다는 점에서 제정 로마 시대 지중해세계의 사상사를 이해할 때 꼭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여기서부터 2023년 12월 18일 업데이트. p.603-635)
p.604. 각주 17)
예수가 신전을 뒤집어엎은 사건(「마가」, XI, §15)은 그가 영적인 스승일 뿐만 아니라 실제 사회 개혁에 발 벗고 나선 인물이었음을 잘 보여주는 사건이다. 이 당시의 신전은 성스러운 장소라기보다는 정치적-경제적 권력의 중심이었다. ... 그러나 예수의 개혁은 어디까지나 유대 사회의 개혁일 뿐 당시의 지중해세계 전반을 눈길에 둔 개혁은 아니었으며, 그는 개혁가보다는 영적 스승을 추구한 삶을 살았다고 해야할 것이다.
p.606.
당시 로마의 학정과 사제들의 착취에 시달리던 민중에게 예수는 따뜻한 사랑의 말씀('복음')을 전파했고, 그것은 어둠 속의 한 줄기 빛처럼 사람들의 가슴속을 파고들었을 것이다. 제자들의 열성적인 전도와 하층민들의 공감을 통해 예수의 삶과 사상은 지중해세계에 널리 퍼져나갔다.
소크라테스 사후 각종 '소크라테스 운동'이 퍼져나갔듯이, 예수 사후에도 각종 '예수 운동'이 퍼져나간 것이다. 그리고 예수를 소재로 한 각종 이야기들이 풍부하게 만들어졌고 또 유포되었다. 이런 '예수 설화'는 이후 지중해세계 나아가 서양 문명 전체의 정신적 삶에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p.607~609.
그러나 예수가 유대교의 한 랍비가 아니라 기독교의 현신이 된 것을 또 한 사람의 유대인인 타르소스의 바울(BS 5~ AD 67년) 때문이었다. . . . 예수는 혁명가로서 자신의 몸을 불살랐지만, 바울은 예수의 행적에 (필론에 의해 새롭게 다듬어진) 유대교 신학을 투사해서 하나의 새로운 종교를 만들어냈다.
처음에 예수는 유대교의 한 분파일 뿐이었다. 그러나 바울은 예수를 단 한 사람의 크리스토스=메시아로 해석했으며, 그의 강림이 인류사에 단 한 번 일어난 메시아적 사건임을 선포했다('케리그마'). 이로써 예수교는 유대교의 한 분파가 아니라 아예 새로운 종교로서 갈라서게 된다. 예수의 삶을 소재로 삼아 실제 하나의 새로운 종교를 만들어낸 것은 바울이었다.
바울은 숭고한 삶을 산 예수를 원재료로 하고 유대교와 플라톤을 화해시키고자 한 필론의 신학을 조리법으로 해서 기독교라는 종교를 만들어냈지만, 나아가 거기에 그 자신의 독특한 양념을 가미했다. 그것은 곳 '죄'와 '은총'의 개념이었다. 바울은 거의 강박증에 가까운 죄의식을 가졌으며, 자신의 이런 개인적 특징을 세계 자체의 본성으로 만들어 세계의 핵심은 곧 '죄'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죄로부터의 구원이었다. 전통적으로 구원의 핵심은 율법에 있었다. . . .
바울은 인간이 자신의 의지로써 노력해야 할 대목이 있다고 보았다. 그것은 바로 예수가 '그리스도'라는 것, 즉 예수야말로 메시아이며 '신의 아들'이라는 것, 그가 우리의 죄를 대신하기 위해 지상에 내려왔다는 것, 그의 십자가형은 하느님에 의해 기획된 대속의 과정이었다는 것을 믿는 것이다. 이런 믿음('도그마')만이 인간을 구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로써 역사적 예수가 아닌 신학적 예수가 탄생하게 된다.
p.610.
예수 사후 몇백 년간은 첫째, 로마의 기독교 탄압, 둘째, 예수에 대한 이해를 둘러싼 갈등, 셋째, 기독교 자체 내에서의 교리 또는 권력 다툼으로 어지러운 시간이었고, 최종적으로는 이른바 "정통파"=가톨릭이 권세를 잡게 된다. 이 과정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이른바 '영지주의'와 '정통파'의 대결, 신비주의와 교회주의의 대결이며, 또 가톨릭 자체 내에서의 교리 또는 권세를 둘러싼 대결이다.
p.614.
교회주의자들과 영지주의자들의 진실이 어떤 것이었건, 현실적인 승리를 거둔 것은 교회주의자들이었다. ... 교회는 ... 거대한 권력 기관이 되어 지중해세계에 군림했다. 그러나 늘 그렇듯이, 기독교가 이렇게 현실적인 권세를 잡아간 것과 정확히 비례해서 그것은 기독교의 본질로부터 점차 멀어지게 된다. 교회/정통에 반하는 모든 것들이 가혹하게 탄압을 받았다. 그 모습은 기독교가 그토록 증오했던 모습, 바로 로마의 모습 그것이었다. ... 기독교가 로마화한 것이다.
p.614.
... (영지주의자들은) 유대교 및 기독교의 실제 역사를 벗어나서 아예 예수의 메시지를 좀더 자유롭게 해석하고자 했다.
*각주 30) 이런 자유로움은 때때로 지나쳐서 종교의 교리라기보다는 소설적 상상에 가까운 형태로 비약하기도 했다. ... 이 점에서 영지주의는 종교적, 철학적 교리라기보다 오늘날로 말해 일종의 무협지나 SF 소설같이 보이기도 한다. 현대의 대중문화 작품들 - 예컨대 「신세기 에반겔리온」 같은 애니메이션 영화 - 에서 종종 영지주의의 테마가 활용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p.620-621.
2세기에서 4세기까지 여러 교부들에 의해 전개된 초보적인 기독교 신학의 내용들을 집대성해 체계화한 인물은 아우구스티누스이며, 이 신학자의 사상은 이후 중세 기독교 사회의 이론적 초석이 된다.
...
제정 로마 시대의 신플라톤주의적 사상들이 대개 그렇듯이, 아우구스티누스 역시 에피쿠로스학파의 유물론이나 아카데메이아의 회의주의를 비판하면서 종교화된 플라톤적 인식론을 전개했다.
...
아우구스티누스는 플라톤의 이데아론을 거의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그는 플라톤에게서는 나타나지 않았던 독특한 논법 - 훗날 데카르트에 의해 유명해진 논법 - 을 구사하는데, 그것은 회의의 극한에까지 나아가서 거기에서 도무지 회의할 수 없는 것을 발견하는 논법이다.
...
"내가 속고 있다면, [바로 그렇기 때문에] 나는 존재하는 것이다(Si enim fallor, sum)."
p.624.
아우구스티누스에게 악이란 객관적 실체로서보다는 내면적 고뇌로서 더 절실하게 다가왔다. 아우구스티누스는 고대인들 중에서 그 누구보다도 영혼의 섬세함, 내면의 고뇌에 예민했고, 때문에 악의 문제도 근본적으로는 죄의 문제로서 바라봤다.
그는 ‘원죄설’을 제시함으로써 죄와 악이란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한 속성이라는 생각을 견지했다. 신은 인간을 완전하게 만들지 않았으며, 일정한 자유의지를 부여함으로써 죄와 악에 빠지기도 하고 그것들과 투쟁하기도 하는 존재로 만든 것이다.
...
아우쿠스티누스는 신이 이 세계에 일일이 간섭하지는 않는다는 생각으로 이 난제에 답한다. 신에게는 과거, 현재, 미래의 구분이 없다. 신은 역사를 총체적으로 주재할 뿐이며, 개개의 일들이 어떻게 벌어질 것인가에 대해서는 인간에게 자유의 여백을 주었다. 그러나 그 여백은 어디까지나 과정의 문제일 뿐 역사의 총체는 신이 이미 계획한 것의 실현이다. 모든 것은 원죄와 은총 사이에서 벌어지는 드라마이다.
*각주42) ... 신이 어느 정도까지 세계에 개입하는가는 줄곧 논쟁거리가 된다. 예컨대 신은 카이사르라는 한 개인이 암살당하는 것에까지 개입했을까? 아니면 폼페이우스 상 아래에서 죽는 것까지? ... 어떤 각도로 찌를 것인가까지? ...... 신학의 그림자기 걷혔을 때 이 물음은 전혀 다른 형태로 제기되기 시작한다. 근대가 도래한 이후 오늘날까지도 계속 논의되고 있는 결정론과 자유의 물음이 그것이다.
p.626.
에드워드 기번이 보기에 로마 제국은 AD 2세기 말부터 이미 기울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부적 모순들로 인해 진작 무너져야 했던 것으로 이해된다. ... "... 우리는 로마 제국이 왜 멸망했는지를 묻는 대신 오히려 어떻게 그토록 오래 지속될 수 있었는지 놀라워해야 할 것이다."
p.630-631.
로마를 중심으로 하던 서방세계가 이런 환란을 겪고 있을 때, 콘스탄티노플을 중심으로 하던 동방세계에서는 또 다른 역사가 펼쳐지고 있었다.
...
로마를 중심으로 하는 서방세계와 콘스탄티노플을 중심으로 하는 동방세계는 언어(라틴어와 그리스어)에서 시작해 모든 면에서 달랐다. 이런 괴리는 기독교가 권력을 차지한 이후에는 교리상의 차이로 인해 더욱 커지게 된다.
...
6세기 대제이자 "최후의 로마 황제"로 불리는 유스티니아누스(527~565 재위)는 ... 기독교도 특유의 광신에 사로잡혀 529년에 아테네의 네 학교(아카데메이아, 뤼케이온, 스토아, 에피쿠로스의 정원)을 강제로 철폐했다.
이때 수많은 철학자들이 페르시아로 건너가서 호스로우 1세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 이 사건은 이후 그리스 철학이 페르시아-쉬리아-이슬람 지역에서 꽃피게 되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어떤 이들은 바로 이해를 철학사에서 '중세'가 시작된 해로 보기도 한다.
(여기서부터 2024년 1월 4일 업데이트. p.636-654)
p.636.
'이슬람'은 622년 예언자 무함마드가 자신에게 적대적인 메카(/맛카)를 떠나 메디나(/마디나)로 거처를 옮겼을 때('헤지라') 성립했다. 이슬람 세력은 633년에 정복 사업을 시작해서 단 10년 만에 다마스쿠스, 예루살렘, 쉬리아, 이집트, 아르메니아를 정복했고, 한 세대도 채 못 되어 유구한 역사의 페르시아(사산조 페르시아)를 포함해서 비잔티움의 동쪽과 남쪽 전체를 장악했다. 8세기에 들어서서는 아프리카를 정복했고, 여세를 몰아 정복 사업이 시작된 지 꼭 100년째인 732년에는 에스파냐에서 사마르칸트에 이르는 대제국을 건설했다. 이 끝없는 정복은 서쪽으로는 732년 푸아티에 전투에서 프랑크 왕국에 패함으로써, 동쪽으로는 751년 탈라스 전투에서 당 제국에 패함으로써 겨우 멈추게 된다.
p.640-641.
*각주 60) 두 종교(기독교와 이슬람교)의 가장 근본적인 차이들 중 하나는 기독교가 시간과 역사에 민감했던 반면 이슬람교는 기본적으로 공간적-초역사적 종교라는 점에 있다. "우리가 역사의식이라고 부르는 것으로부터 유래하는 여러 문제들에 직면한 바가 없었던 이슬람의 철학적 사고는 다음과 같은 이중의 운동에 의하여 움직이고 있다. 즉 수직적인 차원에서 기원으로부터의 발전과 기원으로의 회귀라는 운동이다. 그 발상 형태는 시간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공간적이다. (...) 과거는 우리의 뒤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발밑'에 있는 것이 된다." (앙리 코르방, 김정위 옮김. 『이슬람 철학사』, 서광사, 1997, 18쪽)
p.645.
시아파는 순니파와는 달리 변증론에 의한 샤리아 분석보다는 일종의 비교적 전통을 이어갔으며, 알리 이후 이맘들의 전통에 대한 사변을 통해서 예언자학, 이맘학을 발전시켰다. . . . 시아파 신학은 기본적으로 이맘학, 예언자학이며, 다른 측면에서는 엘레시우스 비교와 유사한 비교주의, 기독교 영지주의와 관련되는 영지주의/신지학이며, 또 일반적인 역사와는 다른 의미에서의 신성사, 종말론, 은폐론, 사이비 천문학이라고 할 수 있고 점성술과 통한다고도 할 수 있는 천사론, 극히 사변적이어서 판타지 소설에 가까운 우주론, 그리스 존재론의 패러디인 존재론, 아담에 대한 상상을 다룬 아담학 등 매우 다양한 담론들을 포함한다. 시아파 신학은 철학적 논변으로서보다는 차라리 문학적 허구로서 매우 흥미롭다.
p.648 이슬람 신비주의 역시 '뮈스테리아' 즉 비의의 문을 통과해서 신과의 합일('미라즈')에 도달하기를 꿈꾼다. 때문에 이들은 논증이 아니라 내적 침잠을 통해 입신하고자 하며, 언어를 초월한 경지를 꿈꾼다. 신과의 합일 또한 입신이 모순을 함축한다고 보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접신'을 꿈꾼다.
p.654.
종교가 사회를 구성하는 한 심급이었던 서구는 근대를 맞이하면서 종교 및 중세 정치의 그림자를 벗어나 ‘시민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었다. 시민사회의 성숙은 근대성의 본질적인 한 요소이다. 그리고 서구의 근대 철학은, 고대 그리스의 민주주의와 철학이 서로 상관적이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아니 그 이상으로(그리스에서 민주주의와 철학은 알력을 겪기도 했으나, 서구 근대에 양자는 거의 한 몸이 되어 움직였다), 근대 민주주의와 시민사회의 형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슬람의 경우 이슬람교는 사회의 한 심급이 아니라 전부였다. 바로 이 때문에 이슬람은 근대적인 시민사회를 발전시키지 못했고, 그로써 근대성의 흐름에서 점차 뒤처지게 된다. 이 점은 곧 세계철학사에 나름대로 큰 공헌을 했던 이슬람 철학이 왜 근대에는 피어나지 못했는가를 설명해 준다. 이슬람에서는 철학과 시민사회가 한 몸이 되어 근대 문명을 구축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이슬람 ‘근본주의’의 입장에서는 서구적 근대성의 폐해를 지적하면서 사태를 달리 파악할 수 있겠지만, 근대성의 극복은 무조건 이전의 전통을 고수함으로써가 아니라 전통과 근대 그리고 탈근대를 함께 사유함으로써만 가능하다.
(9장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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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꼽문] 책새벽-화/금 : 『세계철학사 1』 2부 9장. 구원의 갈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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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철학사 1』 9장 책꼽문 업데이트 했습니다. (p.636-654)
『세계철학사 1』 9장 책꼽문 업데이트 했습니다.(p.603-635)